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민지 OTT 평론가] 쌍둥이 오빠 대신 남장을 하고 세자가 된 여자의 이야기.
드라마 <연모>의 설정은 어느 사극보다 파격적이다.
국내 사극에서 남장여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로맨스물이라는 설정은 그리 새롭지는 않다.
<선덕여왕>, <바람의 화원>이나 <공주의 남자>ㆍ<성균관 스캔들>ㆍ<구르미 그린 달빛> 등,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많은 사극 작품이 있었다.
이들과 다른 <연모>의 차별점은 남장여인인 세자가 '왕이 되기 위해 성별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 온다.
기존의 남장여인들과는 그 비밀의 무게부터가 다르다.
철저한 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였던 조선, 그것도 권력의 정점에 근접한 왕위 계승을 위해 여자가 남자가 돼야했다는 필연성을 부여한 것은 <연모>가 처음이다.
이휘(박은빈 분)는 쌍둥이 오빠와 엄마를 잃고 억지로 세자가 되어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지만, 기구한 운명에 좌절하지 않는 꿋꿋한 인물이다.
이휘가 주체적으로 사건을 주도하고 정지운(로운 분)을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해내는 모습은, 일반적인 로맨스물의 성 역할을 180도 뒤바꾼 것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과 김주원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서로의 영혼이 바뀌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당 드라마는 웨이브와 함께 넷플릭스로 동시 공개되면서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OTT 콘텐츠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연모>는 최근 '넷플릭스 많이 본 TV쇼'에서 태국 1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2위에 올랐다.
또 지난 21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인기 종합 TOP10'에서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최대 영상 콘텐츠 리뷰사이트 IMDB에서도 "강인한 여성 주인공이 인상적"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프랑스 방송·영화 전문 매체 알로씨네(Allocine)는 "가부장적인 시대에 여성이 권력을 갖는 소재가 독특하다"면서 <연모>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일으킨 전례 없는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이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모>의 인기에는 박은빈의 존재감이 한몫했다는 평이 많다.
1992년생 박은빈은 1996년 어린이 모델 활동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현재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그는 매 작품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연모>로 데뷔 후 첫 '남장여자' 배역에 도전한 그는 또렷한 발성,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 등으로 이휘를 어색함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시청자라면 <청춘시대> 송지원, <스토브리그> 이세영 이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발견해낸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퓨전 사극이다보니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설정들은 극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이휘는 남장여인이라는 비밀을 감춰야하는 특성상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수시로 궁밖을 넘나들며 스스로를 위험한 행동에 몰아넣는다.
심지어 감정에 못이겨 명나라 사신을 구타하는 대형사고까지 저지른다.
이휘가 여인이고 첫사랑 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정지운이 이휘에게 우정을 넘어 연모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8회 말미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은 뜬금없게 느껴진다는 의견과 함께 아쉬움을 남겼다.
<연모> ▶ 바로가기(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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