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영화 포스터를 보는 순간 불안해지는 영화가 있다.
다년간 겪어본 영화 실패의 경험을 되새겨 보게 만드는, 어딘지 '망작' 삘이 나는 영화! 필자에겐 <해적: 도깨비 깃발>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아, 잠깐? 시작부터 까고 시작하네...' 하는 분들의 시간을 아껴드리기 위해 딱 잘라 말하겠다.
이번 리뷰는 85%의 까기와 15%의 칭찬으로 구성돼 있다.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할 무수한 이유가 있지만, 그런데도 이 영화가 넷플릭스를 홀린 이유가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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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망작에 가까운지, 어떤 점이 본받을 점에 가까운지 알고 보면 다소 혼란스러운 영화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법! 본 리뷰를 끝까지 보고 재생 버튼을 눌러본다면 필자로서는 만족이다.
첫째, 이 영화는 대체 장르가 무엇인가
넷플릭스 내 영화 소개에는 장르가 '코미디'로 돼있고, 다음 영화 소개에선 '어드벤처·액션·코미디'로 돼있으며, 네이버 영화는 '액션·코미디·모험'이란다.
전체적으로 해적을 중심으로 한 '어드벤처·모험·액션'의 서사를 취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영화라는 의미일 것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무치의 의적단과 해랑의 해적단이 티격태격하며 동고동락하는 한 해적선이 고려의 보물을 찾아 나서는 위험천만한 모험기를 다루고 있다.
이 경우라면 캐릭터, 사건을 활용해 코믹함을 주면서도 '보물찾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텐데 이 영화는 장르 소개에도 없는 '로맨스'에 집중한다.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 분)가 죽음의 위기에서 자신을 구하고, 의적단 무리를 해적선에 받아준 단주 해랑(한효주 분)에게 반하는 것부터 두 사람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화해 사랑을 확인하는지까지 영화 전반을 할애한다는 소리다.
스펙타클하게 이뤄져야 할 모험, 액션 사이에 자꾸 말랑말랑한 감정선이 투입되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칼이 오갈 때도 긴장감이 전혀 없고, 모험이 줄 수 있는 재미와 로맨스가 주는 재미 둘 중 무엇도 얻지 못한다.
둘째, 이것이 과연 코미디라고 할 만한가
자칭 '고려 제일검' 무치는 이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를 살리는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어딘지 모자라 보이는 포지션으로 몸개그를 끝없이 선보이면서 "누구 한 명은 꼭 웃겨야지!"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해적단과 의적단 사이의 말다툼과 액션씬도 애잔할 만큼 끝없이 무언가를 시도하지만 웃음 승률은 낮다.
몸개그보다는 상황으로 웃겨야 하는데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빌드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상황을 만들어서 웃기는 시추에이션 코미디를 참 좋아하고, 특히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즐겨봤던 사람이라는 사족을 덧붙이며 이 파트는 마무리하겠다.
셋째, 악인이 너무 약하지 않은가
모험이 재미있으려면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인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고려가 멸망한 시점에서 자칭 '고려 제일검'인 무치와 왜구선을 약탈하는 '착한' 해적 단주 해랑이 주인공인 만큼 부흥수(권상우 분)와 그 일당을 악인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악인이 보물찾기를 방해하는 정도가 예상 가능한 수준이고, 그 악행이 너무도 순한 버전이어서 모험을 보는 재미가 감소했다는 지점에 있다.
무언가 할 것 같은 분위기는 다 조성해놓고 정작 주인공 일행과의 싸움에서도 쉽사리 밀리고, 보물 역시 우연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찾게 되다 보니 흥미가 반감됐다.
악인은 약한데 주인공 일행은 너무도 강해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랐음에도 불사조 같이 살아난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필자가 홀로 분석해본 이 영화의 15%에 해당하는 장점을 말해보겠다.
첫째, 히로인 해랑의 활약이 강하고 볼거리가 많다.
액션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여성의 액션물도 많이 제작되는 추세다.
이 영화의 경우 무치와 비등하게 액션을 소화하는 해랑을 등장시켜 액션적인 재미를 좀 더 높였다.
또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액션씬을 화려하게 연출했으며,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효과를 가미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둘째, 망국, 고려 황실의 보물이라는 점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미 멸망해버린 황실과 보물을 엮는 순간 궁금증은 높아지기 마련!
장르 면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불필요한 말장난 장면을 다 제거한 이후에 모험의 재미를 살리는 흐름으로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였다.
필자의 마음을 또 한 번 복잡하게 만든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바로 볼 수 있다.
화려한 볼거리가 필요한 날에, 모험과 코미디, 로맨스가 다 섞이면 어떨지 궁금하다면 재생버튼을 눌러보도록.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7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4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5
→평점: 5.6
* 평점 코멘트: 연기 구멍 없이 모두가 애썼으나, 캐릭터나 스토리가 다소 엉성해 평상시보다 연기력이 부족해보이는 배우들이 있었다. 음악·미술·촬영의 경우 큰 특이사항 없이 무난한 편으로, 신경쓴 듯하나 특출나다고 느끼진 못했다. 스토리는 탄탄한 구성과 흥미로운 캐릭터, 탁월한 연기 3박자가 맞았을 때 좋다고 할 만한데 이 영화는 셋 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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