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날]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21세기의 청년들에게 - <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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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승인 2021.09.18 07:00 의견 0
<엑시트>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9월 18일은 청년의 날이다.

이 기념일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제정되어 올해로 두 살이 된 신생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청년의 날'은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 비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를 향한 관심을 높이고자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로 지정된 이 기념일은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제정 및 시행됨에 따라 신설되었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권리 및 책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정하고 청년 정책의 수립과 청년 지원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법안'이다.

지난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은 청년 정책 자문·심의 등 절차에서의 청년 참여,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조직, 고용촉진 및 복지증진, 금융 생활 및 문화활동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과 기념일이 세워진 것은, 청년의 목소리와 삶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의 삶은 어떠할까.

오늘날의 청년을 재난과 엮어 풀어낸 영화가 있다. 바로 지난 2019년 여름에 개봉해 900만 관객을 동원한 <엑시트>다.

유독 가스로부터 탈출하는 직관적인 방향성과 군더더기 없이 시원한 전개로 크게 흥행한 이 영화에는 현재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이 녹아 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취업 준비생 용남. 사진 다음 영화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꾸준한 낙방에 꾸준히 고통받고 있는 취업 준비생이다.

부모님, 집안 어른들, 누나와 조카까지 그를 애물단지 취급한다.

그 역시 스스로 크게 위축되어 있어 한숨과 함께 맥주를 들이켠다.

또 다른 주인공 의주(임윤아 분)는 준비하던 시험을 접고 연회장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이다.

아버지로부터 손쉽게 관장직을 물려받은 무능한 상사의 추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지진을 알리는 재난 문자가 와도 호프집을 가득 채운 청년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가는 막막한 현실이 앞날을 알 수 없는 재난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용남과 의주가 쉬지 않고 내달리는 건물 옥상은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은유다.

당장이라도 몸을 움직여 뛰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줘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어느새 차오른 유독 가스가 그들을 덮치고 만다.

이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계속해서 달리고 올라야 한다.

두 청년의 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무사 귀환을, 그리고 그들의 삶 자체를 응원하게 된다.

창틀에 선 용남과 의주. 사진 다음 영화

사실 그들이 달리는 길의 끝에는 탈출구('엑시트')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가스에 집어 삼켜질 테니, 그 전에 더 높은 곳으로 피하며 소방대의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작품은 이 '엑시트'를 청년들을 향한 응원과 연대에 배치한다.

생산성 없이 시간만 낭비했다는 말이나 듣던 산악부 활동은 용남과 의주의 탈출에 가장 큰 역할을 다했다.

선간판, 분필, 스파클러 등 도구들이 없었다면 역시 위기를 타개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찮게 여겨졌더라도 어디든 쓸모가 있었고 가치가 있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은 이렇게 전달된다.

두 주인공 역시 서로를 도왔기에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필요한 도구를 건네고, 반대편에서 건너오는 상대방을 살펴 주고, 서로 손을 잡고 균형을 잡으며 달리는 모습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설득해 낸다.

나아가 드론을 통해 용남과 의주가 힘을 얻고, 그들의 모습이 생중계되며 사람들이 모여 그들을 응원한다는 후반부의 연출 역시 인상 깊다.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을 향한 응원으로도 읽혔기 때문이다.

함께 탈출하는 용남과 의주. 사진 다음 영화

탈출한 후에도 용남과 의주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고용 불안정과 취업난은 해결되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힘을 모아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은 용남이 칠순 잔치 때 업어보지 못했던 어머니를 업고, 의주가 관장을 응징하는 힘이 되어 주기도 했다.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 희망은 또 다른 응원이 된다.

유독가스 테러가 완전히 비현실적인 문제도 아닐뿐더러, 두 주인공이 살아가는 모습 역시 그다지 낯설지 않다.

같은 고민과 불안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공감대로부터 유래한 감정일 것이다.

가스가 가득 찬 거리처럼 뿌옇고 막막한 현재이지만, 같은 결을 지닌 청년들끼리의 연대, 그리고 '청년의 날'을 비롯해 이들을 묶어 줄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모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그리고 쿠팡플레이에서 <엑시트>를 찾을 수 있다.

<엑시트> ▶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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