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여운 OTT 2기 평론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 아낌없이 화약을 터뜨리고 자동차를 날려버리는 '그레이맨'의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부터 '솔로지옥'의 근육질 댄서 겸 모델 차현승까지...
몸매 좋은 '짐승남'들이 판을 치는 오늘날의 OTT 세계에 원조 짐승남이 있었으니. 두려움없이 절벽도 아래로 뛰어내리고, 밧줄로 밀림 속을 휘젓고 다니는 진짜 짐승 같은 사람.
목표가 하나 정해지면 물불 가리지 않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
바로 넷플릭스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의 주인공 존 클레이튼 3세(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존은 타잔으로 불리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타잔의 이미지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영국의 상원의원으로 그는 사랑하는 아내 제인(마고 로비)의 투정을 받아주는 평범한 남편으로 나온다.
이 지점에서 살짝 경계심이 든다.
'내가 알던 타잔이 아닌데...'
10여 년 동안 타잔생활을 쉬었다는 설정이 깔려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언어도 너무 잘 말하고 사회성도 제법 있어보인다.
분노 같은 본능은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다.
하지만 벌써부터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존이 제인과 함께 고향인 밀림을 찾으면서 우리가 알던 타잔의 면모도 서서히 드러나니까.
존은 벨기에 왕 레오폴드의 특사 레온 롬(크리스토프 왈츠 분)의 계략에 빠져 아프리카 밀림으로 오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은 바로 문명과 자연의 대립이다.
극 중 존과 제인은 비슷한 어린시절을 공유한 설정인데, 이들이 자란 곳은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삶의 터전으로 그려진다.
특히 존은 고릴라의 도움으로 자란 인간으로, 자연을 상징한다.
반면 롬은 밀림을 개발하려는 세력이다.
롬은 존과 악연으로 얽힌 콩고 군대에 존을 넘기는 조건으로 다이아몬드를 받기로 협상을 했다.
그가 이끄는 군대는 존과 제인을 품어준 마을을 습격해 쑥대밭으로 만든다.
또 롬은 제인과 마을 원주민 일부를 인질로 삼고, 제인을 탐하기까지 한다.
이는 존이 그동안 감춰온 본성을 꺼내는 계기이기도 하다.
존은 상원의원으로서의 옷을 벗어던지고 식스팩 복근을 과시하는 야성미 넘치는 타잔으로 회귀한다.
타잔의 시그니처인 절규소리와 아프리카의 숲, 강, 폭포 등의 자연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반가움이 인다.
'돌아왔구나, 타잔!'
존이 과거 동생이었던 고릴라와 재회해 1대1 전투를 벌이거나, 어린 시절부터 봐온 사자 가족을 다시 만나 교감을 나누는 모습, 타조의 행동을 보고 심리를 파악하는 면모 등 타잔이라 가능한 장면이 재미를 준다.
제작진은 동물들에게서 자란 소년이 자연을 지키는 이야기가 지금 다뤄지기엔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 것일까.
영화는 윌리엄스(사무엘 L 잭슨)를 존 옆에 둬서 케이퍼무비에서 흔히 볼법한 투톱 체제를 구현해냈다.
특히 악역인 롬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밀림의 동물들이 조력자로 변신하는 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밀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낸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 뭉클하다.
롬이 악의 축을 혼자 맡느라 버거워보인다는 점, 존이 제인을 구하는 줄거리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문명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주제의식이 다소 희미해졌다는 점은 아쉬웠다.
제작진은 스토리의 탄탄함보다는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에 공을 들인 것 같다.
한편, 7월 26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생태계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치는 진짜 짐승남 존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타잔의 재해석이 담긴 '레전드 오브 타잔'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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