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면 너머로 우유부단함이 느껴지는, '부기나이트'

웨이브 : '부기나이트'

김지수OTT평론가 승인 2022.07.18 09:57 의견 0
'부기나이트' 포스터(사진=웨이브). ⓒOTT뉴스'


[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처음엔 이게 무슨 드라만가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원래는 영화인데, 웨이브 측에서 짧게 분할해 드라마로 만든 것이라 한다.

영화 후기를 보니 비판 의견도 꽤 있고, 생각 없이 보기엔 괜찮다고 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 지금 필자의 문체처럼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만들어 간듯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리뷰도 그 어떤 목표도, 테크닉도 없이 막 적어 내려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 없이 보기엔 괜찮은 작품에 생각 없이 써 내려간 듯한 리뷰... 나름 괜찮게 어울릴 것 같다.

◆ 우유부단한 사람의 최후

'우유부단한 주인공의 성격이 제대로 드러난 장면(사진=웨이브). ⓒOTT뉴스'

본 작품과 같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막 써 내려갈까 했지만, 사실 필자의 강박으론 도저히 용납되지 않기에 나름대로 구조를 갖춰 써보려 한다.

그래도 감히 확신할 수 있는 건 본 작품의 각본까지 맡았던 감독은 필자와는 전혀 다른 성향이라는 점이다.

그의 ‘부기나이트’를 보고 있자면, 그는 '방향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은 전혀 없는 듯하다.

본 작품은 마치 신규 매장 앞에서 볼 수 있는 바람 인형처럼 그저 바람 나오는 방향에 따라 의식 없이 나풀거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꼽는 명장면도 바로 그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로 우유부단한 남자주인공 유빈(최귀화 분)이 두 명의 여성들과 동성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유빈이 저지른 행동들에 대한 해명을 대차게 요구하지만, 사실 그건 유빈에게 따질 문제들이 아니었다.

각자의 욕심에 따른 그들의 행동에 그저 묵묵히 따라주기만 했던 유빈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는 모습이다.

그의 잘못이라곤 어느 쪽도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던, 등지지 못했던 그의 '우유부단함'이 아니었을까?

유빈은 그렇게 혼란의 청문회장을 도망쳐버리고 혼자가 되어 정처 없이 길을 걷기 시작한다.

◆ 내일 핵이 떨어진다면?

'핵이 떨어진다는 예고에 텅 비어버린 거리(사진=웨이브). ⓒOTT뉴스'

'부기나이트'는 다음날 핵이 떨어진다고 예고되었을 때 주인공 유빈이 어떤 일을 겪을까에 대한 질문이 담긴 스토리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유빈이 무슨 일을 벌일지가 아닌, '겪을지'라는 것이다.

작품에선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그에게 결코 주도적인 동사는 허용하지 않는 스토리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계속 짜임새 있을 거라 기대했던 스토리 설정이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사상 다음날 핵이 예고되어 그런지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지만, 그 와중 거리의 가게들은 상당수 열려있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있었다.

◆그 캐릭터에 그 작품?

'열려있는 가게들의 모습(사진=웨이브). ⓒOTT뉴스'

술집, 클럽, 모텔, 써브웨이, 카페... 유빈이 하룻밤 사이 들르는 가게는 모두 열려있다.

심지어 텅 빈 거리 속 열려있는 가게를 겨우겨우 찾는 그런 장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빈이 들렀던 가게 사장들은 내일 핵이 떨어져도 오늘 찾아올 수도 있는 손님을 위해 연중무휴를 절대적으로 지키고 있는 이들이었다.

"평소엔 사람들로 북적여 공황장애라도 올 것 같았던 거리가 오늘은 한적하다 못해 광장 공포마저 느끼게 한다."

감독은 이처럼 초반에 만들었던 설정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전복시켜버리기까지 하는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정처 없이 휘둘리는 주인공과 함께 정처 없이 나부끼는 작품일 뿐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각본이 적힌 탓에 생긴 빈틈 구멍 사이로 본 작품은 매주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물론 확실한 목표 지점을 향해 세련된 테크닉이 난무하는 영상 시대에 전혀 눈치 보지 않는 '괴짜적 면모'가 목표였다면 매우 성공적이었다.

알고 만든 건지 모르고 만든 건지 매주 목요일마다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는 작품 '부기나이트'는 오직 웨이브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2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4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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