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평론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로 언론사 입장과 무관합니다.
[OTT뉴스=김수진 OTT평론가] 2011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Abilympic)이 열렸다. 이는 전 세계 장애인이 직업 능력을 겨루는 대회로 총 3백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했다.
대회 첫날 EDM 선율과 함께 축하 행사가 시작됐다. 휠체어를 타도 거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댄스 음악이라니 자원봉사자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때 한 자원봉사자가 입을 열었다.
“왜 장애인이 신나게 움직이는 걸 불편해한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기쁨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알아요. 동생이 장애인인데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그 누구보다 신나게 춤을 춰요.”
그간 우리는 감히 건방지게 그들의 행복을 논해왔다. 그녀의 말처럼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봉사단과 기차놀이를 하며 후련하게 행사를 즐겼다.
그날의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시선으로 그들을 본 적이 있는가?
◆ 현실을 솔직하게, 그러나 차갑지 않게
줄곧 흑백이었던 그들의 세상이 색으로 물들고 있다. 과거 드라마가 장애가 받는 차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세상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 장애인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비장애인이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는 동화 같은 장면도 눈에 띈다.
배우 오정세가 자폐 스펙트럼(ASD)을 가진 동화 삽화 작가 문상태로 출연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대표적이다. 드라마에서 상태는 어눌한 말투에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상태가 좋아하는 동화작가 문영(서예지 분)의 사인회장까지 걷는 길만큼은 상태의 시선이 담겼다.
옷 가게 마네킹이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고 화장실 픽토그램은 좌우로 춤을 춘다. 선물 받은 풍선은 세상의 중심이 됐다가 하늘로 날아가 폭죽처럼 팡 터진다. 상태(장애인)와 우리(비장애인)가 보는 풍경은 다르지만 최애(가장 좋아하는)를 만나러 가는 기쁜 마음은 같은 셈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첫 출근 장면부터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의 시선을 따른다. 낯선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눈앞이 번쩍이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간판 글자는 영우가 읽는 대로 움직인다. 영우는 좋아하는 고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치 고래가 하늘을 헤엄치며 그녀를 따라오는 듯한 안정감을 느낀다.
덕분에 영우의 첫 출근부터 우리는 그녀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 대체 불가 배우 박은빈이 만드는 사랑스러운 우영우
영우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 입사하며 드라마는 막을 올린다. 영우는 자폐 스펙트럼(ASD)과 천재성을 함께 지닌 인물로, 서울대 로스쿨 수석임에도 장애 탓에 동기들보다 늦게 직장을 갖게 됐다.
드라마는 영우가 회사 생활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우는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해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거나 상사에게 직설적으로 대답하곤 한다. 보기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영우의 주변인은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로스쿨 동기 최수연(하윤경 분)은 우영을 귀찮아하면서도 장애 탓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그녀를 안타까워한다. 로펌 동료 권민우(주종혁 분)는 다소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우영을 감싸며 그녀의 장애가 아닌 신입사원이라는 점만 언급한다.
상사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는 무심코 나온 무례한 발언에 즉시 사과하며 영우의 천재적인 면모에 솔직한 칭찬을 건넨다. K-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솔직히 이런 환경이 더 판타지스럽다.
우리는 그들처럼 이미 영우에게 반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팀은 박은빈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1년여의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눈동자와 손끝, 목소리, 걸음걸이까지 우영우가 된 박은빈을 보고 있자면 1년, 아니 10년의 기다림도 아깝지 않았으리라.
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은 동일한 병명을 갖고 있어도 그 증상이 천차만별이라 말했다. 현실의 영우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만난 그녀와 같을수도, 또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애정을 갖고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분명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리라.
부디 우리에게 서로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할 일말의 여유가 주어지기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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