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화려한 액션씬,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을 보고 싶은 날이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을 때나 인생 노잼기에 이르렀을 때가 그러하다.
우연하게 본 <레드 노티스>는 노잼의 순간을 날리기엔 꽤나 괜찮은 선택이었다. 단, 킬링타임용으로.
스토리라인은 간단하다.
전 세계에 지명 수배가 내려진 미술품 도둑과 그를 추적하던 FBI 프로파일러가 한 팀이 되어 전설의 황금알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의 알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물론 각자의 목적은 다르지만, 그들을 쫓는 경찰과 그들과 같은 목적을 갖고 클레오파트라의 알을 훔치고자 하는 사라 블랙(갤 가돗 분)에 맞서면서 감정이 점차 끈끈해진다.
어쩐지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고 생각한다면 정답이다.
적으로 만나 한 팀이 되어 팀워크를 이루면서 다른 사람에게 쫓기는 활주극이라고 한다면 무수히 많은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미술품이 든 중요한 보물을 취하기 위해 팀워크를 이루는 도둑들의 이야기도 이미 익숙하다.
익숙한 스토리, 서서히 발전하는 팀워크, 주인공 일행을 쫓는 이와 그들의 라이벌까지 마지막 결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뻔하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뻔한' 영화를 왜 끝까지 보고 리뷰까지 쓰게 되었느냐, 필자에게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겠다.
뻔할지라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액션씬을 매력 있게 찍어내는 영화가 드문 편이다.
액션씬이라면 무릇 기대하게 되는 카메라 앵글이나 워킹, 소품들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밋밋해서 이게 과연 액션인 걸까 의뭉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한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이 영화 <레드 노티스>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서 흥미로웠다. 액션도 살아 있었고, 다양한 로케 촬영을 진행한 것처럼 보이며, 장소마다 특색도 살아 있어서 보는 맛이 좋았다.
피지컬로 압도하는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분)와 깐족거리는 연기에 탁월한 놀런 부스(라이언 레이놀즈 분) 사이의 캐미가 영화를 끌어가는 주축이었다.
다만, 여기서 약간의 구멍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와 그가 추적하던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는 아주 우연한 오해로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놀런 부스의 라이벌 사라 블랙이 직접 손을 써서 존 하틀리의 신분이 의심 가게끔 만들었기 때문. 이에 따라 존 하틀리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 놀런 부스는 돈을 벌기 위해서 보물을 함께 찾아 나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는 '제대로 된'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경찰의 아들인 놀런 부스는 도둑이, 사기꾼의 아들인 존 하틀리는 FBI 프로파일러가 되었다는 아이러니는 잘만 풀었다면 좀 더 재밌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 흥미로운 장치는 장면으로 보이기보단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설명 형태로 공유됐다.
급속도로 두 사람이 친해지기 시작하는데 그에 대한 뒷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으로서만 기능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 형태의 스토리텔링은 놀런 부스가 보물을 쫓게 된 진짜 이유나 사라 블랙과 존 하틀리 사이의 관계(반전)를 보여줄 때도 똑같이 반복된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흥미로운 캐릭터가 좀 더 재치있게 살면서 스토리에도 빠져들게 하려면 설명 형태의 스토리텔링보다 사건을 좀 더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존 하틀리와 놀런 부스가 친해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건,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을 좀 더 따라가는 가운데 사라 블랙의 이야기를 풀면서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줬다면 더 풍성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되었을 것만 같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불필요한 장면이 생각보다 많았고, 스케일 비해서 효과적이지 못한 씬도 많았다.
이것 역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이 좀 더 밀도 있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일 터.
밀도가 부족할 때 영화가 택하는 건 다소 뻔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이고, 뻔한 방식은 결코 FUN해질 수는 없다.
100점을 만점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나무랄 구석은 없는 70점 정도의 노멀한 영화라고 <레드 노티스>를 평하겠다.
다만, 액션씬과 비주얼은 살아 있으니 역동적인 보물찾기를 보고 싶다면, 세 명의 유명 배우가 출연하여 저들만의 캐미를 이루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은 날에 한 번쯤 넷플릭스를 클릭해보도록.
필자와 달리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 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레드 노티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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