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란시스 맥도먼드, "여성들이여 연대하라!"

왓챠: <블러드 심플>
디즈니플러스: <쓰리 빌보드>, <노매드랜드>, <프렌치 디스패치>

강지우 승인 2022.03.10 15:13 | 최종 수정 2022.03.11 12:27 의견 0
(왼쪽부터)<블러드 심플>, <쓰리 빌보드>, <노매드랜드>, <프렌치 디스패치>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3번의 노미네이트, 그 3번 모두 수상한 전설의 배우가 있다.

그 전설의 배우는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며 세계의 여성들에게 "서로 둘러보라. 우리에겐 모두 이야기가 있다. 여성들이여 연대하라"라고 외친 배우이기도 하다.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라는 강렬한 두 단어를 남기며 당시 미투 운동에 휩싸였던 할리우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그 배우의 이름은 바로 프란시스 맥도먼드.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인클루전 라이더'란, 영화를 제작할 때 배우·제작진 등의 인종적, 성적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내용의 계약조항이다.

즉, 영화 제작 과정에서 여성, 소수 인종, 유색인종, 장애인 등을 'Inclusion(포함)' 하자는 뜻이 담긴 단어다.

이번 대선은 그 이전 어떤 때보다 여성혐오로 점칠된 대선이었고, 공교롭게도 대선 전날인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선이 드디어 끝났다.

새로운 대통령이 여성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며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 특집 리뷰를 작성했다.

[관련 기사]

● [리뷰] 모든 과거의 순간에 보내는 인사, <프렌치 디스패치>

◆ 코엔 형제와 프란시스 맥도먼드, 환상의 조합 - <블러드 심플>

<블러드 심플> 포스터와 프란시스 맥도먼드(사진=다음 영화).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밈과 캐릭터를 탄생시킨 유명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탄탄한 빌드업으로 극을 이끌어가다가 마지막에 터트리는 힘이 대단한 거장 코엔 형제의 작품이다.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주연 애비 역을 맡은 이 <블러드 심플> 또한 코엔 형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연기하기로 유명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싱그러운 젊음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코엔 형제 중 형인 조엘 코엔과 인연을 맺게 됐다니, 그 둘의 캐미가 어떻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는지 궁금하다면 <블러드 심플>을 감상해 보자!

◆ 강렬한 세 마디, 강렬한 연기 - <쓰리 빌보드>

<쓰리 빌보드>포스터와 프란시스 맥도먼드(사진=다음 영화).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종 부문 상을 휩쓴 화제의 작품 <쓰리 빌보드>는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아닌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는 상상도 가지 않을 만큼 프란시스 맥도먼드를 위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세상에 세 마디를 던지는 것.

"Raped while dying"(강간당하면서 죽어갔다)"

"And still no arrests?"(그리고 아직도 못 잡았어?)

"How come, chief Willoughby?"(어떻게 된 거야, 윌러비 서장?)

이 뿐만 아니라, <쓰리 빌보드>에서는 표정 없는 얼굴에서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울지 않아도 울고 있고, 소리치지 않아도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쓰리 빌보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떠도는 삶, 만남과 헤어짐, 그들의 이야기 -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 포스터와 프란시스 맥도먼드(사진=다음 영화).

때때로 견디기 힘든 감정이 몰아칠 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 문득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다시 찾아보고 싶은 영화야말로 '인생 영화'가 아닐까?

필자에게는 <노매드랜드>가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꼭 정도를 걸어가지 않아도 나만의 길을 걸어가도 괜찮다는 힘을 얻은 영화다.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작은 밴과 함께 세상을 떠돌며 사는 노매드(nomad-유목민)들의 삶을 통해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이 출연하는데, 그들이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배우인지 모르고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눴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어떤 메시지를 얻고 싶거나 생각하고 싶을 때가 아닌 그냥 무언가를 느끼고 싶을 때, 그 감정이 뭔지 말할 수 없어도 뭔가가 느껴지는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노매드랜드>를 보는 것이 어떨까?

◆ 한 편의 영화로 한 권의 잡지를 완성하다 - <프렌치 디스패치>

<프렌치 디스패치> 포스터와 프란시스 맥도먼드 전용 포스터(사진=다음 영화).

웨스 앤더슨은 몰라도 <그랜드 부다페스트>의 환상적인 색감과 포스터는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여러 예술 작품을 모아 영화로 만든 듯한 웨스 앤더슨의 작품은, 내용이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아도 시각적인 만족감만큼은 101% 느낄 수 있다.

사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대사가 매우 빠르고 자막까지 빨리 지나가서 여러 번 감상하지 않으면 내용 파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매혹적인 색감과 독특한 구도, 웨스 앤더슨만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 권의 잡지를 읽은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기에 약간의 배경지식을 파악하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 여성의 날'과 대한민국의 대선이 끝난 지금,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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