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초록생 OTT 평론가] 제목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필자에게는 원작인 하타사와 세이고 작가의 동명 희곡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연극으로서 접한 것이 이미 큰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한일 희곡 교류의 장을 통해서 국내에 알려진 이 작품을 국내 무대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연극 배우들이 역할을 맡아 연기를 선보였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이기심과 뻔뻔함으로 무장한 인물들의 태도에 객석에 앉아치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앞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4년 전인 2018년 촬영이 끝났으나, 당시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미투 파문에 휩싸이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오달수는 2019년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었지만, 여론을 의식해서 자숙 기간을 가진 데다, 당시 영화 제작사였던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월트디즈니에 합병되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았고 2022년인 올해 개봉을 하게 된 것이다.
개봉 후에는 그다지 큰 화제성을 몰고 오진 못 한 것 같으나, 어쨌든 현재는 디즈니플러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 "내 아들은 절대 아니야!" 부모의 민낯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4명의 반 임시 교사 송정욱(천우희 분)으로 그녀가 교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교장실로 해당 학생들의 학부모가 소집된다.
분명 편지에 이름들을 적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송정욱에게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편지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로 절대 내 아들이 가해자일 리 없고, 되려 건우의 집안 사정과 부모의 부재를 들추며 문제를 회피하고자 한다.
또 임시 교사가 학급에 대한 책임이 떨어져서 생긴문제라는둥 논점을 흐리는 발언으로 가득하다.
이미 부모들의 마음에는 학교 폭력에 가담한 사실이 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아들 앞길을 막는 오점을 절대 남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행동한다.
영화의 제목을 따라가듯 영화에서 인물의 클로즈업이 참 많이 나오는데,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좇아가는 모습을 우리가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춘 듯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들의 민낯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영화 111분 내내 악인들의 악행만을 바라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니 보고자 한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할 것이다.
◆ 화제가 되지 못한 이유?
그다지 화제성이 높지 않았던 이유를 영화를 보고 나니 이해할 수 있었다.
설경구, 문소리, 천우희 등 연기력으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배우들이 등장함에도 아쉬운 것은 왜일까?
우선 첫째로는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네 명의 학부모 중 한결의 아버지인 강호창을 중심으로 서사를 따라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세 명의 학부모의 설정이 두루뭉술하게 그려지고 말았다.
유일하게 부모가 아닌 조부모의 설정이었던 전 경찰청장 출신의 박규범 할아버지 역이라던가, 같은 학교의 수학 교사인 정이든 아버지 역할의 경우에도 무게를 조금 더 달아줬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연출적으로 구성이 미흡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도 아쉽게 느껴졌다.
둘째는 나쁜 인간들의 나쁜 짓에만 너무 주목했다는 점이다.
과거 학교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 영화에서는 주로 '문제아인 줄 알았던 학생에게는 알고 보면 다 사정이 있고 따뜻한 학생이다.'를 보여주려고 했었다면 요즘의 경우 청소년의 민낯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런 청소년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부모의 눈'이라고 잡은 것은 너무 좋았으나, 전개에 설득력이 없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설경구 배우의 출연 그 자체이다.
그를 중심으로 서사가 흘러가니 그를 믿고 디즈니플러스에서 재생을 해봐도 좋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