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반엔 야릇하게, 결말은 지독하게 '티탄'

왓챠 오리지널: '티탄'

박정현 승인 2022.04.02 07:00 의견 0
영화 '티탄'의 포스터(사진=왓챠). ⓒOTT뉴스


[OTT 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이 영화, 오직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왓챠 익스클루시브'다.

넷플릭스든 왓챠든, 그 어떠한 OTT 플랫폼이든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에 주목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하던 필자를 매료시킨 건 딱 하나, 이 영화 '티탄'의 포스터였다. 어딘지 강인해 보이는 여성의 옆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톤을 활용한 포스터는 이미지부터 강렬했다.

게다가 제목이 '티탄'이라니 그리스신화 속 올림포스 신들에 의해 멸망한 거인족 '티탄'이 떠올라 불꽃처럼 호기심이 타올랐다.

스토리부터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어릴 적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후 머리에 티타늄을 이식한 여성 알렉시아(아가트 루셀 분)가 사건에 휘말린 상태로 소방 대장 뱅상(뱅상 랭동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쯤에서 눈치를 채거나, 혹은 미리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영화 타이틀의 '티탄'은 '티타늄'을 뜻하기도 한다.

머리에 티타늄을 이식한 알렉시아(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내구성이 뛰어난 금속 '티타늄'을 뇌에 심고 있는 탓인지 영화 초반부 알렉시아는 인간이라기에 너무도 이질적이라 차라리 로봇에 더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레이싱모델로 섹시한 춤을 추면서도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얼굴도 그렇지만, 대시하는 남자에게 키스하면서 동시에 흉기로 그를 살해하는 단호함에서 특히 그러했다.

부모로부터 감정적으로 충만한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뇌 속에 티타늄을 심은 탓인지 알렉시아가 성적 이끌림을 느끼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다.

자동차와 성적 교감을 나누는 야릇한 장면도 영화 내에 포함돼 있으며, 이 충격적 교합의 결과로 알렉시아는 임신해버린다.

자동차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배다니 무슨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진실로 그러하다.

이해할 수 없는 성욕 만큼이나 기괴할 정도로 살육을 일삼던 그녀는 임신한 상태로 경찰에 쫓기게 되자 또 한 번 기이한 선택을 한다. 10년 전 실종된 소년 아드리앵으로 위장해 그의 아버지이자 소방 대장 뱅상(뱅상 루셀 분)의 집을 은신처로 삼는 거다.

어딘가 응시하는 알렉시아의 옆모습(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여기까지 간략한 스토리 요약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면 실제 영화를 보면 더 놀랄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포스터에 끌려 아무런 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버스 안에서 영화를 켰다가 흠칫 놀라서 정지 버튼을 눌렀다.

영화 초반부에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있으므로 부모님이나 어색한 상대와 함께 감상하거나 필자처럼 당황하는 일은 겪지 않도록 당부의 말을 남긴다.

그러나 이 영화 '티탄'은 마냥 파괴적이고 선정적이기만 한 정도에서 끝나진 않는다.

인간적인 감정교류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아온 알렉시아가 아들을 잃은 아버지 뱅상의 무한 신뢰와 애정을 받으며 조금씩 변화한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여길 만한 알렉시아를 아드리앵으로 대하며 못 다준 사랑을 주는 그의 모습은 애잔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한때는 강인했을, 지금은 병약한 몸으로 버티며 사는 소방대장 뱅상의 부성애가 알렉시아의 팍팍한 삶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보며 필자는 팍팍한 일상 속에 잊어 왔던 말랑말랑한 감성을 떠올렸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장 뱅상(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코로나19가 3년째 끝나지 않는 갑갑한 일상에서 도피하고자 필자 역시 박진감 넘치거나, 생각 없이 웃을 만한 콘텐츠를 찾아왔지 감성적인 콘텐츠는 거의 보지 않았다.

손에 닿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쩐지 심적 박탈감이 느껴져서였다. 그랬기에 더더욱 필자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이 작품을 택할 때만 해도 기대하지 않았던 감정의 소용돌이에 잠시간 잠겨있었다.

​이 영화 '티탄'에는 파괴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하고, 취향을 타기 쉽다.

어쩌면 최악의 영화가 될 수도 있지만, 강렬한 장면들을 한꺼풀 덜어내고 두 사람, 알렉시아와 뱅상의 감정선에만 집중하면 누가 알겠는가? 전에 없이 감정적으로 풍성하고 저릿한 당신만의 명작으로 길이 남을지도 모른다.

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목할 만한 포인트 몇 가지만 소개한 만큼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단언컨대 보고 나면 강렬한 장면의 여운과 끈적끈적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잠시간 헤어나올 수 없을 테고, 찝찝한 기분도 들 것이다. 가볍게 웃고 즐기면 끝나는, 스펙타클한 액션씬만 가득한 영화에 질린 당신이라면 왓챠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해볼 것을 권한다.

◆ OTT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9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7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8

→평점: 7.6

* 평점 코멘트: 캐릭터가 잘 구축돼 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다. 스토리상 몰입도와 감동은 있었지만, 이 영화는 필자의 취향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잔인한 편이라 재미는 다소 떨어졌다. 음악은 무난했고, 미술과 촬영은 영화에 잘 어울렸지만 '탁월하다'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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