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경쟁 과열 '콘텐츠 홍수'에 소비자 '스트레스'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불법 다운로드' 받는 상황도
OTT 플랫폼 콘텐츠 공개 방식 '변화'에 나서

편슬기 승인 2022.02.24 13:41 | 최종 수정 2022.02.24 14:14 의견 0

OTT 시장 선점을 위한 플랫폼 간 경쟁이 과열되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대신 볼 게 많으니 피곤하다며 스트레스를 호소 중이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OTT 플랫폼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왓챠, 시즌, 쿠팡플레이, 라프텔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전문ㆍ소형 OTT 플랫폼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현재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는 약 1,0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기존 구독자의 서비스 이탈을 방지하고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효한 전략으로 떠오른 것은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밀려드는 콘텐츠 홍수에 피로감 호소(사진=OTT뉴스).


■ 1인당 평균 구독 2.7개 '신작'만 매달 수십여 편

경쟁에 불이 붙으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홍수'라 불러도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으로 어떤 플랫폼에서 무슨 작품을 먼저 봐야 할 지도 고민이다.

지난달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자들이 1인당 평균 2.7개의 플랫폼을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에 가까운 플랫폼을 구독하면 한 달에 새로운 콘텐츠가 몇 개나 나올까?

2022년 1월 기준으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 16편 ▲드라마 14개 작품(90편) ▲애니메이션 2편(14편) ▲예능 3개작(24편) ▲다큐멘터리 1편을 공개했다.

웨이브에서는 ▲오리지널 드라마 2개 작품(14편) ▲예능 1개 작품(1편)을 선보였다. 티빙은 ▲오리지널 드라마 1개 작품(6편) ▲예능 3개(6편) 작품을, 왓챠에서는 ▲오리지널 영화 1개작(4편) ▲드라마 1개작(4편)을 선보였다.

플랫폼 세 군데에서 1월에만 선보인 작품 수가 150편을 가볍게 넘긴다.

이 중 기대작 내지는 화제작은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9편)>과 웨이브의 <트레이서(8편)>, 왓챠의 <좋좋소 시즌4(4편, 1월 기준)> 등으로 시청자들의 평이 좋은 작품만 추려내도 적지 않은 숫자다. 여기에 TV 종영작과 극장 영화 콘텐츠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

대부분이 넷플릭스 제작이긴 하나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 및 제작 기조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콘텐츠 홍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OTT 피로를 호소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사진=트위터캡쳐).


■ OTT 플랫폼도 많고 볼 작품도 많고..."지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NS를 비롯한 각 커뮤니티에서는 봐야 할 OTT 작품이 너무 많아 지친다는 내용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트위터에서도 "OTT가 너무 많아 몸이 모자라다", "작품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다" 등의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총 4개의 OTT 플랫폼을 구독 중인 직장인 A씨는 "보고 싶은 작품들이 여러 OTT에 나눠져서 서비스 하다 보니 여러 개를 한 번에 구독하게 됐다. 하지만 오히려 볼 게 많다 보니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한 달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는 플랫폼도 있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OTT 피로감으로 인해 OTT 플랫폼을 기피하고 불법 토렌트를 이용해 보고 싶은 콘텐츠만 골라 다운로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23일 본지가 보도한 '일론 머스크, OTT 플랫폼 불편함 토로' 기사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OTT 플랫폼의 홍수와 기대작의 연이은 출시로 불법 사이트를 찾게 된다는 내용은 OTT 플랫폼을 비롯한 제작사 등이 간과해서는 안 될 현상이다.

외신 CNET(씨넷)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지적했다. 무한한 콘텐츠를 쏟아내는 많은 플랫폼과 작품의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넷플릭스 특유의 방식으로 인해 시청자가 느끼는 압박감에 대해 서술했다.

비디오 프로듀서 아브라 알 하이티는 "현재 콘텐츠 시장 풍경은 시청자들이 스포일러에 노출되거나 광고를 놓치지 않도록 가능한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려 광란의 질주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시청으로 긴장을 푸는 게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불평하고 있다는 사실은 플랫폼의 콘텐츠 공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OTT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대신 볼 게 많으니 피곤하다며 스트레스를 호소 중이다. (사진=펙셀)


■ 시청자가 숨 돌릴 여유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이런 현상을 의식한 것인지 기존 OTT 플랫폼들의 작품 공개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기묘한 이야기> 시즌4를 두 개 파트로 나눠 공개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전에 <종이의 집> 마지막 시즌 또한 1부와 2부로 나눠 각각 9월, 12월 공개됐다.

HBO맥스는 <피스메이커>를 초반 3편 동시 공개한 후 매주 목요일마다 쇼를 선보이는 구조를 택했다.

디즈니플러스도 비슷한 공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내 정식 론칭이 늦었던 지라 해외 공개작들이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전체 공개하기보다는 첫 공개에 2~3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동시 공개한 뒤 매주 한 편씩을 추가 공개 중이다.

한때 혁신적인 방법으로 불리던 방식 대신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체계로 귀환하는 모습이다.

국내 OTT 3사 또한 기존 방송사들이 취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다만 웨이브의 <트레이서>는 넷플릭스의 작품 공개 방식과 같이 시즌1과 시즌2 모두 웨이브 독점 전편 공개됐다.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강명현 교수는 시청자들이 많은 콘텐츠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강명현 교수는 "24시간이란 한정된 수용 시간 내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다 보니 일종의 압박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나 차츰 콘텐츠의 양적,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취향에 맞게 작품을 감상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시청자들의 콘텐츠 수용 방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고흥석 교수 역시 "작품이 많아진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경제 활동으로 시장에 기여하고, 나아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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