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몬스터스> 공식 타이틀.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권세희 OTT 1기 리뷰어]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점령해 고통받고 있는 지금, 재난 영화가 주는 몰입도는 여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혹자는 세상이 종말 할 때 요란하기보다 고요한 신음이 지구를 채울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어쩌면 이것은 두려움 앞에서 침묵하며 맞서지 못하는 이들을 이야기한 게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는 이 지점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돌파한다.
종말에 처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극은 지구로 향하는 운석을 제거하려다 오히려 변이된 바이러스가 퍼져 인간을 제외한 곤충 등이 거대하게 변해버린 후, 인류의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시작한다.
겨우 생존한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잃은 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 지어 흩어진다.
희망도 용기도 없는 세상인데 왜 제목을 <러브 앤 몬스터스>라고 지었는지 조엘의 모험과 성장을 따라가며 알아보자
모험 시작: 7년 전 헤어진 연인에 대한 사랑
거대해진 괴생물체에 의해 아비규환이 된 현장에서 주인공 조엘(딜런 오브라이언)은 부모님을 잃는다.
눈앞에서 부모님이 습격당하는 걸 본 그는 큰 패닉에 빠진다. 생존자들이 조엘을 데리고 떠날 때까지도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인생을 흔드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여자친구인 에이미(제시카 헨윅)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습격에 지구는 인구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
운 좋게 살아남은 조엘은 생존자 무리와 함께 지하에서 군락을 이루며 살아간다.
지하 공간은 인간다운 삶과는 멀다. 그러나 적어도 생명의 위협을 극적으로 받지 않는 공간이다.
지하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지만, 본질적인 자유는 삭제된 삶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무전으로만 에이미와 소통하던 조엘은 각성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숨어서 살 수 없다는 용기가 내면에서 움트기 때문.
이것은 마치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가 샘솟은 것처럼 보인다. 죽을지언정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심한 청년인 조엘은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이때 주변인들은 약골로 통칭하는 조엘의 행동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려 속에 지하 밖으로 나간 조엘은 무궁한 두려움을 가진 채로 전진한다.
물론 이때의 조엘은 에이미에 대한 사랑만으로 나아가는 어린 소년의 마음 그대로다.
<러브 앤 몬스터스>는 조엘의 성장기를 착실하고도 빼곡하게 담는다.
그를 보고 있으면 새로운 시도는 무지할 때 가장 적극적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느끼게 한다.
조엘이 지하 집단을 떠나며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모험 중: 천재견 '보이'에 대한 사랑
몇 년 만에 지하 세계를 탈출한 조엘이 목격한 것은 광활한 자연이었다.
뺨을 간질거리는 바람, 촉촉하게 스미는 풀들, 밝은 태양을 조엘은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그때 조엘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잊고 있던 게 무엇인지 인지한다.
<러브 앤 몬스터스>의 시작은 비극적으로 헤어진 연인을 찾기 위한 청년의 고군분투 같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이미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찾아가면서 조엘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홀로 지상으로 올라온 조엘은 전투력이 현저히 낮아 죽을 고비를 계속해서 맞닥뜨리는데 위기 순간에 '보이'라는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난다.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보이는 을씨년스러워진 세계 속에서도 관계에 대한 따스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나는 전설이다>를 오마주한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보이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던 조엘은 지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물들을 만난다.
이들은 조엘에게 생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력자로 기능한다.
또한 조엘에게 징그럽고 괴악한 생명체에도 의지와 감정이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중요한 키포인트를 선사한다.
또한 <러브 앤 몬스터스>의 괄목만 할 점은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쓸데없는 희생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적인 감정을 위해 주인공을 제외한 이들에게 시련을 주지 않는다. 조력자로 나오는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기능을 수행하고 완벽하게 물러난다.
조엘이 로봇 메이비스와 이야기하는 장면. <러브 앤 몬스터스>.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모험 완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
생존자들과 보이를 통해 자신의 몸을 지키는 법을 터득한 조엘은 이제 또 다른 존재와 마주친다.
텅 빈 거리에서 '메이비스'라는 로봇을 만나는 것이 바로 그것.
다리를 잃은 로봇인 메이비스는 조엘에게 누구보다 따뜻한 말을 하며 그를 위로한다. 눈앞에서 잃은 어머니의 사진을 띄워 이야기하며, 조엘을 뜨겁게 포옹해주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가 주고자 하는 사랑의 의미가 짙어진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주인을 잃은 강아지, 다리를 잃은 로봇들을 거치며 세상은 여전히 사랑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극은 이제 클라이맥스를 위해 전진한다.
물론 스케일이 큰 재난 영화보다 CG 처리가 미숙하고, 극적인 아름다움이 부족하여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직진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극의 끝에는 에이미와 조우한 조엘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상상과는 달리 에이미의 마음은 식어있었다.
그때 조엘은 일방적인 추억이나 감정은 힘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하에서 함께 있었을 때 곁에서 가족처럼 지켜주던 이들을 떠올린다. 한때는 떠나고 싶다고 느꼈던 사람들 역시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에이미의 집단에서 마주친 악당들과 결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엘은 초반과는 달리 몬스터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싸우지만, 고통받는 몬스터의 눈빛을 읽게 되는 발전을 이룬다. 그 결과 몬스터들을 해치지 않고 방생한다.
부모님을 잃게 하고 자유를 앗아간 존재들이지만, 그들에게도 감정과 고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시킨 것이다.
<러브 앤 몬스터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동화 같은 희망을 주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비실비실한 인물이었던 조엘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자, 이제 열고 나와요. 당신 삶을 살아요'라고 조언한다.
침체하고 건조한 요즘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진부하지만, 더없이 필요한 말임이 분명하다.
조엘이 그랬듯 우리는 고통을 막기 위해 행복을 유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또한 <러브 앤 몬스터스>는 자신을 믿고 사랑하기를 강조한다.
조엘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 처음 모험에 성공한 주인공을 발견한 것처럼 벅찬 마음이 든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지도 모른다.
"안주하지 마세요. 세상이 끝났다고 해도요." -조엘 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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