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지만 조곤조곤 할 말 다한 '며느라기'

카카오TV, <며느라기>

채지은 승인 2021.03.23 06:00 의견 0
<며느라기> 출연진들. 사진 카카오TV 유튜브 캡처


[OTT뉴스=채지은 OTT 1기 리뷰어] 최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누적 1700만뷰를 찍은 웹드라마가 있다.

동명 웹툰 원작을 웹드라마화한 <며느라기>다. <며느라기>는 며느리와 기(期)를 합친 말로 며느리가 시월드에 입성하여 인정받고 싶어하는 시기를 뜻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며느라기>는 주인공 민사린(박하선)이 결혼 후 '시월드'에서 겪게 되는 불평등한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며느라기의 뜻. 사진 출처 웹툰 <며느라기>


많은 시청자들의 '격공(격하게 공감한다는 뜻의 준말)'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준 웹드라마 <며느라기>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며느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담담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집안의 풍경 속에서 어느 가정에서나 존재하는 갈등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은 <며느라기>의 인기 비결에 의문을 갖게 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며느라기>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차별'들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드라마의 매력을 더했다.

드라마에서 지적한 차별들은 드러내고 따지기 시작하면 치사해지는 '먼지 같은 차별'이다.

하지만 '먼지'라고 해서 그것이 차별이 아닌 것은 아니기에, <며느라기>는 일상 속 '먼지 차별'들을 매 에피소드마다 끄집어내 시청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드라마가 표현해 준 차별의 장면들은 '차별'이기 때문에 씁쓸하지만, 어떻게 보면 통쾌하다.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작품들처럼 며느리가 시댁 식구들에게 복수를 하는 등의 사이다는 아니지만, <며느라기>는 누구나 알고만 있고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불만들을 대신 따져주는 든든한 대변인이 돼 주었다.

며느라기 포스터. 사진 출처 카카오TV 유튜브 채널


물론, 기성 세대들은 <며느라기>에서 드러내는 차별들이 왜 차별인지 대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아가 그것을 지적하는 사회의 모습이 발칙하다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는 변했고, 여성들은 더 이상 집'안'일을 하며 '내'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과 '며느리'라는 존재들에게 사회가 요구하고 기대하던 모습들은 이제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며느라기>가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가족 사이에서 존재하는 갈등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제는 당연시 여기던 차별들을 수면 위로 꺼내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남'과 '남'이 만나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남'의 가족들까지 사랑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각자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이고 필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서툴지만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한 무구영(권율)과 가족들 사이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민사린(박하선)처럼 조금씩 맞추고 이해해나가면 눈 앞에 닥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며느라기>는 사회의 문제들을 끄집어내 따지기는 하지만, 모두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며 마무리된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짚어보기 위해서라도 <며느라기>는 시청할 만하다.

총 12회가 모두 20여분으로 다른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지만, 그 시간으로도 충분히 생각거리들을 던져주는 참 '잘 만든' 드라마다.

웹드라마 <며느라기>는 '카카오TV'와 'wavve(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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