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백지현 OTT 1기 리뷰어] 영미권 하이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종잡을 수 없는 러브라인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도 그 규칙을 따른다.
분명 이전에는 앙숙이었던 이들이 다음에는 연애를 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기도 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오티스 x 와일리 커플은 굳건하다.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두 사람의 감정 서사만은 탄탄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쉬워지는 것은 오티스 x 와일리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거쳐왔던 커플 중에 더 응원하게 되는 관계성이 생긴다는 것.
본격 '사약길'의 시작이다.
▶ 사약 한 사발, 와일리 x 아이작
와일리와 아이작은 닮았다.
같은 컨테이너촌에 살았고 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아픔도 있었다.
그 와중에 와일리는 문학에, 아이작은 그림에 소질을 보인다는 것까지. 예술가 커플이다.
무엇보다 닮았기에 솔직할 수 있다.
와일리가 잭슨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는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중간에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작 앞에서는 자신의 무책임한 오빠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아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 가장 필요한 위로로 보듬어주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 아닐까?
▶ 사약 두 사발, 와일리 x 잭슨
와일리와 아이작이 닮았다면, 와일리와 잭슨은 너무도 달랐다.
잭슨은 와일리에게 순도 100%의 진심이었다.
와일리가 학교에서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는지, 와일리와 사귀면 어떤 소문이 돌게 될지보다 자신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오티스가 방해할 목적으로 전교생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며 고백해 보라는 엉터리 조언을 했을 때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 달랐다.
와일리는 퇴학 위기의 학생인 반면 잭슨은 학생회장이다.
와일리는 컨테이너촌에서 살지만 잭슨은 부족함 없는 집에 산다.
와일리의 엄마는 마약 중독자이지만 잭슨의 엄마 중 한 명은 전직 수영선수다.
그게 와일리의 마음을 계속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삶의 모습이 너무도 다른 사람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와일리와 잭슨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어서 일지 모른다.
▶ 사약 세 사발, 오티스 x 루비
무어데일 고등학교의 퀸카 루비는 처음에는 찌질한 오티스를 바꿔 놓으려 한다.
오티스의 패션부터 머리 스타일까지.
하지만 오티스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달라고 하자, 자신이 바뀌기 시작한다.
가장 큰 변화는 아무한테도 보여준 적 없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친구들처럼 대저택에 살지 않는다는 것, 아픈 아버지를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에게 오티스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는 것까지.
그날 오티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오티스는 루비에게 그 말을 해주지 못한다.
오티스는 루비를 좋아하지만 와일리만큼 사랑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오티스는 와일리를 택했지만 나는 루비를 응원하고 싶었다.
사랑은 상대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는 거라는 루비의 깨달음이 참 좋았으므로.
보통 러브라인은 당사자 두 사람을 응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어지지 않은 커플까지 응원하게 되는 걸 보면 이 드라마는 진정한 관계성 맛집이다.
오늘 기사에서 조명한 오티스x와일리 주축의 러브라인 외에도 애덤x에릭x라힘이나 진x레미x야코프 등, 주변부 러브라인 서사도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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