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유미'에게. For 유미, <유미의 세포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정수임 승인 2021.11.02 09:30 의견 0
공감을 부르는 유미의 연애 스토리. 사진 티빙 캡처

[OTT뉴스=정수임 OTT 1기 리뷰어] 나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싫어한다.

굳이 성숙해지고 싶지도 않은데, 아프기까지 해야 한다니?

사실은 고통 없이 잘되고 싶고, 깨지지 않고도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걸, 우리는 그것을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때문에 상처가 생기면 잘 아물게끔 하고, 아픔이 느껴지면 무사히 지나가도록 다독여야 한다.

이렇게 어둠을 잘 흘려보내면, 이제는 다음번 스텝이 빛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루틴은 보통의 일상은 물론 연애에도 해당한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32살 직장인 김유미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머릿속에는 제각각의 일을 담당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참신하고 흥미로운 설정에 최초로 3D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드라마.

웹툰 속 이미지가 완벽 구현된 귀여운 세포들의 활약이나 디테일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미 많은 이들이 호평을 보내고 있으니, 오늘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미의 연애 스토리에 집중해본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과거의 유미였거나, 현재의 유미이거나, 혹은 미래의 유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미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30대 초반의 여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라 말할 수 있다.

드라마는 물론, 원작 웹툰의 뜨거운 인기를 관통한 것은 아마 '공감'일 것이다.

3년 전, 김유미(김고은 분)는 남자친구 지우기(이상이 분)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다.

"마음 아프지만 널 놔줄게,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환승했다.

이를 유미가 눈치채지 못한 것도, 그가 예의 없는 나쁜 놈인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어쩌면, 그건 아주 흔한 일이라는 점이다.

행복한 연애만 한다면 너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유미(좌), 유미와 세 남자들(우)의 모습. 사진 티빙 캡처

유미는 7년간의 연애를 종료한 후, 3년 동안 마음의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이별 후 길게든, 짧게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웅이(안보현 분) 마음의 비밀번호가 4자리, 유미 마음의 비밀번호는 28자리였던 것처럼, 받은 상처의 경중보다는 사실 이를 얼마나 잘 흘려보냈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한다.

지난 4화에서 원하는 한 마디를 쪽지로 남겨 놓는 세포들의 게시판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게시판 세포는 한구석에 남아있던 '채우기는 운명이야'라는 쪽지를 고민 없이 구겨서 버린다.

혹시나 운명이라 여겼던 회사 후배 우기(최민호 분)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은 세포마을의 홍수를 일으켰고, 다소 황당했던 웅이와의 만남은 결국 비밀번호 28자리인 유미 마음의 문을 통과시켰다.

문을 열게 할 새 인연은 적절한 타이밍과 상황에 따라 늘 인과 관계가 따라온다.

다소 결과론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만약 끝이 보이는 유미와 전 남친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거나 후배 우기와 좋은 사이로 발전했다면. 어쩌면 구웅도, 유바비(진영 분)도, 훗날 보게 될 신순록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미 무의미해져 버린 사이가 잘 끝나서, 그리고 나를 떠나 주어서 오히려 고맙다 여기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올 것이다.

그렇게 유미는 소개팅에서 만난 웅이의 난감한 패션과 아재개그력을 이겨내고, 그의 순수한 마음과 듬직한 모습에 반해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남자친구의 바쁜 회사 스케줄을 이해했고, 선을 넘는 여사친 서새이(박지현 분)도 당당히 밀어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웅이와의 연애도 점차 끝이 보이고 있다.

지난 12화에서는 결국 둘 사이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끝이 보이는 연애는 유미의 탓도, 웅이의 탓도 아니다.

이들은 잘 만났고 서로를 위한 좋은 연애를 했다. 그냥 단지 그 인연이 여기까지일 뿐이다.

이 이별을 겪고 나면, 이제 유미 마음의 문 비밀번호가 28자리는 아닐 것이고, 사랑 세포 역시 혼수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 전보다 스스로 더 성장한 연애를 하게 될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여전히 싫다.

하지만 살아가며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포스터. 출처 공식 홈페이지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유미의 세포들>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누구든 이 대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달리 말하면 주인공은 누구나 가능하다. 가장 특별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평범한 이야기.

우리 모두는 각자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혹시 좌절하고 슬퍼하기만 하는 '나'의 이야기라면, 그건 '나'조차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일도 사랑도, 결정적 순간이 찾아올 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는 유미처럼, 내 인생의 모든 날을 특별하게 만들 능력은 오로지 나에게 있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은 매주 금,토요일 오전 11시에 선공개됐으며, 30일(토)에 시즌1을 마쳤다.

<유미의 세포들>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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