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정현 OTT 2기 리뷰어] 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앞길만 보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다.
어른이 되고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을 스스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여겼던 어느 날, 내 현재 위치가 어디쯤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른이 된 나는 어릴 적 꿈꿨던 어른과는 꽤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 꿈꿨던 장래 희망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그저 한낱 돈 버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 나 자신을 보게 됐다. 그러다 번아웃까지 겪게 됐다.
자신의 의지대로 점심 메뉴를 먹을 수 있는 '나의 인권, 나의 자유, 나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보쌈을 먹다 10년 다닌 직장을 갑자기 그만둬버린 남금필(박해준 분)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정말 대책 없이 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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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티빙 오리지널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그래선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약간은 무책임한 이 남금필이라는 캐릭터가 왠지 낯설지 않다.
사실 드라마 속 남금필은 아버지와 고등학생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절대 퇴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금필은 아버지도 딸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이 누릴 권리와 자유를 선택했다.
그리고 결과는?
퇴사 후 석 달이 지나도록 이발소를 하는 아버지 남동진(김갑수 분)의 집에 기거하며 딸 상아(박정연 분)에게 용돈을 타 쓰며 빈둥거리는 철없는 44세 백수일 뿐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다.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압니다. 한심한 백수라고 생각하시죠? 저는 백수가 아니라 자아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답답한 아버지 동진은 한마디 쏘아붙인다.
손녀 상아 학원비를 석 달째 내가 내고 있다, 상아에게 용돈을 준 게 언제인지 기억하느냐며 삼류 아빠라고 나무란다.
그 말에 금필은 딸에게 무책임한 아버지인 것 같아 약간은 뜨끔했던 모양이다.
겉으론 불안하지 않다며 여유롭게 말하던 그였지만, 사실 그는 꿈에서 신에게 위안을 받고 싶을 정도로 자신의 현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만난 한 웹툰 작가로 인해 꿈이 생긴 남금필은 돌연 웹툰 작가를 하겠다고 모두에게 선언한다.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금필은 사랑하는 딸에게 돈까지 빌려 가며 태블릿을 구입한다.
돈을 빌려달라는 금필에게 무덤덤하게 알겠다고 말하는 딸 상아의 모습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철없는 아빠 때문에 혼자 어른이 돼버린 상아가 측은하다.
도대체 그놈의 자아 찾기가 무엇이길래 하나뿐인 딸에게 자존심을 굽혀가며 돈을 빌린단 말인가.
이런 최강 멘탈의 배짱이 남금필을 보면서 그나마 나는 그보다는 좀 낫지 않냐는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세상 해맑고 긍정적이며 주변 시선 따윈 겁내지 않는 금필의 모습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다소 허황돼 보일지라도 웹툰 작가라는 확고한 목표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천하는 금필의 모습이야말로 진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세상 한심하고 찌질한 아들이자 아버지인 그가 앞으로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깨지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좌절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때마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기며 다시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방황하는 44춘기 남금필의 자아 찾기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오직 티빙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OTT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7
→ 평균: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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