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착한 빌런은 과연 매력적일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넷플릭스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김지수OTT평론가 승인 2022.07.01 09:33 의견 0
'한국판 종이의 집 공식 포스터(사진=나무위키). ⓒOTT뉴스'

[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종이의 집' 원작의 강력한 팬으로서, 한국판에도 흠뻑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는 시청자였다.

[리뷰] '종이의 집' 한국판을 기다리며, '사라진 3톤'

그런 마음으로 위와 같은 리뷰를 적었었고, 한국판 '종이의 집'에 그 무엇보다 '캐릭터성'을 가장 기대하기도 했었다.

캐릭터들이 어떤 매력을 발산하며 필자의 멱살을 잡고 이야기를 끌고 가줄까 와 같은 기대감이었다.

그런 필자에게 건네진 것은 바로 ‘착한 빌런'이었다.

일상에서도 착한 사람은 행동이 다소 미련할지언정 차마 나쁜 말은 꺼낼 수 없게 되는 존재이다.

그저 지켜보는 이의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은 '아쉬움과 답답함'이란 감정만이 점점 쌓여갈 뿐이다.

그래서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느낀 이 아쉬움을 어느 정도 순화시키고 정제시켜 토로해볼까 한다.

착한 작품에 너무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

◆ 아쉬움 1. 특유의 멋과 스타일리쉬함으로부터 오는 섹시함은 기대하기 힘들다

작품 ‘종이의 집’은 은행을 터는 강도단이 인질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며 발생하는 심리전을 조명한 범죄 작품이다.

이때 경찰 대표로 강도단과의 협상을 끌어내는 협상가가 있다.

'종이의 집 스페인작 경감과 한국판 경감(사진=유튜브). ⓒOTT뉴스'


그녀의 이름은 스페인작 '종이의 집'에선 라켈 무리요 경감(이치아르 이투뇨 분).

일반인이 인질로 잡혀있는 데다가 강도단은 총을 소지한 것으로 판단된 긴박한 대치 상황 속에서 그녀는 빠르게, 그리고 대충 머리를 묶어내고 강도단과의 전화 연결 헤드셋을 써버린다.

긴 머리를 습관처럼 대충 연필로 휘리릭 감아 고정하는 이 모습은 과연 대충에서 오는 멋과 나름의 의미, 그리고 섹시함을 남긴다.

이런 디테일적인 것까지 언급하는 필자에게 혹시 변태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매력’이란 바로 이런 디테일 요소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반해, 한국판 '종이의 집'에선 한땀 한땀 꼼꼼히 묶는 선우진 경감(김윤진 분)이 존재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와 '꾸안꾸'라는 말이 왜 유행했을까.

이 '꾸민 듯 안 꾸민'에서 '안 꾸민'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열심히 여러 손에 거쳐 꾸미는 것은 하수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페인작의 경감이 머리를 대충 묶는 손길에서 하나의 직업적 루틴을 추측하고 느낄 수 있으며, 바로 이 루틴에서 특유의 멋이 담긴 ‘섹시함'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짧은 장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 사람 매력적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동 묘사를 안타깝게도 한국판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스레 한국판에선 멋과 스타일리쉬함, 그리고 섹시함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아쉬움 2. 선을 넘지 않는 강도

아직까지 유교 사상과 관계 중심적 사상이 만연해있는 한국 사회에 맞춰 캐릭터 성격을 새로이 구축한 것일까.

한국판에선 선을 지켜도 과하게 지키는 착한 강도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실 스페인작처럼 광기 어린 것도 모자라 참을성이 없어 대책 없기까지 한 강도들이 보고 싶었다는 마음은 필자만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판에선 너무나 착하고, 성실하기만 한 강도들뿐이었다는 개인적 의견이다.

-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착한 행동을 하는 것
-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여 착한 행동을 하는 것

이 두 가지는 근본 동기부터 다르기에 그에 따른 캐릭터 표현도 굉장히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한국판 ‘종이의 집’이 전자가 아닌 후자를 택한 캐릭터라는 점이다.

범죄의 선을 세게 넘어봤던 전과자들이 모두 한 번에 개과천선해 이제는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이는 사실 굉장히 힘든 기적 중의 기적일 것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지점은 원작 스페인작에선 전자의 이유로 강도단이 행동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이기심과 광기 속에서도 아주 작더라도 흔들리는 인간적 면모가 보인다면 우리는 '공감'이란 걸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스토리의 매력이기도 하다.

작게나마 보이는 인간적 면모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면모이기에, 스페인작은 그렇게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판과 같이 수많은 착함 속에 광기 있는 척이라면? 말이 굉장히 달라진다.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강도단이 총을 쏠법한 이기심이 충분치 않은 존재임을 눈치채게 되니, 그들이 총을 겨누고 있어도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강도단끼리 총을 겨누고 있어도 위협적이지 않게 느껴졌던 장면(사진=유튜브). ⓒOTT뉴스'


사실 필자가 타 작품의 매우 악독한 빌런들에게 적응되고 중독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필자와 같이 시청자들은 그동안 악독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빌런들에게 빠져들어 왔다.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빌런의 대표 주자 크루엘라와 조커(사진=imdb). ⓒOTT뉴스'


이런 시점에 착한데다 성실하기까지 한 빌런들은 과연 매력적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한국판 '종이의 집'은 '범죄 전과자들이 조폐국을 터는 이야기'란 타이틀도 가져가기 힘든 유한 캐릭터들만이 가득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멋은 없지만 성실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작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4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3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4.8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