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세기 섹스 심벌의 의문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

넷플릭스 :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

박유니 OTT평론가 승인 2022.06.29 07:00 의견 0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필자는 마릴린 먼로를 좋아한다.

고로 오늘의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 소개에는 사담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미리 고하는 바이다.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 헐리우드 핀업걸의 아이콘, 젊은 나이에 의문사한 여배우... 마릴린 먼로를 수식하는 말들은 무수하며, 현재까지도 반짝이는 별이지만 그녀를 '온전히'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미 1962년에 죽어버린 스타를 필자가 좋아하게 된 것은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를 보고 난 이후부터다.

별 기대 없이 본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는 필자가 오해했던 것처럼 '멍청한 금발'이 아니었고, 영특했으며 '퇴폐미' 가득한 유혹녀라기 보다 호기심 많고 세상에 대한 욕심도 많은 소년에 가까웠다.

뇌세적으로 눈을 살짝 내리깐 표정으로 익숙한 마릴린 먼로가 그 스크린 안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환히 웃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필자는 먼로와 사랑에 빠졌고, 먼로가 나오는 고전 영화를 지금도 꾸준히 찾아보고 있다.

마릴린 먼로의 사망을 다룬 당시의 기사(사진=넷플릭스 유튜브) ⓒOTT뉴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가 좋았던 건 먼로 본인의 목소리와 그녀를 목격하고 함께했던 지인들의 목소리로 우리가 몰랐던 삶을 들려준다는 데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녀의 죽음이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알아보는 추적에 초점이 맟춰져 있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마릴린 먼로라는 화려한 가면 뒤에 가려져 있던 그림자, 노마 진 모텐슨이라는 본체에 대하여 엿본 기분으로 어쩐지 씁쓸해진다.

대중들은 그녀가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 미친 듯 연기를 연습했다는 점도, 사랑을 갈구하던 여리디 여린 영혼이었다는 점에도 무관심했다.

짧았던 생에서 유명인이 된 대가로 그녀는 세간을 떠도는 가십의 대상이 되었고, 파경을 맞이한 결혼 생활 따위의 비극도 유희거리가 되었다.

대다수는 화려하게 빛나는 이를 부러워할 뿐, 가장 밝게 빛나기 위해 그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짙은 어둠에는 별달리 관심 없다.

빛나는 이에겐 질투와 루머가 따르고, '빛'나는 유명세를 대가로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은 누가 되었든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필자가 이리 말을 한대도 삐딱한 시선이나 생각으로 쳐다볼 이도 많을 터.

머리나 마음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면, 잠깐 시간 내서 넷플릭스를 켜고 영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를 보기를 권한다.

그녀 자신의, 그녀를 잘 아는, 그녀를 아꼈던, 그녀를 감시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씩 쌓이면서 이미 죽은 이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현해낸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씩 웃으면서 보다가 마지막에는 묵직해진 가슴으로 먼로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다.

마릴린 먼로가 행복했던 한때(사진=넷플릭스 유튜브) ⓒOTT뉴스


필자는 마릴린 먼로를 사랑한다.

필자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이의 멈춰버린 시간을 좇으며, 끊겨버린 발자취를 더듬는 일은 참으로 아프다.

광고판으로 나붙던, 모두가 아는 그 섹시한 표정 말고 그녀가 온 얼굴로 환하게 웃는 순간과 큰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응시하는 찰나가 좋다.

화려한 껍데기가 한꺼풀 벗겨지는 순간의 순수,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몸으로 발버둥치던 어린 고독마저 모조리 다 아낀다.

그런 필자이기에 마릴린 먼로를 그저 그렇게, 가십거리로만 다룬 영화였다면 감히 리뷰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테다.

욕밖에 나오지 않을 이야기를 구태여 시간 써서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니 이리 긴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은 필자가 좇고 있던 마릴린 먼로라는 사람의 한 조각을 바로 이 영화가 채워줘서다.

가장 빛나던 순간 꺼져버린 스타의 죽음은 여전히 애석하나, 그녀를 애도하는 목소리들로 그녀의 초상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게 되어 행복했다.

모든 사람은 생각보다 입체적이며, 그것은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도 마찬가지다.

클릭 한번으로 그녀의 삶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필자가 넷플릭스를 계속 구독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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