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하지만 불편해, <혼자 사는 사람들>

넷플릭스: <혼자 사는 사람들>

박서영 승인 2021.09.06 06:32 | 최종 수정 2021.09.11 07:24 의견 0
<혼자 사는 사람들> 공식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박서영 OTT 1기 리뷰어] 요즘 같은 세상에는 혼자가 편하다.

이어폰으로 소리를 차단하고 핸드폰으로 시야를 차단하며 우리는 오로지 혼자가 된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신경 쓰는 것도, 자신이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다 귀찮을 뿐이다.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적막한 집에서도 그저 혼자가 편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속 콜센터 상담원 진아(공승연 분)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순간까지 혼자이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제발 혼자 있고 싶은데 자꾸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생긴다.

옆집 남자는 출퇴근할 때마다 담배를 피며 시답지 않은 말만 할 뿐이고, 엄마가 죽고도 멀쩡하게 사는 아빠는 자꾸 엄마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 온다.

심지어, 신입 사원 수진(정다은 분)교육을 떠맡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둘이 되야 하는 상황까지 생기자 진아의 괴로움은 극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콜센터 상담원으로서 그 누구보다 말을 잘 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는 일을 하지만 바로 옆에 존재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어려울 뿐이다.

오직 1인분의 삶에 충실한 진아는 이러한 '어려운 일들'을 피하기 위해 더욱 혼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는 진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특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더더욱 혼자가 되어간다.

ㆍ 관련 리뷰 : 고립과 고독 사이, <혼자 사는 사람들>

진아(공승연 분)이 혼자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누워있는 모습. 사진 네이버 영화

◆ 사실 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척하는 것뿐이지.

아직 점심도 혼자 먹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 수진이 본 진아는 혼자 사는 것이 매우 익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진아는 그저 견뎌내고 있는 것뿐이었다.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아버지는 17년만에 돌아와서 엄마의 유산을 모두 차지해버리고, 이제 와서 자신의 삶에 참견을 한다.

그러한 아버지라도 홈캠을 통해서 그의 일상을 지켜본다.

하지만, 끝까지 관계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할 뿐이다.

혼자 있기를 선택한 진아지만 사실 그녀 또한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 끊임 없이 TV를 틀거나 핸드폰 속 영상을 보면서 허한 마음을 달랜다.

항상 자신에게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홀로 죽었다는 소식은 잔잔했던 진아의 삶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혼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언젠가 찾아올 끝에도 혼자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불안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 있기 때문에 신경 쓸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이 자신을 끊임 없이 방어하는 삶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진아는 출근해서 콜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혼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수진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그녀는 자신 또한 혼자 아무것도 못하고 그런 척 하는 것이라고 고백하게 된다.

혼자 있을 때는 누군가의 빈자리가 느껴지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우리 모두는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진아에게 신입사원 수진(정다은 분)이 교육받는 모습. 사진 네이버 영화

◆ 다시 가는거예요. 2002년 월드컵 그 사람들 속으로

진아가 일하는 콜센터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온다.

정말 카드에 문제가 생겨서 상담을 받기 위해 전화를 하는 사람 또한 있지만 외로움과 적막함을 견디지 못해 전화를 거는 이들 또한 있다.

그 중 자신이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주장하는 정신이상자 고객은 과거를 그리워한다.

이러한 고객이 진아는 익숙하고 정해진 매뉴얼대로 그를 이해하는 척 연기하며 적당히 통화를 끝내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신입 사원 수진은 처음으로 그런 시간여행자 고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2002년도로 가고 싶은 건지, 그 시대는 뭐가 좋은 건지 말이다.

사실, 시간여행자라 주장하는 고객은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응원했던 2002년을 가고 싶다 주장한다.

저마다 각자의 바쁜 사정으로 인해 소통이 단절된 이 시대에 그는 그 많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를 통해서 과거와는 너무 달라진 남에게 관심 없고, 무언가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잃은 현대 일상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텅 빈 옆집을 지켜보는 진아. 사진 네이버 영화

◆ 혼자가 편하지만 혼자가 불편한 사람들

<혼자 사는 사람들> 속에는 진아뿐 아니라 혼자 1인분의 삶을 지켜 나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진아의 옆집 남자도, 엄마가 죽고 홀로 된 진아의 아버지도, 진아의 콜센터에 신입 사원으로 온 수진도, 새로 이사 온 성훈(서현우 분) 저마다의 방식으로 홀로 살아 간다.

그러나 결코 혼자 살아내지 못한다.

홀로 사는 것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옆집 남자는 홀로 죽었고, 진아의 아버지는 홀로 멍하니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교회 사람들을 끊임없이 집으로 부른다.

결국 혼자 사는 사람들 모두 혼자 잘 살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것은 편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고 남들과 갈등을 만들어 낼 일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교류를 하기 원한다.

혼자가 편하면서도 불편한 이들은 오늘도 자신의 몫의 외로움을 묵묵히 참아내고 살아간다.

혼자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혼자 사는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시청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 ▶ 바로가기(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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