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혁명 풍자도 에로티시즘도 살리지 못한, '복무하라'

웨이브 익스클루시브 : '복무하라'

이정현OTT평론가 승인 2022.07.01 11:34 의견 0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이정현 OTT 2기 평론가 ] 지난 2월 개봉된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가 웨이브에서 9부작 드라마로 스트리밍되고 있다.

영화 개봉 당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제목이 시선을 끌었고 수위 높은 정사신이 주목을 받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는 2005년 옌렌커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문화대혁명 이후 어느 군부대에서 사단장의 젊은 아내와 취사병의 불륜을 다룬 내용으로 혁명 체제 속에서 억압된 개인의 성욕, 권력욕 등의 욕망을 표현함으로써 당시 중국 체제를 비판한 작품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라는 말은 실제 마오쩌둥의 연설에서 따온 말이었고 사회주의 혁명을 강조한 이 말은 두 주인공에게는 성욕이 주는 쾌락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두 주인공의 격렬한 욕정이 마오쩌둥의 동상을 깨부순다든지 초상화를 찢는 등의 행위로 묘사되어 현실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당시 이 소설이 발표되자마자 금서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원작을 영화로 리메이크하려 했을 땐 적어도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만들어야 했다.

한번도 관사 밖에 나간 적 없다는 수련을 무광이 몰래 데려나오는 장면과 무광을 유혹하는 수련의 모습(사진=다음영화) ⓒOTT뉴스

◆ 인민을 위해 사과하라!

그러나 영화를 본 이들의 평가는 그리 썩 좋지 못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색, 계'라니요, '화양연화'라니요, 대체"라는 말로 "'색, 계'보다 치명적이고 '화양연화'보다 아름답다"라는 홍보 문구에 빗댄 악평을 내놓을 정도다.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국내 약 69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만들었던 장철수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파격적인 작품치고는 너무나 졸작이다.

원작의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풍자는 쉽게 소비되어 그 색이 옅고 그렇다고 두 주인공의 금지된 욕망의 에로티시즘을 미학적으로 보여주지도 못한다.

이는 성불구자의 사단장 남편(조성하 분)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육체적 쾌락을 취사병 신무광(연우진 분)을 통해 욕망을 채우는 류수련 역의 지안 배우의 어색한 연기에서 그 단점이 부각된다.

사실 배우의 연기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내뱉는 대사 대부분을 각색 없이 2005년 원작 소설 속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시대적 괴리감이 느껴져 어색함이 배가 된 것 같다.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지. 어서 벗어"

"어서 벗어. 인민을 위해 복무할 마음이 없는 거야?"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군. 잘했어. 아주 잘했어."

글로 읽어도 실소가 나올 것 같은 대사인데 지안 배우의 연기까지 더해지니 이건 완전 코미디인 듯했다.

특히, 무광과의 관계 도중 어색하게 기절하는 장면에서는 헛웃음마저 나왔다.

"이제 나 류수련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혁명 체제의 풍자나 찐한 치정 멜로가 아닌 코미디로 본다면 나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건 인민을 위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사단장의 집에 취사병으로 들어온 신무광과 팻말의 위치가 다른 곳에 있을 경우 2층으로 올라오라는 류수련의 모습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굳이 9부작 드라마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

영화의 흥행은 물건너갔지만 노출과 자극적인 정사신의 수위로 인해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지 일찌감치 IPTV와 VOD로 출시되어 높은 다운로드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호기심을 가진 OTT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웨이브는 9부작 드라마 버전으로 재탄생 시켜 독점 스트리밍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각 회차는 20분 분량으로 영화에서 40여 분가량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장철수 감독이 직접 드라마타이즈 과정에 참여해 일부 내용을 변형하고 가공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드라마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 아니기에 영화로 상영된 부분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을 것 같다.

현재 4회까지 시청한 필자로서는 풍자도 에로틱한 멜로도 만족스럽다고 느낄 수는 없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를 본 적 없기에 후반 결말이 궁금하긴 하다.

비록 실소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시청할 것 같긴 하다.

드라마 '복무하라'는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웨이브에 2회씩 공개된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4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4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4

→ 평점: 3.8

*평점 코멘트 : 지안 배우를 제외한 주연배우 연우진과 조성하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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