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하우스>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 <더 하우스>

이정현 승인 2022.02.11 11:21 | 최종 수정 2022.04.05 15:42 의견 0
<더 하우스> 포스터(사진=넷플릭스)


[OTT뉴스=이정현 OTT 2기 리뷰어] 국어사전에 따르면 '집'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라고 정의한다.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는 '집'의 의미가 현대 사회에서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집의 규모에 따라 신분이 나뉘고,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때론 집을 향한 지독한 집착으로 집을 주인처럼 모시는 주객전도의 삶을 살기도 한다.

<더 하우스>는 <유령신부>, <코렐라인:비밀의 문>, <파라노만>등의 작품을 만든 미국의 라이카 스튜디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가난한 가족, 불안에 시달리는 개발업자, 그리고 화가 잔뜩 난 집주인이 사람으로 때론 쥐와 고양이로 의인화하여 등장한다.

따뜻한 재질의 패브릭 소재로 만든 캐릭터들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내용은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하고 그로테스크하며 기괴하기까지 하다.

<더 하우스>에는 하나의 '집'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집'에 대한 정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내게 '집'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더 하우스>에 등장한 세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 거짓의 속삭임

메이블과 이소벨이 기괴한 집에서 도망쳐 나와 불타는 집을 본다(사진=넷플릭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에피소드는 부유한 신분의 친척들이 어느 가난한 부부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사랑스러운 두 딸과 아내가 있는 작은 집에서 가난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던 레이먼드였지만, 친척들이 내뱉은 비교하는 말은 그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스터리한 후원자를 만나 무언가에 홀린 듯 계약을 맺게 된다.

공짜로 새로운 집을 지어줄 테니 그 집으로 이사를 하고 대신 현재 살던 집을 포기하라는 이상한 계약이었다.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 모두의 선망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속삭임에 레이먼드는 가족과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한다.

그 이후 미스터리한 집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집 구조는 바뀌기 시작한다.

레이먼드 부부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각자 벽난로와 재봉틀에 집착한다.

어린 딸 메이블과 이소벨은 이 기괴한 집이 너무 싫고 변하는 부모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저 부모가 집의 일부가 돼버린 이 무시무시한 집을 도망치는 수밖에.

이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의 부와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엿볼 수 있다.

레이먼드는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집에서 살면 자신의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 여겼고 두 번 다시 친척들로부터 무시와 경멸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욕망으로 그들은 집의 일부가 돼버렸고, 결국 불행한 결말을 초래하고 만다.

◆ 아무도 모르는 진실

기괴한 집은 다시 현재를 배경으로 등장한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벌레들에게 집을 내어주고 자기 몸만한 땅굴에서 생활한다.(사진=넷플릭스)


대출금을 갚으라는 은행의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부동산 개발업자는 인부를 부릴 돈이 없어 직접 리모델링해 집을 매각하려 한다.

그러나 리모델링 집을 보러 온 이들은 집에는 관심이 없다.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있었으나 그들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는 집은 있지만, 그 집이 빚 자체인 '하우스푸어'를 대변한다.

개발업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망각한 채 언제 올지 모르는 화려한 부의 생활을 꿈꾸지만, 빚으로 가꾼 집은 기껏해야 벌레들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정작 그는 자신의 몸만한 땅굴에 들어가 살 뿐이다.

◆ 귀 기울이면 행복해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집은 홍수가 난 바다에 한가운데 놓였다.

집주인 로사가 코스모스와 젠, 일라이어스와 함께 떠나는 장면.(사진=넷플릭스)


집주인 로사는 흙탕물이 나오고 점점 물에 잠기기 시작한 이 집에 대한 추억과 애착이 깃든 집을 포기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유일하게 세 들어 살던 젠과 일라이어스가 떠돌이 코스모스로 로사의 집을 떠나면서 로사 또한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앞선 두 에피소드에 비해 그나마 행복한 결말이다.

집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가득했던 로사는 물에 잠겨져 가는 집을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집착하지만, 소중했던 친구들이 다 떠나가자 그제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홍수가 난 터전을 버리고 이미 떠난 줄 알았던 젠과 일라이어스, 코스모스와 함께 항해를 시작한다.

한 곳에 못 박힌 집이 배가 되는 부분은 집이라는 대상이 비로소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 쓰임새를 다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처럼 하나의 집에 얽힌 세 가지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정의하는 '집'이라는 대상이 때론 공포가 되고 때론 허상이 되고 때론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기괴한 집에 대한 세 가지 잔혹동화 같은 <더 하우스>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5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9
→ 평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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