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안수민 평론가] ‘리벤지 포르노’. 복수와 포르노 그 어떤 단어도 불법 유출 사진,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 아래 불법 촬영된 영상과 사진 등이 사이트 곳곳에 퍼졌고 이후 ‘n번방’이라는 모두에게 충격을 준 디지털 성범죄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복수한다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마치 불법 유출 영상을 합리화라도 하는 듯한 단어인 ‘리벤지’가 왜 포르노와 함께 쓰이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한 남자’에 그 답이 나온다.
◆ 복수의 대상이 없는 ‘리벤지’ 포르노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본인인 ‘헌터 무어’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여자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동의 없이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는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리벤지 포르노’는 한 남자의 찌질함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헌터 무어가 올린 불법 유출 사진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헌터 무어가 만든 사이트는 더욱더 커졌다.
피해자에는 성별이 없었고 초반에는 헌터 무어가 속해 있던 ‘언더씬’에서 활동하는 밴드 원들이 리벤지 포르노의 표적이 되어 그들의 불법 유출 사진이 헌터 무어의 사이트에 공개되었고 그렇게 그들에게 리벤지 포르노는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었다.
당시에는 피해자들조차 자신이 받은 피해를 어떻게 형용하고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몰라 헌터 무어에게 사진을 내려 달라는 답이 오지 않는 요청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진정한 복수의 발단
그리고 배우를 꿈꾸던 한 평범한 여성의 불법 유출 사진이 헌터 무어의 사이트에 올라오게 되었다.
헌터 무어가 만든 사이트가 더욱 잔인했던 점은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 속 주인공의 SNS 아이디, 번호, 주소 등 개인 정보를 모두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개인적인 사진과 개인 정보까지 유출된 여성은 삶이 무너졌고 그녀는 곧바로 자신이 가장 믿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용감한 여성, 바로 피해자의 어머니 '샬럿'은 경찰들도 처벌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넘어가는 이 사건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헌터 무어를 쫓기 시작했다.
샬럿은 자신의 딸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수의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 모두를 돕기를 자처한다.
헌터 무어를 찬양하는 무리가 샬럿, 그리고 샬럿의 가족들까지 협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고 포기하지 않았다.
헌터 무어를 이길 수는 없을 거라며 이 정도면 됐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샬럿은 계속해서 헌터 무어를 추적했고 결국 FBI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 모두가 증오하는 남자가 된 ‘헌터 무어’
헌터 무어는 시작부터 본인을 드러내고 악행을 저질렀고 자신에 대한 관심을 즐기며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싶은 욕망과 사람들이 자신을 ‘숭배’한다는 착각에 심취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무지는 그를 몰락시키는데 불을 지폈다.
헌터 무어는 더욱 큰 유명세를 얻기 위해 방송에까지 출연하고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을 비판하는 진행자와 관중들 앞에서 변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FBI가 헌터 무어의 죄를 증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일 동안 전직 미 해군이자,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헌터 무어를 증오하게 되고, 그는 헌터 무어가 만든 사이트를 없애는 데 성공한다.
이후에도 반성을 모르는 헌터 무어는 화이트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의 표적이 되고 헌터 무어가 피해자에게 했던 것처럼 어나니머스는 헌터 무어의 개인 정보를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헌터 무어의 통장에 있던 잔고를 여성 단체에 기부하고, 심지어 헌터 무어를 사망한 사람으로 처리해 놓기까지 하며 헌터 무어를 응징한다.
그리고 샬럿이 시작한 헌터 무어 무너뜨리기에 가세한 FBI는 헌터 무어가 징역형을 받는 결실을 냈다.
다큐는 처음부터 피해자들과 합의하에 다소 노골적인 사진을 사용한다는 경고를 한다.
경고했던 바와 같이 당시 어떤 식으로 사진이 유출됐는지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그것이 결코 선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자들 본인이 등장한다는 것에 이 다큐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피해 사실을 말한다는 것은 다큐에 참여한 사람 중 그 누구도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 본인이 받은 피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모든 잘못은 가해자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