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여운 OTT기자] 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신드롬이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불고 있다.
확인 결과 25일 기준, 중국 '웨이보'에는 '우영우 앓이'를 인증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우영우'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은 4만여 개를 넘고 팬계정까지 등장해 팔로어가 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패드 유저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우영우' 덕분에 법정드라마가 좋아졌다"며 "출연진도 막강하고 제작물도 우수하다"고 평했다.
'도로시'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은 "최근 본 한국드라마 중 최고"라며 "제목은 독특한데 너무 좋다"는 글을 남겼다.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 '우영우'는 평점 9.3점을 기록 중이며, 리뷰는 2만1000개를 넘어섰다.
또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우영우(奇怪的律師禹英雨)'를 입력하면 90만건이 넘는 결과가 검색된다.
◆ 중국인들의 '우영우' 시청, 문제 되는 이유?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서는 '우영우'를 정식으로 시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시리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 중 하나인 만큼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지옥을 시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와 중국 당국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국가 위치를 변경하는 우회접속도 금지해 단속 중이다.
특히 중국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시행, 한국 콘텐츠 시청을 막아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부는 '우영우'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도둑 시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배우 송혜교와 함께 독도 관련 홍보활동을 하기로 유명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도둑 시청도 어이없는데 자신들끼리 평점을 매긴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 콘텐츠 불법 유출은 '우영우'에만 국한된 사건은 아니다.
배우 수지가 주연을 맡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는 때아닌 중국산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중국 누리꾼들은 극 중 시계 가게 직원이 "이 브랜드가 좋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계는 중국산"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아 "중국이 가짜를 만드는 곳으로 묘사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중국인들의 불법 시청이 발각됐다.
중국에서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쿠팡플레이가 서비스되지 않고 있지만 '안나'는 '더우반'에서 평점 7.7점, 리뷰 4만 3725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 '오징어 게임'도 중국 불법 유통 피해를 봤다.
당시 중국은 "극 중 초록색 트레이닝복은 중국 배우의 의상을 베낀 것" "게임 역시 중국이 원조"라는 등의 황당 주장을 펼쳐 국내 시청자들을 분노케했다.
이에 장하성 전 주중대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오징어 게임'이 중국 60여개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승리호' '킹덤:아신전' '지옥'을 비롯해 국내 각종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콘텐츠 불법 유출, 정부가 나서야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간한 ‘2021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사무소(중국·태국·필리핀·베트남)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전체 한류 콘텐츠 불법유통 건수는 중국이 26만2,346건 중 32.4%에 달하는 8만5,135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불법복제물의 94.8%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혹자는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 콘텐츠를 중국인들이 불법 통로로 훔쳐볼 정도로 사랑해주는데 왜 서경덕 교수는 열을 내는 것일까.
중국인들의 '우영우' 시청은 국내 콘텐츠 사업의 저작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정식적인 통로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가 유출되면 국내 제작사나 유통사인 넷플릭스가 수익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 계속돼온 중국의 콘텐츠 베끼기와 저작권 침범에 대한 혐오 감정이 '우영우'를 계기로 폭발하며 '문화공정'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김치·한복·태권도 등 한국이 자랑하는 고유문화 역시 자국에 뿌리를 뒀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세종대왕을 비롯해 백범 김구 선생·윤동주 시인·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피겨스타 김연아 선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위인과 인물도 '조선족 대표 인물'로 왜곡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역사·문화공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훔쳤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에 여러 전문가들이 온라인의 혐중 발언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 SNS 곳곳에서 ‘우영우’가 언급되는 현상을 불법 콘텐츠 유출의 증거로 단정 짓기는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대만이나 홍콩 등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중국어 문화권이 있는 데다 웨이보 역시 공개된 SNS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문화 침탈 등 불공정 행위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된 듯 하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피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협약 가입 등으로 각국의 공조를 끌어내야 할 때다.
한편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로,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관련기사]
● 中 K콘텐츠 불법 유통 현황, "OTT 도둑 시청에 유튜브, 굿즈 수익까지"
● 애플TV '파친코'까지…K-콘텐츠 '도둑 시청'하는 중국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