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도아 OTT 1기 리뷰어] 21세기 여성 히어로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한 작품이다.
2015년 발매된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2020년 10월 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IP 확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 본캐는 보건교사, 부캐는 퇴마사
보건교사 안은영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 욕망의 흔적인 ‘젤리’를 볼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남을 돕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안은영은 보건교사이자 퇴마사로 젤리를 제거하며 학교의 평화를 지킨다.
그녀의 무기는 하루에 22발 쏠 수 있는 BB탄 총과 15분 동안 사용 가능한 무지개색 장난감 칼이 전부다.
안은영은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 히어로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장난감 칼을 허공에 휘두르는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안은영은 하기 싫고 귀찮다며 짜증을 내면서도 온 힘을 다해 젤리를 없애고 학생들을 돕는다.
피곤에 절어 욕설을 뱉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평범한 히어로가 지켜주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그동안 드라마 속 여성 히어로는 낯선 존재였다. 여성 감독과 여성 작가가 만들어낸 <보건교사 안은영>은 21세기의 여성 히어로의 등장을 알렸다.
▶ 섬세한 연출이 만들어낸 살아있는 캐릭터
편견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생겨나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편견은 사라진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우리 사회가 편견의 시선을 던지는 장애인, 입양아, 성소수자, 고아 등이 당연하게 등장한다.
그들은 살아있음에도 꽤 오랫동안 세상과 드라마에서 소외됐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학교와 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보여주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우리가 현실에서 보았던 한국 고등학생과 선생님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동안 드라마 세계에서 다르게 그려왔던 학교의 모습은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보건교사 안은영> 속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민낯으로 등장한다. 10대만의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을 놓치지 않았다.
남주혁 배우가 연기한 한문 선생 홍인표는 얼굴엔 살짝 올라온 수염과 장애를 가진 다리를 가리기 위해 통 큰 바지를 입고 있으며 사용감 있는 구두를 신고 있다.
이러한 섬세한 연출은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 시선을 사로잡는 젤리 CG와 중독성 넘치는 OST
우리는 OTT 오리지널 드라마에게 높은 완성도를 기대한다. 특히 SF 장르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는 CG·VFX(컴퓨터그래픽·시각특수효과)가 만들어낸다.
CG·VFX가 들어간 장면이 많을수록 제작비가 높아지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 된다.
드라마로 만들어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소설 속 젤리를 시각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점 사항이었다.
화면을 가득 채우며 터지는 형형색색의 젤리 CG는 <보건교사 안은영>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젤리들에게 새로운 규칙을 부여했다.
무해한 젤리는 투명하게, 유해한 젤리는 불투명하고 화려한 색채의 CG로 표현해 영상 매체의 장점을 백분 활용했다.
폭력성과 경쟁심의 덩어리들, 불명예와 수치의 잔여물들을 알록달록한 젤리로 표현해 글로 읽을 때 느낄 수 없었던 기이함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국악 장르의 OST로 극에 한국적 색채를 더하여 안은영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독특한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OST는 수능 금지곡으로 불릴 만큼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하나 더 채웠다.
아직 궁금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보건교사 안은영>만의 기괴하면서 화려하고 이상하면서 따뜻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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