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리무라 카스미X스다 마사키, '하이퍼리얼리즘' 청춘물 2편

웨이브: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왓챠: <콩트가 시작된다>

김새빛 승인 2021.10.24 07:00 | 최종 수정 2022.05.28 13:14 의견 0
(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아래) <콩트가 시작된다> 속 배우 아리무라 카스미와 스다 마사키. 사진 각 다음영화,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김새빛 OTT 기자] 해피엔딩으로 결실을 맺는 러브스토리, 노력 끝에 끝끝내 꿈을 이뤄내는 청춘의 이야기...

이제는 이런 '뻔한' 서사에 지겨움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 시대의 2030들은 3포세대에 이은 5포ㆍ7포 세대로 불리며, '노오력' 등의 회의적인 밈(meme)을 탄생시킬 정도로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 청춘들에게 '달달한 환상'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위로를 주는 두 작품이 있다.

그것도 인기 절정을 달리는 두 일본 배우, 아리무라 카스미와 스다 마사키의 케미까지 즐길 수 있다!

우리에게 <실연 쇼콜라티에>ㆍ<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으로 친숙한 아리무라 카스미, 그리고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며 큰 팬덤을 보유한 스다 마사키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핫한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는 물론,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들의 조합을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게다가 두 배우는 모두 93년생으로, 이들이 연기하는 청춘이 더더욱 진실성 있게 빛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공식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이 영화의 답은 no이다.

스물한 살 대학생 키누(아리무라 카스미 분)와 무기(스다 마사키 분)는 우연히 첫차를 기다리다 만나게 된다.

그 후 서로 놀라울 정도로 취향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설레는 데이트를 이어나가며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다.

동거를 하고 함께 장을 보고, 함께 목욕을 하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키누와 무기.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가 운명이라고 느꼈지만, 곧 찾아온 '취직'이라는 문턱에서 둘의 관계는 난항을 겪는다.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서로를 위로해 주기도 하고, "취직하는 것 뿐이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며 자기 암시를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자존감과 가치관을 지키기 어려운 20대 중반, '대변동의 시기'에서 서로 상처를 주며 조금씩 어긋나게 된다.

같은 곳만을 바라보다 현실의 벽 앞에서 점점 다른 곳을 향하는 시선에 둘은 결국 헤어짐을 예감하게 된다.

서서히 이별을 예감하는 키누와 무기. 사진 다음 영화

이 영화가 빛을 발하는 것은 주인공들의 이별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살던 집을 정리하고 가구를 내놓으며 오히려 더 편안해진 둘은, 1년 후 서로의 다른 연인과 우연히 마주치게 됐을 때도 웃으며 손을 흔든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이라는 극 중 내레이션처럼, 키누와 무기는 각자의 인생에 찾아왔던 '꽃다발 같은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담담하게 보내준다.

취업준비, 이직 등 소용돌이 같은 변화의 문턱에서 연애를 해본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다.

지난 1월 개봉해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7월에 개봉하며 적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10대~30대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지금까지도 독립극장 등을 중심으로 '롱런 상영' 중이다.

최근 9월에는 웨이브에 독점 수입돼, 집에서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콩트가 시작된다>의 등장인물들. 사진 왓챠

◆ 이제는 꿈을 포기해야 할 때, <콩트가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 청춘을 위로해줄 두 배우의 또다른 드라마 한 편이 있다.

<콩트가 시작된다>는 10년째 무명 생활을 이어나가는 개그팀 '맥베스'의 이야기다.

하루토(스다 마사키 분)를 포함한 맥베스의 세 멤버들은 '콩트가 좋다'는 열정 하나로 무명 생활을 버텨왔지만, 서서히 나이의 압박과 자금난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

한 치의 의심도 없던 꿈을 의심하게 되고, 함께하기만 해도 행복했던 멤버들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이들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존재가 있다.

리호코(아리무라 카스미 분)는 모든 일에 '너무 열심히 하다가' 배신당한 기억들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다시 사회로 나가길 두려워하고 있는 캐릭터다.

리호코는 맥베스의 콩트를 보며 많은 위로를 받고 서서히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또한 이들이 해체를 하든, 안하든 그 과정에서의 의미를 찾아주며 조용히 위로를 건넨다.

결국 맥베스는 '10년만 하고 뜨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한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이 드라마 또한 주인공들이 해체 결정을 내리는 것에서 결말을 맺지 않는다.

담담히 자신들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인생의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콩트가 시작된다>는 실패의 문턱에 선 이들에게 전하는, '잘 포기하는 법'에 대한 드라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첫 화의 첫 장면과 연결되며, 소름을 자아내니 꼭 끝까지 시청하기를 권한다.

10년째 무명생활 중인 개그 그룹 '맥베스'의 멤버들. 사진 공식 홈페이지

◆ 잘 해내는 법이 아닌, '잘 끝내는 법'

앞서 소개한 두 작품은 주인공들이 끝끝내 이뤄지며 마무리되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식의 성장물도 아니다.

물론 그런 서사만이 주는 '짜릿함'이 있다.

하지만 실제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현실적인 콘텐츠 속에서 대리만족은 어렵다.

대신 '폭풍 공감'을 하며 서사 안에서 나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을 담담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서 찾아오는 절정의 모습도 아름답겠지만 우리에겐 끝을 잘 마무리할 줄 아는 담담함도 분명 필요하다.

매력적인 두 배우의 이 작품들은 '실패'와 '성공' 두 극단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이 실패의 문턱에 와있는 것 같다면, 그리고 찾아올 실패가 두렵다면 이 두 작품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끊임없는 실패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빛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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