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새로움은 멀리 있지 않다

웨이브 : <옷소매 붉은 끝동>

김지연 승인 2022.01.18 09:29 의견 0
<옷소매 붉은 끝동> 포스터. 사진 <옷소매 붉은 끝동>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김지연 OTT 평론가] 종영 이후에도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막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웨이브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야 정주행을 시작하며 뒤늦게 빠진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의 이야기, 왕과 궁녀의 사랑 이야기.

흥미로운 만큼 이미 수많은 콘텐츠가 이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진부할 것 같다는 것이 <옷소매 붉은 끝동>을 시청하기 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진부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며 내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훗날 정조가 되는 이산(이준호 분)보다 의빈 성씨 덕임(이세영 분)의 일대기에 가깝지만, 어쨌든 이야기의 주축은 둘의 로맨스다.

어린 시절 자신들도 모르게 시작된 인연으로 출발해 우연이 거듭되어 운명이 되는 과정은 사극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서사를 따라간다.

하지만 어떻게 이 드라마는 닳고 닳은 정조의 사랑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만들었을까.

덕임과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 사랑스러운 조연 복연, 경희, 영희. 사진 웨이브 캡처

수많은 사극에서 당연하게 등장했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궁녀들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했기에 가능했다.

궁녀들은 정절을 지키며 임금만을 바라보고 궁을 위해 헌신한다.

후궁이 된 후엔 궁 안에 갇혀 임금이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조선시대의 불합리한 제도에 현대적 관점으로 의문을 던진다.

과연 모든 궁녀가 임금만을 바라보고 살았을까?

화려한 감옥인 궁에 갇혀 사는 여인들을 임금을 위한 존재로 보지 않고 그들의 삶 자체를 조명한 것이다.

주인공 덕임 역시 매우 진취적인 성격이다.

그녀는 세손인 산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지만 그의 후궁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덕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왕의 사랑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더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후반부까지 둘의 로맨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밀고 당기기가 반복된다.

산과 덕임의 달달한 장면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단순한 왕과 궁녀의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 점이 이 드라마를 가장 세련된 사극으로 만들었다.

궁녀들의 수장 제조상궁 조 씨. 사진 <옷소매 붉은 끝동> 공식 홈페이지

막강한 힘을 가지고 궁을 움직이는 제조상궁 조 씨(박지영 분)의 존재는 궁녀들이야말로 실질적으로 궁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중심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극에는 역모를 꾀하는 이들이 항상 등장하지만, 궁녀들의 수장이 좌의정까지 휘두르며 야망과 신념을 드러내는 모습은 새롭다.

세손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 역시 궁녀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위기 속에서 한낱 궁녀인 덕임이 번번이 세손을 구한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이 궁녀를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 설정도 비튼 것이다.

덕임은 다른 신하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매번 기지를 발휘해 세손을 위기에서 구한다.

삼각관계 역시 새로웠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서브 남주'는 덕로(강훈 분)다.

잘생긴 얼굴, 상냥한 성격,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겸사서 덕로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덕임을 가운데에 둔 산과 덕로의 삼각 구도를 예상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덕로는 오직 세손인 산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야망을 키운다.

세손의 총애를 받는 덕임은 오히려 그의 경계 대상이 된다.

기존 사극에서처럼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두 남성의 싸움이나 임금을 사이에 둔 후궁들의 시기, 질투는 찾기 어려웠다. (후에 화빈이 등장하긴 하나 비중이 크지 않다)

덕임-산-덕로의 삼각관계는 그동안의 사극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움이었다. 사진 <옷소매 붉은 끝동> 공식 홈페이지

콘텐츠 범람의 시대다.

OTT, 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시청자들은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전에 보지 못했던 것, 신선한 것이 시청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

하지만 새로움은 멀리 있지 않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사극의 클리셰를 비틀며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시청자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도 신선하게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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