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19금 BDSM? 넷플릭스 <모럴센스> 선정성 논란

<모럴센스> 자극적 소재에 시청자 '갑론을박'

정해인 승인 2022.01.20 10:53 | 최종 수정 2022.01.20 11:27 의견 0
<모럴센스> 포스터(사진=넷플릭스).

2월 11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럴센스>는 BDSM(Bondage, Discipline, Sadism, Masochism)을 주제로 한 로맨스 작품이다. 지금도 폭력적 콘텐츠가 아동·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되는데, 가학적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한 작품 공개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미디어의 폭력성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뮤니케이션학 단골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이와 같은 주제는 OTT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더 자주 거론되고 있다. OTT 시장 내 콘텐츠 전쟁이 과열되면서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학적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한 콘텐츠 탄생이 예고되면서 OTT 콘텐츠의 선정성·폭력성의 정도를 고민하게 된다.

OTT 콘텐츠는 현 방송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심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OTT는 다양한 주제와 표현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 자유에 힘입은 OTT 서비스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를 가미한 콘텐츠를 뽑아내며 구독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도 폭력성 문제 논란에 휩싸였었다. 미국 부모들로 구성된 미디어 감시단체 ‘부모 텔레비전˙미디어 위원회(PTC)’의 멜리사 헨슨 국장은 작년 10월 6일 <오징어 게임>에 대해 “믿기 어려울 만큼 폭력적”이라며 "부모들은 넷플릭스에서 자녀 보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폭력성 때문에 미국에서 TV-MA(성인 관람가) 등급을,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OTT라는 접근성이 쉬운 플랫폼에서 공개된 데다,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오징어 게임 요약 영상' 등 2차 창작물이 올라오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도 짙은 폭력성을 보였지만, 세계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단순 폭행에서 벗어나 가학적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한 <모럴센스>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 과도한 성 엄숙주의 타파를 위한 콘텐츠 vs 가벼운 인상 심어줄 수 있어

커뮤니티, SNS 등 온라인에서는 원작인 웹툰이 15세 이용가로 수위가 높지 않고 다양한 성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가학적 성적 취향을 모두가 쉽게 접하는 플랫폼 작품으로 탄생시킴으로써 가벼운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원작 웹툰인 <모럴센스>는 이용 등급이 15세 이용가다. 웹툰을 본 네티즌들은 "포르노적 묘사없이 BDSM 성향자들의 고충과 현실을 다루며 일부 콘텐츠로 자리 잡은 그릇된 인식을 고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원작 웹툰 감독과 영화감독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 가학적 요소 없이 진행되리라 보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현재 '몰카,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계속 발생하는 시점에서 BDSM을 영화화해 가학적 성 문화에 대한 인식 허들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 BDSM 자체는 문제없지만, 표현의 방식에 우려

성 교육자이자 세종대학교 교수인 배정원 교수는 19일 OTT뉴스와의 통화에서 "BDSM은 일종의 성적 취향으로, 성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흥미 요소"라며 "BDSM 자체는 폭력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드는 건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BDSM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생산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현의 방식과 아동·청소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배정원 교수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정도의 수위라면 문제 되지 않지만, 그 이상의 수위라던가 가학적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우려가 된다. 수위 조절과 표현 방식에 있어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같은 경우, 청소년 관람 불가임에도 '짤'이나 SNS를 통해서 많은 아동˙청소년이 시청했다"며 "등급 관람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아동·청소년 접근성 주의해야 해..." 전문가 입장과는 다른 대대적인 홍보 활동

실제로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 출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건물 전광판에서 영상 홍보를 이어가고 있어 길거리를 오가는 누구나 <모럴센스>를 접할 수 있다.

15세 이용가였던 웹툰과는 다르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커다란 전광판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해, 아동과 청소년이 선정성 콘텐츠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BDSM이 낯선 일부 성인들도 불편함을 표했다.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남자 주인공이 맞고 흥분한 얼굴이 클로즈업돼 괜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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