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여운 OTT 2기 평론가] 왓챠 익스클루시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어쩐지 최승호 시인의 '북어'와 닮아있다.
'북어'는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태도에 비판적 성찰을 가하는 시다.
작가는 말라 찌그러지고 빳빳해진 북어를 '막대기'에 비유하며, 그 막대기와 같이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의 입장일 뿐이다.
북어에게로 시선을 투영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후반부 "너도 북어지"라는 반복적인 외침은 비판정신을 잃고 무기력하게 굴종하며 살아가던 화자뿐만 아니라 독자인 우리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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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감정이 있다.
말로 표현했을 때보다 더 강력한 울림을 남기기도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도 그런 마력이 잘 담긴 작품이다.
직접적인 대사 보다 눈빛, 표정, 호흡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들이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죽은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 분)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였던 가후쿠와 오토.
하지만 가후쿠가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갑작스럽게 아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가후쿠는 아내가 왜 외도를 하게 됐는지 그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이별을 맞는다.
그로부터 2년 뒤, 히로시마에서 작품 연출을 맡은 가후쿠는 차 안에서 죽기 전 아내가 녹음한 대사 테이프를 들으며 연극을 연습한다.
그런 가후쿠의 차를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가 운전한다.
미사키를 처음 만났을 때 가후쿠는 자신의 차를 다른 사람이 운전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도 둘 사이에 이렇다 할 특별한 사건은 없다.
하지만 함께 한 시간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는 미묘하게 쌓여간다.
초반엔 항상 뒷자리를 고수하던 가후쿠는 어느새 조수석에 앉아 미사키와 대화를 나누고, 그를 챙긴다.
자동차 안에서의 위치 변화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볼 정도로 가까워진 둘 사이를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특히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던 가후쿠가 미사키와 함께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마음을 열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사람이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어쩌면 죽은 아내가 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가후쿠가 미사키를 통해 삶에 대한 의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작품 내내 가후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아내의 불륜을 목도하고 연이어 아내의 사망까지 겪은 가후쿠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뚜렷하게 느낄 수 없다.
대신 가후쿠가 연습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가후쿠는 요코의 목소리로 "우린 고통받았다. 눈물이 난다"라는 대사를 연습한다.
이때 녹내장을 앓던 가후쿠는 안약을 한 방울 넣는데 "눈물이 난다"라는 대목에서 안약 한 방울이 떨어진다.
연극의 대사를 통해 가후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극 말미 가후쿠가 연출한 연극의 피날레가 나오는데, 이 때 나오는 대사 역시도 가후쿠의 심정을 대변한다.
한 여인이 가후쿠가 연기한 캐릭터를 안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마치 죽은 오토가 가후쿠를 달래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5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9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5
→ 평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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