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른, 아홉'과 넷플릭스 '지금부터 시작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부터 시작일까>
넷플릭스ㆍ티빙 <서른, 아홉>

초록생 승인 2022.04.01 11:18 의견 0
'지금부터 시작일까', '서른, 아홉 '포스터(사진=넷플릭스, JTBC). ⓒOTT뉴스


[OTT뉴스=초록생 OTT2기 리뷰어] '언제쯤 내 인생의 안정기가 찾아오는 걸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질문이다.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엔... 혹은 그 나이 즈음엔... 하는 희망의 상상을 품으며 현재를 버텨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저마다의 '끝'을 앞두고 있는 '중년의 그녀들'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일까', 언뜻 보기엔 인생의 안정된 시기에 정착한 듯 보이는 중년이 된 '네 친구'의 삶에는 저마다의 파도가 휘몰아친다.

'서른, 아홉',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는 막을 수 없이 예정된 이별을, 슬픔 대신 신나고 행복하게 보내고자 고군분투한다.

여성을 중심인물로 내세우는 작품이 많아지고 흥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요즘, 중년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여전히 흔들리는 삶을 다룬 두 작품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1화 마지막 장면에서 해변을 바라보는 네 친구(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두 달 전'으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LA의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는 프랑스인 쥐스틴(줄리 델피 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어느 날 쥐스틴의 레스토랑 대표는 그녀에게 레시피북 집필을 권한다.

그녀의 레시피가 담긴 그냥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하나 건져보자는 심산이었을 대표의 생각과는 다르게 쥐스틴의 글에는 그녀만의 감성이 담긴다.

건축가인 남편과 마음씨가 고운 착한 아들과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그녀의 파도 같은 일상의 현실적 감각이 요리 레시피북 곳곳에 묻어나는 것이다.

1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각 회차의 끝마다 쥐스틴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레시피가 일기처럼 흘러나오는데, 좋아서 기록하고 싶은 대사들도 참 많았더랬다.

이 레시피북의 끝이 어떻게 맺어질지도 끝까지 지켜보길 바란다.

한편 쥐스틴만큼이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3명의 친구들의 삶도 재미있다.

엘(알렉시아 렌도 분)은 아이 셋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런데 이 세 아이들의 인종이 모두 다르고, 세 명의 남편들과는 모두 이혼을 한 상태이지만 양육비를 보내주는 전남편이 1명뿐이라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걸핏하면 홧김에 일을 관두거나 옆길로 새 버리는 엘과 우당탕탕 세 아이들의 집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남편들이 집안에 자유롭게 왕래하며 아이들과 만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참으로 미국스러운(?) 설정이다.

대마초를 즐기는 앤(엘리자베스 슈 분)은 부유한 어머니로부터 받은 부로 의류 사업을 하는 등 친구들 중 가장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일을 하지 않는 열 살 어린 남편과, 하나뿐인 아들 거기에 베이비시터까지 고용하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시험 별거를 하자는 남편의 통보를 계기로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또 다른 친구 야스민(세라 존스 분)은 남편도 가족도 친구들도 모르는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현재는 한가롭게 집안 살림을 하고, 남편을 돕고, 아들을 살뜰히 챙기는 주부가 됐지만 과거 그녀는 국가 비밀요원으로 일했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듭하며 완전히 경력 단절 여성이 되어버린 야스민의 삶은 건조하고 예민하고 우울하다.

그런 그녀에게 비밀스러운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며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식 표현으로 '반 백살'을 살아낸 그녀들이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정하다.

부부 관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영원히 아이로 남아주길 바라는 아이들은 애석하게도 부모의 불안과 예민을 모두 느끼고 해석할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일은 일대로 풀리지 않고, 자존감마저 위태로워지는 쉰 언저리의 그녀들.

전반전 끝! 이제 후반전 시작이라고 외치는 듯한 그녀들의 인생은 정말 "지금부터 시작일까?"

네 친구와 자녀들이 산책하던 장면(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우리에겐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줄리 델피가 각본 및 제작 그리고 배우로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부터 시작일까'.

30분 남짓한 에피소로 이루어져 있는 본 시리즈는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찡그리다 결국엔 웃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거나 잔잔한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취향 저격일 것이다.

갈등에 불을 지피며 끝을 낸 만큼 시즌 2가 나오지 않을까 소박하게 기대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녀들의 인생 후반전을 지켜보고 싶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부터 시작일까'를 추천한다.

◆ 역사상 제일 신나는 시한부가 되어줘!

마흔을 앞둔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서른, 아홉' (사진=JTBC). ⓒOTT뉴스


1회부터 장례식 씬이 등장하고 기자회견 때부터도 '시한부'를 선고받은 친구와 그들의 우정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할 것을 예고했던 드라마 '서른, 아홉'.

필자는 한국 드라마에 한해서는 완결이 나지 않은 드라마를 동시에 보는 일이 극히 드물다.

보통 1시간 이상인 러닝타임을 매주 기다려가며 봐야 한다는 것에도 큰 정신 소모를 느끼지만, 흡족하게 완결을 맞이하는 작품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10회 즈음 도중하차 이력이 참 많다.

그런 필자가 '서른, 아홉'을 실시간으로 달리기로 결정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한 씬 때문인데, 바로 4화에서 정찬영(전미도 분)이 김진석(이무생 분)에게 자신의 시한부를 고백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는 이전 회차를 보지 않았음에도 단숨에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힘이 있었고, 여러 매체로 수많은 슬픈 장면을 보았지만 이토록 현실감 있는 눈물과 반응이 있었던가 놀라웠다.

서른아홉의 세 친구들은 여전히 젊고, 일도 사랑도 우정도 가족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넘쳐난다.

무엇하나 끝맺지 못한 시점에서 자신의 끝을 받아들여야 하는 찬영이와, 그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친구들 미조(손예진 분)와 주희(김지현 분)는 시청자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찬영이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또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 혹은 가족이 찬영이와 같은 입장이라면 난 어떨까?' 하고 말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내가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난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갈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드라마 방영 초기에 불륜ㆍ접대부 미화 논란이 있었음에도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삶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이 드라마!

힘든 시기를 견뎌낼 소소한 힐링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바로 어제 3월 31일 종영을 맞이한 드라마 '서른, 아홉'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 OTT지수(10점 만점)

'지금부터 시작일까'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10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8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9

→ 평점: 8.8

* 평점 코멘트: 영화를 보는 듯한 색감과 분위기가 인상적.

'서른, 아홉'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8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6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7

→ 평점: 7

* 평점 코멘트: 생각해 보게 만드는 주제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극호지만, 호흡이 지나치게 긴 장면들이 있어 스토리 점수를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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