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든 지난 사람을 잊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새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설렘이 이별에 대한 공허함을 오롯이 대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대개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6월 10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시즌2'는, 지난 하반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시즌1에 이은 유미와 세포들의 두 번째 이야기다.
시즌1 말미에 구웅(안보현 분)과 헤어지기로 한 김유미(김고은 분)는 시즌2에서 이별을 딛고, 일과 사랑 모두 도전에 나선다.
이번 시즌은 그야말로 이별과 만남, 그 이상의 과정을 A부터 Z까지 섬세하고 공감력 있게 담아내고 있다.
웅이와 헤어진 후, 유미의 사랑세포는 또다시 혼수상태에 빠졌다.
우체부세포가 건넨 이별 통지서를 선뜻 받을 세포는 없었다.
유미는 아직 이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미가 불현듯 새벽에 건 전화를, 웅이는 받지 않는다.
들려오는 사서함 메시지에 좌절하지만, 아마 언젠가 이를 다행이라 여기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 돌아보지 않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받지 않는 전화에 그녀는 둘의 사이가 진짜 끝난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웅이를 붙잡고 싶은 감성세포와 구질구질세포, 그리고 자존심세포와의 격돌이 일어나는 가운데, 유미는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고민 끝에 프로필사진과 상태메시지를 변경하고 SNS 속 그의 근황을 남몰래 살펴보기도 한다.
또 음식, 영화, 쇼핑, 술, 사랑 노래 부르기 등 이별 후유증에 대처하는 각종 방법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웃픈 공감을 자아낸다.
감성적이고 생각이 많은 유미는 새 인연인 유바비(박진영 분)가 다가왔을 때, 곧장 마음을 열지 못한다.
정리를 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극 속에서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사랑세포의 부재가 이를 말해준다.
이별이란 겪을 때마다 늘 적응이 어렵고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 누구든 전보다 잘 이겨 낼 만한 경험치가 쌓인다.
세포마을에 쏟아진 폭우와 풍랑에도, 유미의 모든 세포는 꿋꿋하게 버텨냈다.
만남에서 얻는 것이 있으면, 이별에서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미래를 나아갈 힘을 하나둘 채우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미련을 단념하더라도, 온전히 정리가 끝났다고 단정할 순 없다.
아마 유미가 웅이를 완전히 정리한 시점은 바비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가 아니라, 밥솥 판매 건으로 웅이와 마주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잊고 살았던 전 연인과의 우연한 재회는, 내가 비로소 그 존재를 완벽히 지웠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바비와의 연애는 이런 유미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그녀의 세포마을에서 비공식으로 운영되던 '바비 소모임'은 마침내 공개 모임으로 전환된다.
솔직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그는 호감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연인이 말없이 기다리거나 목도리를 둘러주는 것을 싫어했던 유미지만, 어느새 바비의 그런 모든 행동이 설레고 좋아진다.
하지만 설렘과 애정이 가득했던 두 사람의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8회 방송에서는 유바비가 새롭게 나타난 유다은(신예은 분)의 간접 고백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진동으로 시작돼 지진으로 번진 세포마을의 변화는 이러한 그의 심리를 기막히게 표현한다.
촉세포의 발동으로 이를 어느새 감지하게 된 유미. 쌓아온 신뢰와 애정으로 아직은 남자친구에 대한 믿음을 지켜가는 중이다.
유다은이라는 변수와 출판사 편집장 안대용(전석호 분)의 등장까지, 유미와 바비의 관계가 어떤 변곡점을 맞게 될지 점점 몰입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시즌2는 유미가 이별을 딛고 새 연애에 적응하는 모습, 작가로서 첫걸음을 떼는 과정 등 크게 두 가지 줄기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 시즌보다 더 많은 변화와 성장을 다루는 만큼, 유미의 도전과 결정에 포커스를 두고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물론 세포들은 여전히 귀엽고 감정 및 행동을 표현하는 방법도 끊임없이 참신하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을, 역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연은 언제든 찾아오지만, 그만큼 쉽게 스쳐 가기도 한다.
남아있는 마음의 크기가 그리고 감정을 정리한 나의 상태가 이를 결정한다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늘 배워나가고 있다.
유미와 세포들의 두 번째 이야기 '유미의 세포들 시즌2'는 티빙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2화씩 공개된다.
현재 역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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