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희진 OTT 1기 리뷰어] <잇츠 어 신>은 대놓고 퀴어 드라마이자 에이즈 드라마다.
제목과 소재가 말해주다시피 동성애 혐오를 향해 일침을 날리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구조의 오롯한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폭력적 구조에서 개인이 또 어떤 잘못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누구 하나 쉽게 절망하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 적당한 무게감과 긴장감을 보유한 서사를 자랑한다.
<잇츠 어 신>은 BBC에서 첫 방영 당시 무려 160만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국내에선 왓챠가 독점 제공하고 있다.
매년 6월이면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다.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기념해야 하지만, 그 김에 방에서 <잇츠 어 신>을 보며 기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거 죄야"라고 외치던 사람들 틈에서 끝까지 유쾌한 사랑과 찬란한 젊음을 즐기던 이들이 있다.
1980년대 런던에서는 이유 없이 사람들이 죽어갔다.
불특정 다수의 남자 피부에 검정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남자들의 공통점은 동성 성교를 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남성끼리 섹스한 모두가 이 정체불명의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에이즈에 대한 정보나 동성애 혐오가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40년 전 드라마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는 까닭은 아닐까.
5명의 주인공은 분홍 궁전이라는 집에서 함께 산다.
게이 커뮤니티라는 유사 가족을 이루며 사는 것이다.
게이로 등장하는 4명의 남자 리치(올리 알렉산더), 로스코(오마리 더글라스), 콜린(칼럼 스콧 하웰즈), 애시(나다니엘 커티스)와 그 남자들 틈에서 에이즈의 발병 과정, 동성애 혐오에 함께 맞서 싸우는 질(리디아 웨스트)이 분홍 궁전의 주인이다.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런던에 당도한 캐릭터다.
배우 하겠다는 자신에게 "뭐 먹고 살 거냐"며 핀잔을 주는 아버지를 둔 리치,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냅다 뱉어내고 나이지리아에 돌아가지 않기 위해 분홍 궁전에 온 로스코, 한눈에 봐도 자유로운 연기자가 꿈인 애시, 양복점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장 적극적으로 동성애 본능을 드러내던 콜린 등.
서로 우정과 사랑을 마구 주고받던 이들의 관계성은 암울한 80년대 런던을 버티는 강력한 힘이 된다.
그러나 입체적인 남성 캐릭터에 반해 여성 캐릭터는 한없이 빈약하다.
에이즈를 전면으로 다뤄야 하는 드라마이기에 그 이상의 입체적 캐릭터와 서사는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할 것임을 알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극 중 여성 캐릭터는 질과 리치의 엄마(킬리 호위스)가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맥락 없이 게이 남성을 위해 헌신하는 질의 캐릭터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게이 아들을 둔 현실을 외면하며 본의 아닌 폭력을 행사하는 엄마 캐릭터는 너무나 전형적이다.
비난의 화살을 돌릴 대상이나 위로의 도피처로 삼는 대상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가 넘지 못한 산이다.
더군다나 비난의 대상과 위로의 주체가 서로 칼을 겨누는 대립 구도라니.
도구적 존재로 전락한 질과 무맥락 모성애를 근거로 혐오를 자행하는 엄마 캐릭터는 이게 최선이었을까.
질이 게이 친구들을 위해 무조건적 지지와 헌신을 보낸 배경이 더 자세히 나왔다면, 리치의 엄마가 전형성이라는 틀을 얼른 깼다면 더 진일보한 메시지가 나오진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도 질과 리치의 엄마가 나누던 마지막 대화는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게이 남성들이 죽어갈 때 본인들의 죽음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해 그 죽음마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끔찍한 상황은 누가 초래한 걸까.
그때나 지금이나 수많은 혐오자는 소수자를 병들게 한다.
"그건 죄야"라고 말하기 전에 본인의 '알지 못하는 죄'를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퀴어퍼레이드 주간을 맞아 모두가 왓챠에서 이 드라마를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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