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통과 트렌디의 만남, 역클리셰 맛집 <옷소매 붉은 끝동>

웨이브 : <옷소매 붉은 끝동>

박서영 승인 2021.12.05 13:20 | 최종 수정 2022.05.28 19:22 의견 0
옷소매 붉은 끝동 포스터. 사진 MBC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박서영 OTT 평론가] '믿고 보는' MBC 사극이 부활했다.

최근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옷소매 붉은 끝동>을 시청했다면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정조와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드라마 <이산>으로 성공적으로 그려낸 MBC가 또 다시 같은 이야기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는 우려의 시선 또한 많았다.

그러나 2021년 버전으로 트렌디하게 탄생된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걱정을 단번에 잠재웠다.

특히, 역클리셰적 캐릭터와 설정, 한국의 궁의 아름답게 담은 연출력으로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을 자랑 중이다.

넘어지려는 덕임(이세영 분)을 잡아주려는 이산(이준호 분). 사진 MBC 공식 홈페이지

'높은 곳에 있는 책을 찾는 여주인공, 그러다 그만 미끄러져 넘어질 뻔하다 남주인공이 재빨리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구출한다.'

흔한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적 연출이다.

그러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러한 사소한 클리셰적 장면까지 비틀어 버린다.

서고에서 책을 찾던 성덕임(이세영 분)이 넘어질 뻔 하지만 이산(이준호 분)은 그런 그녀를 적당한 선에서만 구출해준다.

책에 얼굴은 쳐박은 덕임의 황당한 표정에서 클리셰적 장면을 기대했던 시청자들 또한 예상치 못한 반응에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그들은 첫만남부터 범상치 않았다.

우연히 세자와 부딪힌 궁녀 덕임, 찰나의 순간이지만 서로의 모습에 반하는 두 남녀 주인공을 예상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단번에 무너뜨린다.

그대로 연못에 함께 빠지게 되면서 서로에게 반하기는커녕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히려 이 일로 세자에게 단단히 찍히게 된다.

반성문을 제출하는 덕임(이세영 분).사진 MBC 공식 홈페이지

역클리셰적인 요소들은 각 장면 뿐만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인 덕임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옷소매가 붉은 궁녀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왕의 승은을 입고 그에 의하여 삶이 결정되는 수동적인 삶에서 탈피하려는 덕임의 주체성을 강조하여 캐릭터 또한 2021년 버전을 재탄생되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세자와의 로맨스만을 보여주기 보다는 덕임이 궁녀로서 궁궐에서 성장하고 다른 궁녀들과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 또한 신선한다.

무엇보다 원작 소설과 다르게 덕임이 이산의 사조직인 '동덕회'의 일원이 되면서 한낱 궁녀가 세자를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 조력자의 위치로 끌어 올린다.

이 때문에 여자 주인공 덕임은 남자 주인공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극적 긴장감을 주고 스토리에 주축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간다.

최근 진화된 여성 캐릭터로 여성 서사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라면 성덕임 캐릭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이다.

이러한 적극적 여성 캐릭터 덕임으로 인해 이산과의 연대가 더 돋보인다.

특히, '책 읽어주는 궁녀' 캐릭터인 덕임을 활용하여 극 초반 이산이 호랑이로부터 궁궐을 지키는데 크게 일조하게 된다.

특유의 총명함으로 세자 뿐만 아니라 왕, 중전, 상궁들과 다른 나인들의 신임을 얻으며 덕임은 세자를 적극적으로 지지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쌍방 구원 서사 또한 흥미롭다.

내면의 상처를 숨긴 채 의젓한 세자의 모습을 보이려 하는 이산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존재로서 덕임은 그의 옆을 지키고, 이산 또한 덕임을 사랑하는 여인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동료로서 신뢰하며 그녀의 성장을 돕는다.

이처럼 그들을 서로의 곁에서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료로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옷소매 붉은 끝동> 속 궁궐의 모습.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판타지적 요소는 없지만 볼거리 또한 다양하다.

최근 판타지 퓨전 사극 등이 초월적인 캐릭터와 능력 등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면 <옷소매 붉은 끝동>은 판타지성 없이도 아름다운 영상미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매 회마다 한국 궁궐과 한복의 전통미를 살리는 연출로 눈을 즐겁게 한다.

영상미, 연출, 서사 맛집 <옷소매 붉은 끝동>은 웨이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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