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국판 N번방의 최후,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넷플릭스 :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이정현OTT평론가 승인 2022.07.30 08:00 의견 0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메인포스터 (사진=IMDb) ⓒOTT뉴스


[OTT뉴스=이정현 OTT 2기 평론가] 몇 해전 메신저 앱을 통한 가학적 성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 사건이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한데 이런 사건은 한국에만 있었던 게 아닌듯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2010년경 헌터 무어라는 남자가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 '이즈 애니원 업'(Is Anyone Up?) 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노출 및 가학 사진들을 개제해 논란을 일으켰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한다는 의미로 익명의 다수들로부터 전 연인의 사진들을 투고 받아 올리는 시스템인 이 사이트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운영자인 헌터는 유명 TV프로그램은 물론 언론매체에서 버젓이 인터뷰까지 하며 일말의 부끄러움 따윈 없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방송을 하는 헌터 무어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OTT뉴스


심지어 그런 헌터를 동경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그를 추종하기에 이른다.

그는 그의 사이트에서 신이라도 된 듯 추종자들과 남의 사진을 올리면서 공개적으로 당사자를 조롱하고 악의적인 댓글을 달며 괴롭히는 걸 즐겼다.

타인의 노출 사진이 자극적일수록 방문자가 늘어났고, 그가 얻는 광고 수익도 높아졌다.

다큐를 보면서 당사자의 SNS 계정은 물론 개인 정보까지 노출되기도 한 이 사이트가 당시에 전혀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다는 게 더 놀랍다.

◆ 엄마는 강하다! 피해자 엄마의 참교육!

인터뷰하는 피해자 케일라의 엄마 샬롯 로스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OTT뉴스


승승장구할 것 같은 헌트 무어의 '이즈 애니원 업' 사이트에 어느 날 케일라의 사진이 노출되고 이것이 그를 파멸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당시 케일라는 자신의 상반신 노출 사진을 혼자 간직할 목적으로 찍었다.

휴대폰 메모리 부족으로 그녀는 이메일 계정에 사진을 업로드했고, 이메일을 해킹당한 이틀 만에 사진이 유출, '이즈 애니원 업' 사이트에 올려진 것이다.

충격에 빠진 케일라는 엄마 샬롯 로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샬롯은 헌터에게 불법적으로 해킹된 사진이니 자신의 딸 사진을 내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헌터는 샬롯의 메시지를 묵살했고 이는 샬롯의 집요한 성격에 불을 지피며 복수(revenge)의 칼날을 갈게 만들었다.

샬롯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애초에 그런 사진을 찍은 케일라가 문제라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고 결국 변호사인 남편의 도움을 받아 딸의 사진을 사이트에서 겨우 내릴 수 있었다.

딸의 사진을 없앴으니 이제 아무 문제 없이 다시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샬롯 로스는 집요했다.

자신의 딸처럼 해킹으로 사진이 유출되어 피해를 본 다른 여성들을 그대로 둘 수 없었고, 헌터 무어가 해킹에 참여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끈질기게 자료를 모으고 기자와 FBI와 접촉해 헌터를 추적한다.

심지어 TV 쇼에 나온 헌터의 본색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스스로 얼굴까지 공개하며 자신의 딸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헌터의 주소를 SNS에 공개해 피해자들이 그쪽으로 소장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역시 엄마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인터뷰하는 제임스 맥기니(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OTT뉴스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너무 쉽게 평가하고 너무 쉽게 조롱거리로 삼는다.

타인의 나체 사진을 보며 조롱하고 비난하고 희롱하는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심리인 걸까?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인간의 본성이 본디 악하다는 성악설이 맞나 싶기도 해 씁쓸하다.

그러나 이런 불법적인 사이트를 즐기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 맞서는 불특정 소수의 사람들도 세상엔 존재했다.

샬롯 로스 외에도 헌터의 행동과 그의 웹사이트를 불쾌하게 여긴 사람이 있었다.

어릴 적 아동학대를 받은 적 있는 제임스 맥기브니는 '이즈 애니원 업' 사이트를 보고 피해자들이 받았을 고통을 통감했다.

그리고 샬롯처럼 이 사이트를 폐쇄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경제적 방법을 동원해 헌터로 부터 해당 도메인을 사들이고 자신이 운영하는 괴롬힘 방지 사이트 '불리빌 닷컴'으로 연결시킨다.

그렇게 '이즈 애니원 업'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후로도 정신을 못 차린 헌터는 다시 사이트를 개설하겠다고 나서고 방송에서 자신을 공격한 샬롯과 제임스에게 노골적인 협박과 비난의 메시지로 보낸다.

이에 또 가만있을 제임스가 아니었다. 자신을 소아성애자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헌터를 고소하고 심지어 온라인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 인맥까지 동원해 그가 가진 서버 데이터를 날려버리고 계좌를 해킹해 학대 여성 보호소에 이체시키기도 하고 사망증서까지 위조하며 한 달간 세상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FBI가 2년 동안 수집한 불법 해킹 증거로 헌터를 기소했고 헌터는 불과 2년 6개월의 형만 살고 나왔다.

피해자들의 받았을 고통이 비하면 너무 가벼운 형벌이 아닐 수 없다.

다큐의 엔딩에서 헌터 무어는 이 시리즈에 참여하는데 동의했다가 나중에는 거절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뼈때리는 마지막 자막에 작은 통쾌함을 느낀다.

우리는 헌터의 이미지를 어쨌건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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