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진 놈이 더 하는 자본주의 스릴러, <올 더 머니>

넷플릭스ㆍ왓챠ㆍ 쿠팡플레이 : <올 더 머니>

윤하성 승인 2022.02.10 09:21 의견 0
<올 더 머니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OTT뉴스=윤하성 OTT 2기 리뷰어] 현재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는 명품으로도 유명한 구찌 일가의 드라마를 다룬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는 돈이 불러들인 탐욕과 파멸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부를 축적한 이들의 돈을 둘러싼 분투기를 영화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게티 일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올 더 머니>를 통해 자본주의하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연을 보여준 바 있다.

호화로운 주택에서 왕좌에 앉은 듯한 게티(사진=네이버 영화).

"얼마가 더 있어야 안심하시겠습니까?"
"더 많이"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로머 분)는 석유 사업으로 역사상 제일가는 부호의 자리에 앉았다.

영화는 그의 손자 중 하나인 파울로 게티(찰리 플러머 분)가 유괴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손자가 납치됐다는 비서의 다급한 전보에도 그는 요동하지 않고 "장이 열렸다"며 자신의 사업에만 열중한다.

이후 "게티로 사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다"라는 파울로 게티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분명 그로 사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었다.

유괴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미디어의 관심은 온통 그와 파울로의 엄마인 게티 부인(미셸 윌리엄스 분)에게 쏠린다.

벌 떼처럼 몰리는 기자들과 연신 터지는 플래시는 하나의 상징처럼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미디어는 황급히 떠나는 게티 부인에게 "엄마라면 울어야죠."라는 말을 던지기도 하고, 파울로 게티의 잘린 귀와 아무런 위자료도 받지 않고 이혼한 게티 부인의 생활고를 단순히 '뉴스'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집 자제도 아니고 부를 쌓아 세상을 다 가진 게티의 손자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더 화제가 됐다.

언론에 유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 세계에서 자신이 파울로 게티를 유괴했다고 주장하는 편지가 날라온다.

파울로 게티가 자신과 공조해 범죄 자작극을 벌이려 했다는 것을 주장하며 유괴 사실이 자작극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렇게 진실은 묻히고, 시간은 흘러간다.

게티는 손자인 파울로 게티에게 편지 읽기를 시킨다(사진=네이버 영화).


게티는 유괴범이 요구한 1,700만 달러를 처음부터 쉽게 내주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제값이 있다는 믿음에 기반해 "그런 어린 애에게는 너무나 큰돈"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끝까지 소득 공제를 따지고, 게티 부인의 양육권마저 노린다.

결국, 게티 부인의 여론몰이와 자신이 고용한 협상가 체이스에게 모진 힐난을 듣고서야 나머지 금액을 지급한다.

게티는 손자의 안위가 위태로운 순간에도 암시장에서 예술품을 구매한다.

신탁에 돈이 묶여 쓸 수 있는 곳이 투자밖에 없다는 게 밝혀졌지만, 예술품에 대한 그의 집착은 남달라 보인다.

마지막 순간까지 품에 미술품을 안으며 숨을 거두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이 아니다.

마음 붙일 수 있는 곳이 '어떤 의도와 감정도 없는' 미술품이었을 뿐이다.

게티는 "자식을 갖는다는 건 운에 생을 저당 잡히는 것이다"라고 말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그는 자수성가를 이뤄냈고, 자식들을 자신이 일궈낸 제국을 이을 소유물로 보았다.

그래서 양육권만 가진 게티 부인이 자신의 소유물을 빼앗아갔다고 본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그는 불안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인생은 '돈'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게임에 불과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게티 부인이 바라보는 게티의 흉상과 그와 함께 깔리는 비정한 음악은 결국 물질 그 자체가 되어버린 한 사내의 말로를 소름 돋게 그려낸다.

게티에게서 돈을 구하기 위해 언론을 역 이용하는 게티 부인(사진=네이버 영화)


낮은 채도와 차가운 색감을 지닌 이 영화는 단순한 납치 스릴러가 아니다.

돈 앞에 정교하게 짜인 권력 관계의 비정한 줄다리기다.

팽팽한 당겨진 게임 속에서 희생양은 아무런 죄도, 돈도 없는 손자 파울로 게티였다.

돈에 신물이 나 집을 떠났던 게티 부인은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가 돈을 구해야 했다.

게티는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쌓았지만 누구든 자신의 돈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매 순간을 두려움에 떤, 한 명의 유약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것을 미디어는 하나의 오락처럼 소비하고 생산한다.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자본주의, 그 서늘한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 <올 더 머니>는 왓챠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올 더 머니> ▶ 바로가기(왓챠)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