[리뷰] 볼거리 화려한 액션 블록버스터, 나는 왜 졸릴까 '그레이 맨'

넷플릭스 : '그레이 맨'

박유니 OTT평론가 승인 2022.08.02 09:46 의견 0
(사진) '그레이 맨'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박유니 OTT 평론가] 돈맛 제대로 나는 액션씬이 매력적인 영화다.

액션씬이 매력적이라는 것, 이 영화의 장점이자 '전부'이며 CIA 암살 전문요원과 소시오패스의 대결을 다루는 만큼 볼거리가 화려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CIA 소속 공식 요원 파견이 어려울 때 투입하는 암살 전문 요원으로 그 정체가 가려져 있어 '그레이 맨'으로 불리는 시에라 식스, 코트 젠트리(라이언 고슬링 분)가 주인공이다.

암살 전문요원 육성 프로그램 '시에라'로 키워진 여섯 번째 요원이라는 뜻의 '식스'로 불리는 이 남자, 생각보다 감정적이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아이를 다치지 않게 하려다 임무가 꼬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아이를 지키고자 몸을 내던지기도 한다.

감정을 배제해야만 하는 '그레이 맨'이 누구보다 감정적이라는 것, 필자의 몰입은 거기서부터 좀 깨졌다.

암살자에게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려면 그가 암살자로 길러진 환경으로 설명이 되거나, 그가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작품 내에선 없어서다.

아, 잠깐! 영화 내에선 계속 시에라 식스로 불리는 만큼 본 리뷰에서는 코트 젠트리라는 이름 대신 식스로만 설명하겠다.

트램에서 주위를 살피는 식스.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라면 으레 그렇듯 식스는 본인이 투입됐던 작전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면하고, 그것을 해결해보고자 하다가 사건에 휘말린다.

식스보다 더 악랄한 소시오패스 로이드 핸슨(크리스 에반스 분)에게 쫓기며 죽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고 '무언가'를 해내는 게 영화의 전부인데 매력이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옛말이 딱 떠오르는 영화! 주인공의 감정에 동의할 수 없는 건 물론, 개연성이 떨어지고, 설정 구멍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 애매모호한 지점 세 가지

첫째, CIA가 동네 구멍가게는 아닌데 일 처리나 시스템이 이상하다.

현실에서 공권력이 부재하거나 힘이 없는 경우는 있지만, 영화에서까지 그런 적은 잘 없는데 이 영화는 좀 '선'을 넘는다.

CIA 센터장 데니 카마이클(레게 장 페이지 분)의 사주를 받은 로이드 핸슨이 고문, 테러, 총기 난사 등을 자행하며 민간인 희생자까지 다수 발생하는데 제지하는 자가 없다.

더구나 시에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가 은퇴했으니 카마이클의 입장에선 CIA 선배라고 할 만한 도널드 피츠로이(빌리 밥 손든)까지 고문하고 가족을 빌미로 위협한다.

이 외에도 CIA 내부의 고위급 간부까지 건드리는데 그 난리를 내부적으로 컨트롤하는 부서가 '전무'하다.

영화 내에서는 카마이클의 뒤를 봐주는 고위세력이 있다는 걸로 '퉁' 쳐버리려고 하는데 솔직히 납득되지 않는다.

로이드 핸슨과 식스가 맞부딪히는 장면(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둘째, '빌런' 로이드 핸슨이 어떠한 욕망도, 목적도 갖고 있지 않아 무매력이다.

범행에 딱히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은 빌런이 '순수악'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지만 그렇다 해도 '특정 행동'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는 보이기 마련이다.

영화 설정상으로 로이드 핸슨은 하버드 출신이자 전직 CIA 요원이라는데 하는 짓이나 말투는 어린아이 같다.

소시오패스라는 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서슴없이 남을 이용하며 폭력성이 강할 경우 살인도 불사한다는 특성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끝까지 다 보아도 로이드 핸슨이 어째서 식스를 쫓고, 사람들을 고문하며, 마구잡이로 죽이는지 모르겠다.

딱히 돈을 위해서라고도 보이질 않고 그냥 모자란 애가 모자란 짓을 하는 느낌이랄까.

두 사람, 식스와 로이드 핸슨이 부딪힐 때마다 유혈이 낭자하며 액션씬은 팡팡 터지는데 몰입감은 점점 떨어지고 종국엔 너무 비슷한 느낌만 들어서 졸렸다.

비장한 표정으로 총을 겨누는 식스(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셋째, 심지어 주인공 식스의 '욕망'마저 보이지 않는다.

목적이 거창하다면 인물이 꼭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라도 있어야 하며, 주인공에게는 꼭 필요하다.

욕망을 좇아 결말까지 가는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응원하거나 연민할 수 있어야만 영화가 즐거워지기 마련이니까.

이 영화에도 '살아야 한다'는 것과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미션은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걸' 왜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해야 하니까"는 좀 약하지 않나, 영화 제목이 '그레이 맨'이고 주인공 역시 '그레이'한 사람이더라도 관객에게는 조금은 오픈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아쉬웠다.

추격씬과 카체이싱, 액션씬이 화려하고 돈이 엄청나게 쏟아지는구나! 싶었는데도 자꾸만 지루해져서 왜일까 하다가 아쉬운 점을 정리해봤다.

물론, 이러한 영화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거나 뭔가 시원한 볼거리가 필요한 날엔 딱이다.

스토리라인 간단하고 감정선도 단순하여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 2억 달러(약 2,600억 원)가 투자되었다니 한 번쯤 볼 만하다.

다만, 너무도 익숙하고 '뻔'한 영화라는 점은 어쩔 수 없어 쓴소리 해봤다.

개인적으로 매력 없는 캐릭터, 개연성 없는 스토리, 볼거리만 화려한 영화가 잘 되면 좀 그런데 현재 흥행 순항 중이다.

라이벌 구도와 추격, 누군가를 구원하는 서사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흥행 플롯인지도 모르겠다.

여러분도 한 번 보고 필자와는 비슷한 감정이라면 비슷하게, 다르다면 또 다르게 개인의 감상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공짜로 집에서 시원한 액션을 즐길 기회니,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테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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