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쓸쓸히 맞이하는 죽음, '고독사'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제정돼 지난 4월 1일 시행되었을 만큼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고독이란 모순되는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해 만들어낸 진퇴양난의 상태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동시에 만나고 싶지 않은 이 상태는 '상처받기 싫다'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타인을 만나 소통하고 싶지만 그러면 상처를 받을 테니, 소통의 여지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독은 고립을 야기하고, 고립은 고독을 오히려 악화한다. 그렇게 상황은 악순환에 돌입해 극단으로 치닫는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 고립과 고독 사이에 선 사람의 이야기다.
주인공 진아(공승연 분)가 근무하는 카드회사 콜센터는 소통과 단절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온종일 모니터를 응시하며 진행하는 상담 전화는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기계처럼 카드 사용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읽어야 하고, 잘못한 게 없어도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대화는 오히려 단절에 가깝다.
엄마는 세상을 떠나 없고 바람을 피운 아버지만 남아 있는 집 역시 원활한 소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진아가 택한 고립은 자기방어 및 보호의 방법이다.
홀로 밥을 먹으며 담배도 혼자 피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대신 집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렇게 그는 직접적인 소통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짐으로써 자기를 보호하고 그러한 상태를 안전하다 느낀다.
그가 자신도 모르던 상처를 발견하는 건 '같은' 고독을 가진 이를 만난 이후다.
포르노 테이프에 묻힌 채 '고독사'한 옆집 남자(김모범 분)뿐만 아니라,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면역 없이 온갖 상처를 입는 신입 수진(정다은 분), 그리고 모두가 하나였던 한일 월드컵 때로 회귀하고픈 '정신이상자' 고객까지 각자의 고독을 품고 있다.
이들은 한데 뭉쳐 무뎌져 있던 진아의 외로움을 자극한다.
외면하려던 그 감정은, 늘 해 온 대로 카드 사용 내용을 읽던 그 순간 폭발한다.
그때 진아는 그런 상처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듯 크게 당황하고 또 동요하지만, 이윽고 이를 인정하고 그제야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그는 이동 중에도, 식사를 하면서도, 잠이 들 때까지도 TV나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초점은 홀로살이와 개인주의의 장단점을 가리고 논하는 일이 아닌, 고립이 성행하는 사회 공동체에 만연한 고독을 들여다보는 일에 있다.
숨은 상처를 발견했다고 진아의 삶은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는 홀로 지낸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지도 않는다.
일이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을 만큼 영화 안팎의 사회는 간단하지 않다.
그래도 유의미한 희망은 있다.
진아가 수진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건네고, 새로 이사 온 성훈(서현우 분)이 떠난 청년을 위해 위령제를 열어 주는 순간은 고독한 이들끼리의 접촉을 가리킨다.
2002년으로의 시간 여행을 꿈꾸는 고객을 대충 응대해 넘겼다면, 그가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몰랐을 것이다.
외로움도 1인분이면 괜찮을까.
포스터에도 적혀 있는 이 질문에 대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답한다.
완전한 부정은 아닌 모호한 대답은 이 작고도 거대한 사회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 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괜찮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이 조심스레 그려낸 접촉의 순간이 정답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가만히 보여줌으로써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스며든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개봉일로부터 석 달 뒤인 8월 19일 넷플릭스에 공개됐으며, 웨이브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 ▶ 바로가기(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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