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시끌벅적한 연말, 집에 돌아오고 조용한 밤이 되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영화 3편을 소개한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겪어봤고, 가족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힘들어봤고, 잊고싶은 기억이 있다면 더욱 공감할 만한 영화이다.
◆ 그 때는 최선인 줄 알았는데, <최선의 삶>
<최선의 삶>은 임솔아 작가의 원작 소설로 먼저 접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어 더욱 궁금했던 영화이다.
불완전하고 방황하는 세 청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 영화의 등장인물 모두의 심리를 천천히 따라갈 수 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데 놀기도 잘 놀고, 공부까지 잘하는 일명 사기캐 '소영(한성민 분)', 그런 소영을 따르며 집 밖을 나도는 '강이(방민아 분)', 가정폭력의 아픔을 가졌지만 늘 씩씩한 '아람(심달기 분)'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청소년기 특유의 불안함과 방황을 표현한다.
아직 잘 몰랐던 시절, 최선을 다해 선택했으나 때로 그 선택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 때가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숙해질지도 모른다.
미성숙했던 나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최선의 삶>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이도 그랬다. 아람이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 달라도 결국은 가족, <세자매>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사람이 가족, 자매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늘 속으로 삭이기만 하는 첫째 '희숙(김선영 분)', 집에서는 완벽한 엄마이자 밖에서는 사회생활 만렙인 둘째 '미연(문소리 분)', 술만 마셨다 하면 흑역사를 생성하고 다니는 술고래 미옥(장윤주 분).
이렇게 다른 세 사람이 각자의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세 사람 모두 사는 게 맘처럼 쉽지가 않다.
잘해주려 노력하지만 엇나가는 딸도, 실컷 내조해 줬더니 바람피우는 남편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자신을 또라이 취급만 하는 새 아들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가던 자매들이 아버지의 생신 파티를 위해 오랜만에 만나게 되고, 결국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한다.
그녀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잊지 못한 아픔과 상처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불행 속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던 세 자매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 기억을 잃는 병에 걸려서라도 잊고 싶은 그것, <애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망각하게 되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고, 주인공 알리스(아리스 세르베탈리스 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 '사과'의 맛을 제외하고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다.
신분증이 없어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고, 결국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도와주는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자전거 타기, 파티에 참여하기, 새로운 이성 만나기, 자동차 타기 등 여러 활동을 미션처럼 수행하며 점차 새로운 삶에 익숙해져 가고, 자신과 같이 기억을 잃은 새로운 여성도 만나게 된다.
어느 날, 병원에 가서 모르는 환자와 친분을 쌓고 매일 병문안을 가는 미션을 하게 된 알리스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알리스의 옛 기억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게 되면 그의 행동과 말이 하나 둘 이해가 가게 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게 된다.
우리 모두 잊고 싶은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니 그 누구보다도 알리스를 공감하게 될 것이다.
마음껏 울고 싶을 때, 영화를 통해 공감을 얻고 싶을 때 이 세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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