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선을 긋고 있나요? <프랑스여자>

티빙ㆍ웨이브: 영화 <프랑스여자>

이수정 승인 2022.02.14 13:54 의견 0
성우와 미라와 영은이 대화하고 있는 장면(사진=네이버 영화).

[OTT뉴스=이수정 OTT 2기 리뷰어] 영화 <프랑스 여자>는 전개가 뒤죽박죽으로 진행된다.

화장실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바뀔 때마다 시간이 바뀌거나 다들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찰나의 순간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기도 한다.

옥에 티도 여럿 있다.

숙소에 번호키로 열고 들어갔는데 내부에서 문을 열 때는 문고리만 있는가 하면, 해란(류아벨 분)이 2년 전에 죽었다고 했는데 성우(김영민 분)는 1년 전에 봤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뒤죽박죽인 시간의 흐름이 이해가 간다.

미라(김호정 분)가 레스토랑에서 쥘과 대화를 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갔고 폭탄 테러 때문에 건물이 무너진 것만 현실이었다.

그 외에 장면은 회상의 주마등인 줄 알았는데 미련이 만든 꿈이던 것이다.

쥘이 떠나고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라가 꾸는 꿈은 크게 '미련'과 '후회'로 요약 가능하다.

◆ 미련 : 이루지 못한 배우의 꿈

해란이 하녀의 옷을 입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 장면(사진=네이버 영화).


테러 직전에 영은(김지영 분)이 과거 사진을 보내왔기에 꿈에서 영은이 먼저 등장한다.

꿈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영은에게서 사진을 받는다.

아카데미에 다닐 적 동료들은 배우가 되거나 감독이 되었지만, 미라는 배우가 되지 못했다.

단체사진 속에 자신이 없는 것처럼 아티스트에 속하지 못하게 됐다.

미라는 파리로 유학을 가고 쥘(Alexandre Guanse 분)을 만나 결혼했지만 결국은 쥘과 헤어졌다.

서울의 숙소는 미라만의 내면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미라의 꿈 속에 해란이가 자꾸 등장하는데, 이는 미라 때문에 해란이와 성우가 헤어진 것에 미라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소망이 반영돼 영화 <배신>, <하녀들> 과 해란이의 즉흥연기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꿈 속에서 이 작품들은 미라에게 대입해 전개된다.

◆ 후회 : 선을 잘 그리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의문

아버지의 무덤가에 앉아있는 미라(사진=네이버 영화).


꿈에선 미라의 아버지 무덤가도 등장한다.

미라의 아버지는 "사람은 자기 선을 잘 그리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미라는 무덤가에서 아버지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이 선을 잘 그으며 살아왔는지 생각해본다.

미라는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것에도 선을 긋는다.

고통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의 이야기나 우울한 감정들을 타인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영은에게 노르망디에서 쥘과의 행복한 추억을 얘기하면서도, 그와 싸웠던 일은 공유하지 않는다.

분쟁이 일어나는가 싶으면 화장실로 자리를 피한다.

현실에서도 미라는 쥘과 대화를 하다 쥘의 내연녀가 나타나자 화장실로 가버릴 정도로 회피적이다.

그런 회피적인 태도 때문에 미라는 쥘과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영은이 고통을 말로 표현하며 해소할 때, 미라는 "고통은 나눌 수 없고 인간은 철저히 혼자다"라며 고통을 혼자 삭인다.

미라와 감정을 나누길 원했던 쥘은 미라가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지 않자 떠나갔다.

이제 영은도 떠날까?

미라는 혼자가 되는 걸까?

미라는 감정적으로 선을 그은 것에 비로소 후회한다.

화장실에 있는 미라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화장실은 시간을 이동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하거나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꿈 속에서 작품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화시키던 미라는 현실로 돌아왔고, 이제는 영은과 동화될 차례다.

미라는 이제 영은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한 배신의 슬픔을 타인과 공유하며 위로받고 싶다.

마지막에 현실 세계에서 깨어난 미라가 후회와 미련의 꿈을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

후회와 미련의 꿈을 꾸다가 현실 세계로 돌아온 미라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타인에게 얼마나 그으며 살아왔는가?", "인생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후회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들을 던지며 감정의 교류와 후회를 표현한 영화 <프랑스 여자>는 티빙과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프랑스여자> ▶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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