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수미 OTT 평론가] 술의 순기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텐션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른 텐션은 사람을 자신감 넘치게 만들기도 하고 대담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도 적당량의 술을 마신 상태로 일상생활을 한다면, 자신감이 없는 사람도 당당하게 변하고 자기 능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걸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가 그 엉뚱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줄 것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마르틴(매즈 미켈슨)은 수업에 열정이 없고 횡설수설이나 하는, 학생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선생님이다.
아내인 아니카(마리아 보네비)는 야간 근무가 많은 탓에 얼굴 보기도 쉽지 않고, 아이들도 다 커서 그런지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잘 만나지 않다 보니 인생이 무료하고 지루해졌다.
아니, 어쩌면 그가 지루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의 친구 니콜라이(마그누스 밀랑)는 본인의 40번째 생일날 다소 엉뚱하게 들리는 스코르데루의 가설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인간은 혈중 알코올 수치가 0.05% 부족하기 때문에, 이 농도를 유지하면 더 느긋해지고 침착해지며 음악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한다는 것.
쉽게 말해, 평소에 와인 한두 잔 마신 상태를 종일 유지하면 사람이 더 대담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날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모두 웃어넘겼지만, 다음날 마르틴은 그 가설을 시험해보기 위해 학교 화장실에서 보드카를 꺼내 몇 모금 마셔보게 된다.
처음에는 발음이 좀 꼬이는 듯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한 그날은 평소와는 무언가 달랐다.
마르틴의 그런 행동에 호기심이 생긴 그의 친구들은 스코르데루의 가설을 본인들이 직접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낮술 마시는 사람은 우리 말고도 많아"
"헤밍웨이는 다음 날 글 쓰는 데 지장이 없도록 매일 8시까지만 마셨고 그런 걸작을 남겼지"
"이거로 훌륭한 심리학 에세이를 쓸 거니까 헛짓거리하는 건 아니야"
마르틴을 포함한 4명의 친구들은 일의 효율성을 위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며, 술을 마시고 근무를 하는 다소 비윤리적인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괜히 있어 보이는 말을 남발하며 시작된 실험,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근무 시간 중에만 마시기, 저녁 8시 이후나 주말에는 금주하기. 마치 헤밍웨이처럼.
그들은 중독자라면 본인들처럼 통제해서 마시지 못한다고 말하며 자신들은 알코올 중독자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일상 속에서 그들은 알코올 농도 0.05% 그 이상을 원하기 시작했고, 같은 알코올 농도에 대한 반응은 다 다를지 모른다는 핑계로 이미 넘기 시작한 선을 점점 더 넘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도 마르틴과 그의 친구들처럼 술에 취한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러한 착각은 단순히 인물들이 술에 취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술을 마시고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쌉쌀한 알코올 맛에 집중하면 주변의 소리는 뭉개지고 음악적 신경이 곤두서 음악 소리가 더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인물들이 술에 취할 때마다 사람들의 말소리 볼륨은 줄어들고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재즈 음악의 볼륨은 커지며, 관객들을 술에 취한 것과 같은 상태로 인도한다.
하지만 음악이 뚝 하고 끊기는 순간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 것처럼 때로는 술 먹고 실수를 범해 정신이 확 드는 것처럼, 우리는 마르틴과 친구들이 취해 있는 지금이 다른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임을 인지하게 되고 인물들이 느끼는 당혹감을 같이 느끼게 된다.
술은 인생을 즐겁게 하지만 동시에 인생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신기한 존재다.
술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일시적으로 긴장을 풀어주어 평소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할 수는 있다.
흥겨운 분위기, 사람들 사이에서 마시는 술은 리듬에 몸을 맡겨 멋들어진 춤사위를 보여주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선을 넘었을 때 사람이 술로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이 영화는 기쁨에 차오른 축제 속 비극을 접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확실하게 그 메시지를 전한다.
술에 대한 예찬과 술에 대한 비극을 다룬, 알코올을 몇 방울 탄 듯 빠져드는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9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10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
→ 평점: 9
*평점 코멘트: 음악과 촬영으로 술을 마신 듯한 황홀감과 씁쓸함에 젖어 들게 만드는 술과 같은 매력을 지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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