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임신 중절 당사자들의 이야기, ‘레벤느망’

글을 통한 용기있는 고백이 생생히 영화로 옮겨지다
왓챠 익스클루시브: '레벤느망'

안수민 OTT평론가 승인 2022.06.05 07:00 | 최종 수정 2022.06.08 16:27 의견 0
영화 '레벤느망' 포스터(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OTT뉴스=안수민 OTT 평론가] 올해 3월 10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레벤느망'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인 아니 에르노의 고백록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레벤느망'은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갖춘 유망한 대학생으로 교수님,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안(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분)'이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임신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한다.

임신 중지 수술이 불법이었던 당시, 안이 임신 중지 수술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 황금사자상부터 로튼 토마토 지수 100%까지

남자친구를 두고 홀로 임신으로 인한 두려움에 싸인 안(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오드리 디완 감독의 '레벤느망'은 2021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패러렐 마더스' 등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모두 제치고 받은 상이었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레벤느망'은 오드리 디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였음에도 당시 심사위원장 봉준호를 포함해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레벤느망'은 뤼미에르 어워즈, 선댄스 영화제, 세자르 영화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조명을 받았다.

더불어 언론과 평단의 극찬, 로튼 토마토 지수 100% 기록하고 봉준호 감독이 꼽은 2021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 등에 이름을 올리며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같이 보면 좋을 리뷰>
[리뷰] 여성 신체 결정권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 왓챠 '레벤느망'

◆ 평론가에 이어 관객, 원작자 모두를 사로잡은 영화

홀로 임신 중지를 시도하는 안(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이렇게 높은 기대 속에서도 '레벤느망'은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의 냉담한 시선과 낯설지만 같은 경험을 가진 이의 안을 향한 이해는 현실성을 높여 관객이 영화에 더욱 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

당시, 원치 않는 임신으로 대학을 그만두는 주변 여학생들을 보며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안은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수술을 통해 임신을 중지하려 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하루하루 날이 지날 때마다 흐르는 시간을 되짚어 주며 점점 임신 중지 수술이 어려워지고 있는 안의 불안감을 전해준다.

매 순간이 두려운 안은 빨리 지나가 버리는 시간에 식은땀을 흘리지만, 의사는 물론이고 가장 친한 친구들조차 그를 외면한다.

의사는 방관하거나 오히려 임신 중지 수술을 막으려 하고, 친구들은 안을 비난하며 그 상황을 모른 척하거나 두려움에 마음으로는 응원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다.

안을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 바로 그의 '남사친(남자인 친구)'이다.

하지만 안이 성관계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없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그를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이려 한다.

안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은 처음, 그리 아주 잠시 만났지만 수술 경험이 있는 이름 모를 여자였다.

그는 안에게 중절 수술을 하는 사람을 소개해주고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는 인물이지만, 안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걱정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원작 작가인 '아니 에르노' 또한 '레벤느망'에 대해 "진실한 영화"라 극찬했고, 관객도 사회의 부조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영화에 공감했다.

영화는 결말을 향해 갈수록 경험했기에 꺼낼 수 있는 수술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온몸에 힘을 주고, 끝까지 목숨을 걸고 임신을 중단하려는 안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다.

◆ 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

영화 '레벤느망' 스틸컷(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우리나라에서도 임신 중절 수술이 합법화가 된 지는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합법화 전에도 수많은 여성이 자기 삶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할 수 있는 위험한 수술을 감행했을 것이다.

그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받게 됐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과 목표를 위해, 그리고 어쩌면 '한 생명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책임감에서 나온 용기 덕분에 다른 많은 여성이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를 만든 오드레 디완 감독 본인 또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제로 의료적 낙태를 경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벤느망' 원작 도서를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작 도서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감독이 같은 콘텐츠를 다른 형태로 재가공해 그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떨친 상황은 굉장히 많은 의미가 있다.

임신 중절 수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삼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작품, '레벤느망'은 오직 왓챠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7.4

영화 '레벤느망' 등급분류정보(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OTT뉴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