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가 쏟아지는 장마엔, 여름 로맨스 '호우시절'

넷플릭스, 왓챠, 티빙 : 호우시절

황세림OTT평론가 승인 2022.07.06 10:25 의견 0
썸네일, '호우시절' 메인포스터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흐릿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던 중 장마가 시작됐다.

이런 날씨에 영화 한편을 봐야 한다면 어떤 작품이 좋을지 고민하다 챙겨온 작품이 정우성, 고원원 주연의 '호우시절'이다.

사실 로맨스 하면 벚꽃이 가득 피는 '봄'을 떠올리기 쉽다.

더운 여름엔 공포추리물이 더 어울릴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을 보지 못했던 이들이 가지는 편견에 불과하다.

오늘 이 작품을 리뷰를 보고 작품까지 감상하게 된다면, 쏟아지는 비와 두 주인공을 감싼 짙은 초록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정우성은 중국 출장을 떠난 건축가 동하로 열연하고, 여름형 첫사랑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 여주인공 역은 중국 배우 고원원이 맡았다.

이 작품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한국형 로맨스의 개척자인 허진호 감독의 작품으로 '호우시절'은 넷플릭스, 왓챠,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다.

중국 지사장과 건설현장에 간 동하,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청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건축가 동하(정우성 분)는 현지 건설사 직원과 함께 시인 두보의 초당으로 향한다.

답사를 이어가던 동하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돌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유학 시절에 만났던 메이(고원원 분) 임을 알아본다.

메이 또한 관광객들 사이로 뒤따라오던 동하를 알아보고 미소 짓는다.

둘은 어색하게 안부를 주고받고는 늦은 저녁 다시 만난다. 대화를 나누던 둘은 전혀 다른 기억에 서로 당황한다.

심지어 서로가 각자 다른 사람을 좋아했었다고 주장하는데 둘은 누구의 기억이 옳은지 확인해보자며 다음 만남을 약속한다.

청두를 떠나는 당일, 동하는 메이에게 사진을 보내고 메이는 그런 동하에게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 서로 다른 기억, 각자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

메이와 재회한 동하,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역시 첫사랑은 계절별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시아권 작품 중에선 여름형 첫사랑을 가장 잘 구현해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 '메이'는 짧은 단발머리, 그림 같은 눈썹, 청량한 눈빛까지 긴 생머리나 트렌치코트, 두꺼운 머플러 없이도 사랑스러움이 드러난다.

반대로 포마드 헤어와 멀끔한 수트, 손목시계에 한쪽 어깨에 맨 카메라까지 한눈에 봐도 도시 사람 같은 남자 주인공 '동하'는 누구보다 어른 같지만, 메이 앞에서는 유학 시절 청년의 모습으로 회귀한다.

유학시절 이후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시인이 될 줄 알았던 동하는 건설회사에 다니게 되었고, 메이는 중국으로 돌아와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떨어져 지냈던 시간만큼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던 둘은 저녁 식사 한 번에 철없던 대학생 시절을 추억하고 동화되어간다.

처음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둘은 어느새 서로를 향했던 마음을 재차 확인하고자 한다.

동하는 자신의 고백을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메이는 왜 자신이 보낸 편지에 답장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풋풋한 시절은 지나고 타성에 젖어든 둘은 과거처럼 용기를 내지도 솔직하지도 못한 모습으로 엇갈려 간다.

◆ 청두의 여름, 두보의 '호우시절'

유학시절 이야기를 나누는 동하와 메이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배경에 얉게 깔리는 매미소리와 녹음이 우거진 배경, 나뭇잎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까지 '호우시절'은 비와 여름의 장점을 담은 작품이다.

'호우시절'의 주 배경이 되는 장소는 메이가 관광가이드로 근무하는 '두보청사'이다.

두보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호우시절'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때를 알고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이 작품 초반에서 '비'는 동하와 메이가 제때에 만났다는 연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극의 중반을 지날수록 '둘의 만남이 너무 늦은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반복된다.

하지만 극 후반에 '반전'이라는 장치를 활용한 감독은 지금에서야 동하와 메이가 만나게된 이유를 설명하고 '호우시절'임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만의 첫사랑 영화는 너무 쉽고, 세기의 사랑은 어렵다고 느낀 이들이라면, 두보청사의 풍경과 쏟아지는 비를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호우시절'을 추천한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4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평점: 6.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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