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OTT] 다양성을 향한 용감한 첫 발, 웨이브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

어젯밤 OTT는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들 한 가운데에서 가장 최신 콘텐츠만을 엄선해 기자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OTT뉴스의 기획 코너입니다.

윤정원OTT기자 승인 2022.07.22 15:22 의견 0
웨이브는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국내 예능을 OTT 최초로 선보였다(사진=웨이브). ⓒOTT뉴스


결혼을 준비하는 LGBT+ 커플,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해 한 집에 들어 온 7명의 남자들.

외국에서나 방영될 법했던 프로그램들이 현재 웨이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방영 전부터 끊임없이 선정성 논란을 포함, 수많은 잡음에 시달려왔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인지, 동성애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한국의 퀴어 예능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를 ‘어젯밤 OTT’에서 다뤄본다.

◆ 용기를 낸 자에게 건네는 따스한 응원, ‘메리 퀴어’

'메리 퀴어'는 성소수자들이 느끼는 일상의 벽을 관찰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사진=웨이브 유튜브 캡쳐) ⓒOTT뉴스

‘메리 퀴어’는 LGBT+ 커플들의 결혼기를 그린 관찰 예능이다.

출연하는 커플은 총 세 쌍으로, 남남 커플인 ‘보성 민준’ 커플, 여여 커플인 ‘승은 가람’ 커플, FTM(Female To Male) 트렌스젠더와 레즈비언 커플인 ‘지해 민주’ 커플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집들이에 오랜 친구를 초대하고, 수영장을 방문하고,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웨딩 플래너에 전화를 건다.

그러나 이들의 정상적인 사랑은 대한민국에서 환대가 아닌 천대를 받게 된다.

보성과 민준은 어머니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려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렸고, 수영을 하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려했던 지해와 민주는 지해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수영장 측에서 두 커플을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승은과 가람 역시 결혼 준비를 하려 하지만 웨딩플래너의 답변은 ‘동성애자 커플은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이들의 모습에 LGBT+ 시청층은 SNS와 댓글을 통해 공감과 응원을 표했다.

풍부한 리액션, 적재적소에 맞는 상황정리와 질문으로 세 명의 MC는 세 커플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웨이브 유튜브 캡쳐) ⓒOTT뉴스

이들과 함께 세 커플의 사랑을 응원하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스튜디오의 3MC ‘신동엽, 홍석천, 하니’가 그 주인공이다.

신동엽은 이성애자의 입장에서 들 법한 질문을 홍석천에 물어보고, 홍석천은 LGBT+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하니의 진심어린 리액션이 더해지며 ‘메리 퀴어’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수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내고 있다.

◆ 섬세한 감정선이 강점, ‘남의 연애’

남남 커플 데이팅 프로그램, '남의 연애'는 웨이브 유료프로그램 신규 가입 견인 1위에 올랐다.(사진=웨이브 유튜브 캡쳐) ⓒOTT뉴스


한편, ‘남의 연애’는 ‘메리 퀴어’보다 한 주 늦은 편성인 7월 15일부터 시청자들과 만났다.

‘하트 시그널’ 이후 만들어진 특유의 비연예인 데이팅 예능의 감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남의 연애’는 동성애를 조장한다거나 자극적인 내용은 없었다.

출연진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식사를 하며 미래를 함께 그리고픈 사람을 찾을뿐이었다.

여기에 숙소 배치, 새로운 남자의 등장 등 데이팅 예능의 소재를 잘 버무리며 안정적인 예능을 만들어냈다.

'남의 연애'에는 매일 저녁마다 1분의 통화를 통해 호감을 드러내는 장치가 존재한다.(사진=웨이브 유튜브 캡쳐) ⓒOTT뉴스


특히 ‘남의 연애’는 K-BL의 특징이라 불리는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시멘틱 에러’, ‘나의 별에게’ 등 성공한 한국 BL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연출이 프로그램 전체에 녹아들었다는 평.

그 결과 ‘남의 연애’는 콘텐츠가 공개됨과 동시에 신규 유료 가입 견인 1위에 오르며, 골프 데이팅 예능 ‘홀인러브’, 본능을 강조한 데이팅 예능 ‘에덴’에 비해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 아쉬운 것은 참신함

'하트 시그널'과 유사해보이는 프로그램 구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웨이브 유튜브 캡쳐) ⓒOTT뉴스

그럼에도 ‘예능 덕후’ 입장에서 두 프로그램은 전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먼저 ‘메리 퀴어’의 경우 예능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고 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아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던 부분도 많다.

또한 관찰예능이라는 안정적인 틀은 때로는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해, 아쉬움이 남는다.

‘남의 연애’ 역시 전형성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트 시그널’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라가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남남 커플’ 가지고 있는 예능적 묘미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프로그램 초반, 출연진의 매력이 성 정체성에 가려지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인간적 매력과 직업적 전문성 등을 먼저 어필해 시청자와의 친밀함을 쌓은 뒤 본격적인 연애 문제, 결혼 문제를 고민했다면 퀴어 문외한들의 진입장벽 역시 낮아졌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용기 있는 자만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웨이브의 도전은 시도만으로도 위대하다.

다만 안정적인 구성을 위해 여타 다른 예능과의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미 출연진에 들어버린 정을 쉽게 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세 커플과 일곱 남자의 사랑을, 그 용기를 응원하기 위해 나는 이 용감한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볼 예정이다.

세상 모든 형태의 사랑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는 웨이브에서만 시청가능하며,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공개된다.

[관련기사]

● [리뷰] 예능과 다큐? 다양성과 선정성? 웨이브 '메리퀴어' 살펴보기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