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경수 OTT 평론가] 내일, 북한이 핵을 발사해 대한민국이 멸망한다.
죽음 앞에 선 당신,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부기나이트'는 죽기 직전 마지막 밤을 보내는 주인공 유빈(최귀화)과 그가 만나는 5명의 여성 이야기다.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던 유빈은,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한다.
운수 좋은 날이라고 했던가?
난생처음 노랗게 탈색한 머리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유빈에게 그런 매력이 있었던 건지, 이상하게 그에게 유달리 재수가 좋다.
평소라면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을 여자들이 가는 곳곳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유빈은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화려한 밤을 보낼 수 있을까?
◆ '찌질남' 최귀화가 만나는 다섯 여성
'부기나이트'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최귀화의 ‘찌질’ 연기다.
'미생'에서 소심한 직장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줬던 최귀화는, '부기나이트'에서도 단독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미모의 여성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품지 못하는 모습은, '찌질' 그 자체다.
당장 몇 시간 뒤 대한민국이 멸망하는 상황에서, 어느 여자가 더 괜찮을지 우왕좌왕하는 유빈의 모순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유빈이 만나는 다섯 여성의 매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그중 돋보이는 캐릭터는 술집에서 만난 연주(이시원)와 카페에서 만난 첫사랑 수경(박환희)이다.
죽음의 낭만을 얘기하는 연주와 삶의 낭만을 얘기하는 수경.
상반된 철학을 가진 두 여자와의 만남에서 유빈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결국 우린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게 될 거야.'
수경이 유빈에게 헤어지며 건네는 이 말은, 영화의 결말과 주제를 은근히 암시하기도 한다.
◆ 죽음이 가까울수록 살고 싶다
유빈의 행동은 모순적이다.
당장 몇 시간 뒤에 핵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라면, 바로 눈앞에 있는 쾌락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기 직전, 여자의 등에 있는 붉은 반점을 보고 에이즈 감염을 걱정한다.
자신을 쫓아오는 불량배들에게는, 맞기 싫어서 죽을힘을 다해 달아난다.
핵이 떨어지기 전에 같이 죽어버리자는 여자의 요구에는, 핑계를 대며 살아야 할 이유를 늘어놓는다.
이미 정해진 핵 발사라는 결말 안에서, 어떻게든 죽음을 피하려 발버둥을 치는 유빈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으로는 마지막까지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이 결국에는 우리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시나 핵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유빈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준 게 아닐까.
매일 힘겨운 삶을 보내면서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 허술한 개연성은 아쉬워
'부기나이트'는 죽음을 앞둔 인간의 심리를, 최규화를 통해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다만 주제 의식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 전체적인 개연성이나 서사는 허술한 편이다.
극 초반부, '우연히' 유빈이 발견한 수천만 원의 돈과 총이 자꾸 중요하게 쓰여 찝찝함을 준다,
후반부 유빈이 갑자기 마담(백주희)과 밀항하러 떠나고, 밀항 장소에서 총을 맞는 전개 역시 혼란스럽다.
결말을 보면 왜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었는지 그나마 이해가 가지만,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지점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블랙코미디 영화 '부기나이트'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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