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성 신체 결정권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 왓챠 '레벤느망'

왓챠 익스클루시브 : '레벤느망'

김수진 OTT 평론가 승인 2022.06.07 14:20 | 최종 수정 2022.06.08 16:28 의견 0
영화 '레벤느망'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OTT뉴스=김수진 OTT 평론가] 미국 오클라호마주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유일하게 낙태 금지를 선언했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의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역행하는 셈이다.

오클라호마주의 낙태 금지법안에는 수정 단계의 낙태를 금지하고 고의로 임신한 여성의 낙태 시술을 도운 이를 제삼자가 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응급 상황이나 성폭행,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은 경찰에 신고한 경우 예외적으로 낙태를 인정한다.

보수적인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주들도 잇따라 낙태금지법을 제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성의 신체 결정권이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 임신, 20대 여대생에게 벌어진 최악의 해프닝
1963년 어느 날 작가를 꿈꾸는 문학 전공 여대생 안느(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분)는 병원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임신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여성의 피임과 임신중절은 물론 이를 돕는 사람 또한 처벌하고 있었다. 아이를 지울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안느의 부탁에 의사는 "그런 요구는 누구에게도 하면 안 돼요. 당신을 도우면 함께 감옥에 가니까."라고 차갑게 답한다. 다른 산부인과에서는 심지어 안느에게 태아를 강하게 만드는 약을 임신중절 약으로 속여 처방했다.

함께 달콤한 하룻밤을 즐긴 남자는 임신을 철저히 안느만의 일로 치부했다. 남자는 아이를 지울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안느의 말에 남의 일처럼 "왜?"라는 질문만 반복하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버린다. 안느의 친구들 또한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느로부터 돌아섰다.

<같이 보면 좋을 리뷰>
[리뷰] 임신 중절 당사자들의 이야기, ‘레벤느망’

임신 사실을 알게된 후 고민에 빠진 안느(사진=네이버 영화)

임신 주차가 늘수록 안느는 점점 더 피폐해진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당장 대학을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 부모님과 친구들, 교수님까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바뀔 것이다 등 임신에 대한 공포감이 안느를 괴롭힌다. 결국 임신중절을 위해 위험천만한 민간요법까지 시도하기에 이른다.

과연 안느는 임신중절에 성공해 예상치 못한 '사건(레벤느망)'으로부터 인생을 지킬 수 있을까? 결말은 왓챠를 통해 직접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 왜 여자는 신체 결정권을 사회에 뺏겨야 하나

의사와 상담하는 안느(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안느는 임신에 대해 "언젠가 아이를 갖고 싶어요. 다만 인생과 바꾸긴 싫어요."라고 말한다. 이에 의사는 그저 임신을 받아들이라 설득한다.

안느와 남자가 함께 마주한 일생일대의 사건을 왜 그녀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임신했다고 찾아온 안느를 방에 들일지 말지, 이후에 전화를 받을지 말지를 선택하는 남자처럼 그녀도 아이를 낳을지 고를 수는 없는 걸까?

낙태는 다양한 사회, 문화, 종교적 문제와 뒤얽혀 항상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수정 이후 어느 단계부터 태아를 사람으로 인식해야 하는 가는 늘 따라오는 문제다. 낙태가 합법화되면 성적으로 문란해질 것이란 억측도 여전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태아 이전에 여자, 인간이 존재한다. 여성은 삶을 지키기 위해 자기 신체 결정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엄중한 낙태법이 낙태율 감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도 의심스럽다. 예상치 못한 임신의 책임을 처벌해 오롯이 여성에게 짐 지우기보다 피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 고등학생 커플의 임신 장면이 논란이 됐다.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 의사를 밝힌 고등학생 임산부에게 굳이 아기 초음파를 보여주고 심장 소리까지 듣게 하는 장면은 보는 필자까지 죄짓는 기분이 들게 했다.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낙태하는데도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하고 죄책감을 씌우려는 사회적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며 2021년부터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법의 효력이 상실됐다. 그러나 새로운 관련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으며 시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제 사회가 여성을 인간이 아닌 (예비) 엄마로만 보지 않기를, 여성이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을 오롯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편, 영화 ‘레벤느망’은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점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점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점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점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점

→ 평점: 6.6

'레벤느망' 등급분류정보(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OTT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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