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경력이 어때서요? <돌싱글즈>

웨이브ㆍ넷플릭스: <돌싱글즈>

희진 승인 2021.08.30 09:30 | 최종 수정 2021.12.05 18:19 의견 0
8명의 '돌싱남녀'가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웨이브 캡처

[OTT뉴스=희진 OTT 1기 평론가] 바야흐로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 춘추전국시대다.

방송 채널뿐 아니라 OTT까지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작에 가세하며 더 현실에 가깝고, 더 다양한 관계의 모양을 그려내고 있다.

전 애인과 동거하는 티빙의 <환승 연애>, 헤어질 위기에 놓인 커플이 다른 커플과 동거하며 데이트하는 카카오TV의 <체인지 데이즈>, 그리고 MBN의 <돌싱글즈>처럼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끼리 커플이 되는 프로그램까지.

화제성과 자극성만 더한 독일까?

아니면 방송용으로 꾸며낸 커플이 아닌,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한 커플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기회일까?

<돌싱글즈>는 방송에서조차 음지에서만 다뤄지던 ‘이혼’을 정면 돌파한 리얼 버라이어티 연애프로그램이다.

<돌싱글즈>는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모두 시청할 수 있다.

◆ '이혼 경력'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 당사자의 남모를 고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혼율은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인다.

지난해 인구 1년간 발생한 총 이혼 건수를 당해 연도의 총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조이혼율'은 2.1명 수준이었다.

2016년 발표된 OECD 평균 이혼율인 1.9명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실질적 수치와 '이제 이혼쯤은 흠으로 치지도 않는다'는 속설과는 달리 이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인식은 정반대인 듯하다.

이혼남녀에 대한 사회의 비틀린 시선 그리고 이혼의 또 다른 걸림돌인 양육은 <돌싱글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이자 <돌싱글즈>가 다른 커플 리얼 버라이어티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아이를 혼자 양육중인 남자 출연자 최준호. 사진 웨이브 캡처

<돌싱글즈>에 나온 8명의 이혼 경력자는 제각기 경험한 '이혼 쓴소리'를 고백한다.

이혼 7년 차 이아영은 본인의 이혼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 안 좋은 소문이 돌았고 급기야 하던 일을 못 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7회에서는 이아영의 친구들이 추성연과의 만남 이후 추성연을 향해 '다 괜찮아 보이는데 어떤 이유로 이혼을...?' 이라는 의문을 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선택한 김재열과 박효정은 아직 주변에 그들의 이혼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방송이 나간 이후를 걱정했다.

한편,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공고한 우리나라에서 이혼 경력자에게 양육은 큰 이슈일 수밖에 없다.

이혼 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준호와 배수진은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조부모에게 양육을 맡겨야 하는 상황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본인이 이혼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절대 아이에게 그런 아픔을 물려줄 수 없다고 말하는 배수진의 말에서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제대로 자라기 힘든 한국의 현실이 부각됐다.

각자의 정보 공개 후 상대에 대한 마음은 바뀌었다. 사진 웨이브 캡처

◆ 아픔을 겪었던 만큼 더 신중하게 진심을 전달하는 출연자

모두가 이혼은 했지만 자녀의 여부에 따라, 그리고 현재 양육 여부에 따라 8명이 처해있는 입장은 달라진다.

혼인신고 여부, 자녀와 양육 여부는 새 관계로 뛰어들기 전 이혼 경력자에게 족쇄로 작용한다.

입장에 따라 상대에 대한 마음도 바뀐다.

다른 커플 버라이어티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그림이다.

김재열은 배수진의 외모와 성격에 끌렸지만 4살 아들을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에 빠르게 마음을 접고 자녀가 없는 박효정에게 직진한다.

자녀와 양육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던 추성연 역시 이아영과 배수진의 반전 경력에 잠시 마음이 주춤한다.

마음보다는 조건을 우선시하는 이들의 심경 변화는 이혼 경력이 없는 시청자에겐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누군가에겐 깊은 공감을 유발하며 시청 포인트로도 작용한다.

상대에 대한 마음 하나로 관계를 지속하기에 이혼 경력자는 걸리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이혼 경력이 없더라도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헤어짐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때로는 진심을 절제하고 현실적 요건에 맞춰 본인의 행복을 조절한다.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보다는 현실에 적용 가능한 관계를 모색하는 커플의 등장이, 그런 이들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MBN의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결혼도 이혼도 쉽게 결정할 리 없었던 많은 이혼 경력자를 쉽게 비난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좋겠다.

리얼 커플 버라이어티에도 더 다양한 맛이 나오길 바라며, 동거를 시작한 <돌싱글즈>의 이아영-추성연, 배수진-최준호, 박효정-김재열, 이 세 커플에게 새로운 사랑과 관계가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돌싱글즈> ▶ 바로가기(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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