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스른 화살, 고통의 근원을 쫓다 <킹덤: 아신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

이희영 승인 2021.08.03 08:30 의견 0
<킹덤: 아신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지난 2019년, 그리고 2020년 국내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크게 올리는 데에 기여한 조선 좀비 드라마 <킹덤>이 92분 분량의 짧은 프리퀄 영화로 돌아왔다.

7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시즌 2의 말미에 모습을 드러낸 아신(전지현 분)의 전사(前史)를 담았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성저야인'이다.

한국한자어사전에 따르면 성저야인(城底野人)은 예전에 함경도 변방의 성 밑 주변에 거주하던 야인을 의미하는 말로, 작품은 이들을 '조선에 귀화해 백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오던 여진족'이라 설명한다.

완전한 여진족도, 조선인도 아닌 성저야인들은 양측 모두에게 천대받았다.

그들이 살던 번호부락(藩胡部落) 역시 그들을 향한 배척이 노골적으로 녹아 있는 이름이다.

'번호(藩胡)'는 '북방에 있는 변경(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의 땅)의 오랑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활을 겨누는 아신.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이렇게 철저한 약자였던 성저야인들은 그들을 배척한 조선인과 파저위 여진족에 의해 억울하게 몰살당했다.

출입 금지 구역인 폐사군(廢四郡)에 산삼을 캐러 들어갔다는 이유로 조범일(정석원 분)이 여진족 열다섯 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민치록(박병은 분)은 파저위를 중심으로 결집한 여진족과의 전쟁을 피하려 번호부락에 책임을 덮어씌웠다.

그리고 파저위는 번호부락을 기습해 동족인 성저야인들을 몰살했다.

위독한 어머니를 살릴 방법을 알아보러 몰래 폐사군에 갔던 아신만이 화를 피했다.

아신은 조선군이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모르고 치록을 찾아가 복수를 청했고, 그에게 거두어져 군에서 잡역을 하며 자랐다.

군졸 중에는 그를 겁탈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방인이자 빈민, 그리고 여성으로서 겪는 온갖 폭력에 노출된 그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뒤 복수를 감행한다.

자신을 겁탈한 군졸을 죽인 뒤 생사초로 되살려 군부대를 초토화한다.

감염자에게 물리지 않은 군졸들은 직접 화살을 쏴 죽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는 산 채로 먹이로 던져준다. 생사초로 되살아난 부락민들에게.

부대를 향한 복수를 마친 아신은 성저야인들을 외면한 조선과 여진의 모두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이승희 의원(권범택 분)에게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생사초를 소개한다.

<킹덤: 아신전>은 그렇게 아신이 전국에 생사초를 퍼뜨린 이유를 설득해낸다.

불타는 군부대 지붕 위의 아신.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킹덤: 아신전>은 약자의 희생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킹덤> 시즌 1·2와의 접점을 형성한다.

<킹덤>에 등장하는 역병 환자, 즉 좀비는 권력층의 욕망, 그리고 희생당하는 약자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시즌 1에서 지율헌 환자들이 단이(김현빈 분)의 인육을 먹고 모두 감염된 것은 당시의 지독한 기근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이가 왕에게 물린 것은 해원 조씨 일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붕어한 왕을 생사초로 되살렸기 때문이었다.

작품 내내 역병 환자들에게 몸이 물어뜯기는 자들 역시 대부분 백성이었다.

이창(주지훈 분)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은 자들도 세자를 잡으러 온 병사들의 화살에 맞아 죽어야 했다.

결국, 그들 모두 권력 싸움 아래 무력하게 희생됐다.

이렇게 <킹덤> 시즌 1·2의 약자들이 저항하지 못한 채 스러져 갔다면, <킹덤: 아신전>은 최하층의 약자가 세상에 저항하고 복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 시즌으로부터 한 발짝 나아간다.

후반부의 복수극은 처절하고 잔혹하나 아신의 삶을 생각하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붕 위에 서서 군졸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아신은 그들을 단죄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방법으로 조선과 여진 전역에 복수하기를 결심한다.

죽느니만 못한 삶을 강제로 부여하면서 그는 내내 천대받고 이용당한, 온전한 삶으로 대우받지 못했던 자신들의 절망감을 세상에 주입시킨다.

그래서 그의 복수는 철저히 배척당하는 삶을 살아온 약자들의 절규로도 읽힌다.

황야에 서 있는 아신의 뒷모습.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킹덤>의 본편은 이창과 아신이 만나며 마무리된다.

더는 가만히 희생당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아래에서 위를 노려보는 아신.

자신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종용했음을 깨닫게 된,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이창.

이들이 이후 어떻게 충돌하게 될지, 이들로부터 또 어떤 이야기가 탄생하게 될지 시즌 3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킹덤> 시리즈는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킹덤> 시즌 1ㆍ2를 먼저 감상한 뒤 <킹덤: 아신전>을 본다면 훨씬 더 흥미롭게 작품을 시청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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