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특집]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웨이브 오리지널: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오"
유승호ㆍ이혜리 주연

정수임 승인 2022.02.14 15:14 의견 0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 포스터(사진=공식 홈페이지).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음력 1월 15일은 한 해의 첫 번째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 우리 명절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이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한 해의 곡식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곡밥을 지어먹는다.

또, 부스럼을 예방하며 이를 튼튼하게 한다는 의미로 부럼 깨물기를 한다.

그리고 좋은 소식만 듣기를 기원하며 귀밝이술을 나누어 마시는 세시풍속이 있다.

오늘날은 공산품인 술을 구입해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귀밝이술을 비롯해 대부분 술을 집에서 담가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술은 예로부터 우리 삶과 아주 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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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가는 남영과 강로서(사진=웨이브 캡처).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 3회에는 "내가 아버지께 배운 술은, 젖이 안 나오는 어미가 아기에게 먹일 수 있는 젖이고, 고되게 일한 사람들에게는 한 끼 밥이고, 추울 땐 몸을 따스하게 덥혀주는 민간의 약이었소. 그래서 술은 쌀로 빚는 거라구. 지금은 술 한 잔 마시는 게 뭐 그렇게 세상 나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술은 그냥 술인데"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평범한 백성은 시원한 술 한 잔으로 땀을 식히며 고된 노동의 피로를 씻기도 하고, 양반 사대부의 자제는 기방에서 여인들과 흥청망청 비싼 술을 마시며 취하기도 한다.

똑같은 술이지만 마시는 이에 따라 쓰임이 다르고, 또 만드는 이에 따라 의미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술이라고 다 똑같은 술도 아닌 셈이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의 아술아술 추격 로맨스를 그린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이자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사극이다.

드라마는 조선시대 가상의 시기와 인물을 배경으로 설정했지만, 금주령은 실제 조선에서도 종종 행해졌다.

각종 실록에선 큰 가뭄이 들거나 흉작·기근이 있으면, 국가에서 술 마시는 것을 금하는 법령을 시행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굶주린 백성을 위로하고 식량을 절약하고자 함이었다고 한다.

작품 속 시대에서는 금주령이 시행된 지 어느덧 10년이 됐으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임금과 조정은 근심에 빠진다.

술을 마시는 이가 사라지기는커녕, 단속을 피해 술을 빚고 유통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술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은 밀주방에서 한잔에 20푼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몰래 술을 마시는 역효과가 일어난 거다.

술은 사고팔기 위험하지만 그만큼 부르는 것이 값이오, 많은 돈을 빠르게 벌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정성스레 술을 빚는 강로서의 모습(사진=웨이브 캡처).

한양 땅에 사는 강로서(이혜리 분)도 돈을 벌기 위해 밀주꾼이 된다.

과거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는 오라버니 강해수(배유람 분)를 뒷바라지하고 백 냥 빚을 갚기 위해 술을 빚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알려준 기억을 떠올려 정성스레 빚어낸 술은, 은은한 꽃향이 감돌아 기막힌 맛을 낸다.

밀주방에서 파는 술이 행주 맛을 연상케 하는 저품이었으니, 강로서의 술은 일단 경쟁력은 갖춘 셈이다.

빚 갚고 돈 벌 목적으로 달에 몇 항아리를 팔겠다며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그 여정은 순탄치 않다.

금주령을 관리하는 기관인 금란청의 눈을 피해야 하고, 한양 최대 조직을 운영하는 밀주업자 심헌(문유강 분)에게 들키지 말아야 하며, 밀주방을 운영하는 왈자패 계상목(홍완표 분) 일행과의 악연은 덤이다.

겨우 힘들게 판 술도 '죽은 아내의 제사에 꼭 좋은 술을 올리고 싶다'는 구매자의 애틋한 사연 앞에서는 공짜 술이 되버리고 만다.

어미가 없는 품 안의 갓난쟁이가 눈에 밟혀 받은 돈을 돌려줬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밀주꾼 단속 업무를 하는 사헌부 감찰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강로서의 집 뒷방에 세 들어 사는 감찰 남영(유승호 분)은 누구보다 올곧은 성품으로 원칙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공적으로는 밀주꾼 단속 업무 담당자이자, 사적으로는 임금의 금주령을 충실히 따르는 백성이다.

강로서는 남영 모르게 거리에서 술 항아리 수레를 끌며 이동주전을 벌이고, 한양 최대 기방인 기린각에 술을 공급하기 위해 도성 안으로 몰래 술 백 말을 들이는 등 갖가지 계획을 실행한다.

그녀의 위험천만한 밀주영업과 이를 막기 위한 남영의 아슬아슬한 추격전은 드라마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드라마 속 은은한 정취가 느껴지는 장면(사진=웨이브 캡처).

곳곳에 등장하는 술 마시는 장면, 그리고 술의 가치를 인생에 빗댄 장면과 대사들은 극의 또 다른 볼거리다.

강로서와 세자 이표(변우석 분)가 사월초파일 풍등 빛을 바라보며 청주를 마시고, 별빛을 안주 삼아 감홍로 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은은한 술 향기와 정취를 절로 느끼게 한다.

일행들이 심헌을 기습하고 창고를 폭파시킨 후 나란히 탁주를 나누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둥근 보름달이 뜬 날, 힘 합쳐 계획에 성공하고 마시는 달콤한 유자향 술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흥을 전한다.

특히 남영, 강로서 일행과 대립 관계였던 밀주꾼 대모(정영주 분)와 막산(박성현 분), 계상목이 어느덧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화합의 대목이기도 하다.

그동안 금주령이 옳고 술은 백해무익하다고만 여긴 남영은 "술이 없어지면 세상은 좀 더 밝고 환해질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술을 없애려 하니 사람들은 도리어 비싼 돈을 주고 마시려하고, 술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술을 독점하기 위해 성벽 아래 땅굴을 파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강로서는 "술이라는 게 원래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랬소. 다 마찬가지 아니겠소? 다 사람한테 달린 것이오.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이라며 남영의 깨달음에 의견을 더한다.

작품 속에서의 금주령은, 굶주린 백성을 위하고 곡식을 아낀다는 명분 아래 임금의 군대를 만드는 데에 진짜 목적이 있다.

조정에서는 술을 약으로 내세웠지만, 사실 독으로 쓰고 있었던 셈이다.

진실을 파헤치고 제 자리로 돌리기 위해 남영과 강로서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마지막 잔을 향해가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더욱 기대된다.

웨이브 오리지널인 KBS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되고 있다.

대보름날 아침 귀밝이술이 이리도 달고 깊은 것을 보면, 아마 올 한 해는 좋은 소식만 들리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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