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여운 OTT 평론가] 1960년, 대통령 이승만은 12년간 지속한 장기집권체제를 연장하고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에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대규모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이는 대규모 시위를 자초했다.
마산(현 창원시)에서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물결이 일어났고, 4월 19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해 '혁명'으로 발전했다.
3·15 의거처럼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에 대응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62년이 지난 현재, OTT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이야기로 탄생하고 있다.
현실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대결 상대는 제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아내의 죽음에 살인이라는 그릇된 방식으로 아파한다.
또 어떤 이는 살인을 위한 게임에 자신을 참가시킨 자를 찾기 위해 출근길 열차에서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인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기 위해 미인대회에 참가하는 남자도 있고, 하루 아침에 살인자로 몰려 감방 신세를 지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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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을 믿고 싶지 않은 남자의 살인,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중동으로 파견돼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덴마크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캘슨 분)는 우연을 믿고 싶지 않은 남자다.
아내 에마(안네 비르키테 린)와 딸 마틸드(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버그 분)가 열차 충돌 사고에 휘말리면서 그는 아내를 잃는다.
그의 앞에 구세주처럼 아내와 같은 열차에 탔던 오토(니콜라이 리 카스 분), 데이터분석가 에멘탈러(니콜라스 브로 분), 해커 렌나르트(라르스 브리그만 분)가 나타나고, 이들은 마르쿠스에게 아내의 죽음이 사고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때부터 마르쿠스는 열차 사고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암살 계획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터무니없는 확률이지만,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암살자를 찾아 인과관계를 조합한다.
이들은 본인들이 맞다고 믿는 게 착오일 가능성을 무시한 채, 사람을 의심하고 시나리오에 끼워 맞춘다.
암살자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살인과 납치,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레임에 갇힌 마르쿠스에게 영화는 우연히 발생한 사고를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도움을 받으라고 말한다.
극 전개 내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냉혈한' 마르쿠스가 뒤늦게 현실을 지각하고 욕실에서 울부짖는 장면은 그가 아내의 죽음에 얼마나 상심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이웃을 구해낸 영웅의 이야기, <커뮤터>
매일 통근 열차를 타는 보험 판매원 마이클 맥콜리(리암 니슨 분)는 처음 보는 여자 조안나(베라 파미가 분)로부터 기이한 제안을 받는다.
화장실에 가면 2만 5,000달러가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다.
게다가 콜드 스프링 역에 도착하기 전에 '프린'이라 불리는 사람을 찾으면 7만 5,000달러를 추가로 준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1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달콤한 유혹에 긴가민가 하던 마이클은 화장실에서 조안나가 말한 2만 5,000달러를 발견하고는 그의 말을 믿는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마이클은 가족을 인질로 잡은 조안나의 협박에 그의 지시를 따라 프란을 찾는다.
조안나의 지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자 마이클 주변인들이 하나둘 죽는다.
그때부터 마이클은 매일 출근길에 보던 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프린의 정체는 무엇이며 조안나는 왜 프린을 찾는 것일까.
돈 없고 신뢰받지 못하던 가장에서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시민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히어로가 돼가는 마이클의 모습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 성 소수자의 용기, <미스>
영화 <미스>의 주인공 알렉스(알렉상드 르 웨터)의 대결 상대는 대중의 편견이다.
일흔의 나이에 발레리노를 꿈꾸는 노인을 그린 드라마 <나빌레라>처럼 "너는 안 돼"라는 전제가 <미스>의 배경에 깔려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성을 발휘하던 알렉스는 여성의 분장을 했을 때 나다움을 느낀다.
알렉스는 남자로서 '미스 프랑스'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미스>는 판타지물이 아니다.
꽤나 현실적으로 주제의식에 접근한다.
여성 흉내를 내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남성이라는 걸 들킬 뻔한 위기에서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극적인 쾌감도 선사한다.
알렉스가 혼자가 아닌 '연대'를 통해 꿈을 이루는 서사 구조도 의미가 있다.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지닌 이는 사회적으로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런 이들에게 심적인 위로를 건네는 캐릭터를 그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하숙집 주인 욜란드(이사벨 낭티 분)는 알렉스를 자식처럼 챙겨주고, 매춘부로 일하는 성 소수자 롤라(디보 드 몽타렝버 분)는 알렉스를 친구로 대해준다.
이외에 아만다(파스칼 아르비요 분)는 알렉스의 정체를 눈치채고도 계속 그를 응원해주고, 그가 동료들과 편견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알렉스가 알렉산드리아가 돼 미스 프랑스에 뽑히고, 실력과 매력으로 공평한 평가를 받고, 세상 앞에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드라마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 하루 아침에 살인범이 된 대학생의 절규, <어느 날>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에도 기막힌 상황에 닥친 캐릭터가 등장한다.
김현수(김수현 분)는 하룻밤의 일탈로 평범한 대학생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교도소에 입소한다.
현수가 맞서는 상대는 무려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다.
<어느 날>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홍국화(황세온 분)를 죽인 진짜 범인 찾기가 아니라 사법 시스템의 허점이 만든 희생양이다.
법정을 실적 쌓기를 위한 전장으로 활용해, 정작 진실은 저 뒤편으로 물러나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건드린다.
<어느 날>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위해 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고 가는 형사, 검사와 합심하는 재판부, 언론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실제로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며 아이처럼 울던 현수는 어느 순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변한다.
또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에서 억울해하던 현수는 그 지독한 일들을 겪으며 이제 하품을 할 정도로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도 <미스>처럼 조력자가 있다.
잡범들을 변호해 먹고사는 삼류 변호사 신중한(차승원 분)과 교도소 내 먹이사슬 최상위 권력자 도지태(김성규 분)가 현수의 조력자다.
제대로 항변도 못 하던 현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는 자신을 바꿔나간다.
교도소 실세 도지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변호하는 신중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연다.
원작은 2008년 영국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로, 어느 소시민이 사법제도 아래에서 느끼는 위협과 공포를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웨이브와 왓챠에서, <커뮤터>는 넷플릭스, <미스>는 웨이브, <어느 날>은 쿠팡플레이에서 만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어느 날'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9.5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9.5
3. 음악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9.5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9
→ 평점: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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