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 서보원 OTT 평론가] 소문난 잔칫상이라 밑반찬만 먹어도 맛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맛이 나지 않으면 아무리 소고기 반찬이어도 맛있을 수가 없다.
'탑건: 매버릭' 조셉 코진스키 감독의 작품, '스파이더헤드'가 그렇다.
◆ 주제만 흥미로운 영화, 스파이더헤드
비윤리적인 실험, 그리고 사이코패스 같은 과학자와 범죄자지만 윤리적인 기준이 살아 있는 재소자가 대립하면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다.
주제는 흥미롭지만 갈등 구조가 지나치게 첨예한 나머지 반전의 계기를 알게 되거나 이야기의 변곡점에 도달하더라도 관객들이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초반은 흥미로운데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없어진다.
◆ 대박 아니면 쪽박, 조셉 코신스키 감독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탑건: 매버릭'은 원작의 재미를 잘 살려내면서도 현대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감미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지 손더슨의 소설, '스파이더헤드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Spiderhead)'의 재미는 하나도 살려내지 못한 채 배우들의 에너지만 낭비했다.
원작에서는 제프와 스티브의 첨예한 갈등 구조가 설득력 있게 잘 묘사되었는데 영화에서는 생략된 부분이 지나치게 많은 듯, 둘의 대립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감각적인 영상미로 주목받는 코신스키 감독이지만 적어도 '스파이더헤드'에서는 그 영상미 외에 건질 게 없다.
이야기는 중구난방이고 맥락은 초점을 잃은 채 배우들의 연기만 부유한다.
이런 느낌은 과거 그의 작품, '트론: 새로운 시작'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1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단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탑건: 매버릭'에 비하면 장난으로 만든 작품과 다름없다는 혹평도 있었다.
냉정하지만 킬링 타임용 영화도 안 되는 것이 '스파이더헤드'다.
◆ 그래도 배우들은 살아남았다
영화의 완성도가 이렇게 부족하면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에게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이 정도면 '까방권'을 선사해야 한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윤리성도 포기하는 소시오패스 역할을 누구보다 잘 소화했다.
영화 후반부에는 약효로 인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괴로워하는 연기를 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마일스 텔러 역시 약으로 인해 통제 당하는 감정을 잘 묘사했고 갈등의 극에 도달할수록 터져 나오는 분노를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개개인의 연기만 두고 보면 볼만하기 때문에 시청을 끊지 못한 채 희망고문 당한다.
'아, 뒷부분은 더 재밌겠지' 하며 시청을 이어가지만 결국에는 예상한 대로, 실망스러운 끝맺음이다.
'탑건: 매버릭'으로 '스파이더헤드'까지 온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첨언하겠다.
"이런 졸작? 시청을 불허합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 (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2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2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4.4
* 평점 코멘트: 토르가 애쓰지만 결국 아스가르드가 멸망하듯이, 이 영화는 멸망 맛.
공놀이로만 글을 쓰다가 감성을 담고 싶어 독립한 아틀리에 (Atelier), '보고싶어요'는 주구장창 누르면서 정작 땡길 때만 재생 버튼을 누르는 프리롤 칼럼니스트.
https://brunch.co.kr/@boohe97
https://in.naver.com/boohe97
OTT뉴스(오티티뉴스)
서보원OTT평론가
boohe97gmail.com
서보원OTT평론가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