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가 남자라고? 조선판 로코 사기극, <류선비의 혼례식>

넷플릭스ㆍ티빙ㆍ웨이브ㆍ카카오페이지: <류선비의 혼례식>

박시원 승인 2021.07.17 10:0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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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완이 남자란 사실을 알고 당황한 호선. 사진 버켓스튜디오 유튜브 캡처


[OTT뉴스=박시원 OTT 1기 리뷰어]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에 퀴어 한 스푼, 웹드라마 기반 영화 <류선비의 혼례식>

웹드라마 기반의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 퓨전 사극, 로맨틱 코미디, 퀴어 장르, 이 네 가지를 모두 포괄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워낙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성사를 위해 사라진 누이를 대신해 여장하고 류선비, 즉 류호선(강인수)과 가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최기완(이세진)의 좌충우돌 신혼생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웹드라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위의 네 사항을 모두 포함한다.

정통 사극과 달리 퓨전 사극이 가지는 어렵지 않은 대사와 이를 통해 구현되는 너무 무겁지 않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를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중간중간 실소가 터지도록 웃긴 장면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로, 양반으로서 바느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완이 며느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바느질을 하다 바늘에 찔려 '시X' 하고 욕을 읊조리는 장면은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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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태형. 사진 버켓스튜디오 유튜브 캡처


이외에도 의금부장 김태형(장의수)이 등장하는 장면도 씬 스틸러다.

화진(극 중 최기완)에게 한눈에 반해 끊임없이 마음을 표현하며 들이대는데, 어찌 됐든 유부녀에게 지속해서 대놓고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화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류호선과 김태형이 시조를 읊는 모습은 '조선판 쇼미더머니'라고 불러도 될 만큼 화려한 운율이 난무한다.

물론 보는 이에겐 폭소를 자아낸다.

처음 영화를 틀고 감상할 땐 생각보다 너무 가볍고 뚜렷한 주제 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조금만 시야를 넓게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부분을 시사하기도 한다.

기완이 여동생 화진으로서 혼인을 하고 생활하면서 화진이기에, 며느리기에, 여성이기에 겪는 몇 가지 사건이 있다.

남성인 기완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시집살이를 하며 시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과 빨래, 요리 등 가사 일을 하는 모습에서 뭔가 모를 이질감을 느낀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이런 일들이 여성에게 얼마나 당연시 행해졌으며, 여성은 얼마나 당연시 여겼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으로 여러 명의 산적에게 시비가 걸려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던 시누이를 '여성의 모습'을 띤 남성, 기완이 구해주는 장면 또한 뭔가 모를 색다름이 느껴진다.

이 또한 여성과 남성의 타고난 신체적 차이에 의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대처를 하는 것을, 같은 '여성'이라는 허구의 장치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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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모습을 한 기완. 사진 버켓스튜디오 유튜브 캡처


이외에도 "실림 조금만 하면 하루가 금방 가버리는 것이.", "사실 혼례 전에는 저 역시도 글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등의 대사가 여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남성, 즉 기완의 입에서 나옴으로써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시청자로 하여금 한 번 더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조금 끊기는 듯한 연출과 대사 처리, 열악한 제작 환경이 느껴지긴 하나 마냥 쉽게 보고 넘길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논쟁의 가치가 있는 주제들을 가볍게 접근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되어 더 나은 사회에 일조할 수 있다면 그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으며, 별점과 감상평이 어땠는지 등 예술로써의 평가가 전부가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영화 버전의 <류선비의 혼례식>은 넷플릭스 또는 티빙, 웨이브, 카카오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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